20년째 단골인 서울 강남 미용실의 원장은 지난 6월 중순에 쓸쓸한 얼굴로 “폐업을 할까 한다”고 했다. 늦은 점심으로 먹던 짜장면을 뱉어낼 뻔했다. 고졸로 일본에서 미용을 배운 그는 월급쟁이 미용사 생활을 하다가 14년 전 개업해 어지간한 대졸 회사원보다 두 세배 이상의 수익을 냈다. 그는 “세상이 바뀌어 청담동 기업형 미용실의 월급쟁이 미용사로 취업하는 것이 영세 미장원을 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이익”이라고 했다. 그가 미용실을 폐업하면 5명이 일자리를 잃는다. 폐업을 고려하는 이유는 ‘메르스 사태’ 등으로 손님이 크게 줄었는데 최근 건물주가 300만원인 월세를 단박에 90만원 올려달라해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4대 보험과 퇴직금 등을 챙겨주는 직원 인건비보다 월세가 훨씬 큰 부담이란다.
올 3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소득주도 내수 성장론을 내걸었던 덕분에 노동계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큰 기대를 걸었고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거론하기도 했다. 오랜 논란 끝에 2016년 최저임금은 2015년의 5580원보다 450원(8.1%) 오른 시간당 6030원으로 결정됐다. 7월 중순 경총은 “최저임근 근로자 87.6%가 근무하는 영세기업과 소상공인 등의 존립이 위협받는다”고 논평했다. 내년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근로자가 342만명(18.2%)이나 된다니 경총의 우려를 이해할 만도 하다. 다만 2013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의 비중, 최저임금 영향률은 미국 4.3%, 캐나다 6.7%, 일본은 2%에 불과한데, 한국은 14.6%로 왜 이리 높은가에 대한 언론들의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한국의 최저임금 영향률은 2001년 2.1%, 2003년 6.4%로 낮았지만, 2005년 이후 10%를 넘어섰고 2015년 14.6%, 내년에는 18.2%로 치솟는다. 최저임금이 높아지면서 적용 노동자가 늘어난 탓인지, 아니면 저임금의 질낮은 일자리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탓인지 알 수 없다.
한국 경제에서 자영업자의 비중은 27~28% 수준으로 높다. 이들 60%는 3년 내 폐업한다. 미용실 원장의 주장처럼 영세 자영업자를 괴롭히는 것은 직원의 인건비뿐만 아니라 고액의 월세 등 임대료다. 언론은 8.1%가 오른 시급 450원 인상에도 영세 자영업자들이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서, 한꺼번에 30%씩 오르는 자본의 지대추구인 월세 인상에는 침묵한다. 월세의 폭발적 상승은 서비스료 상승과 상품가격 상승의 원천으로 국민경제 전체에 부담을 안긴다. 문제의 강남 미용실의 월세는 2001년 200만원에서 2015년 420만원(110%)으로 껑충 올랐다. 같은 기간 최저임금은 2100원에서 5580원(166%)으로 올랐다. 단순히 상승률만으로 최저임금이 더 많이 올랐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지대를 추구하는 ‘불로소득’은 과거 언론의 단골 비판 소재였다. 그런데 언론은 ‘부동산 활성화를 통한 경기진작’이라는 정책에 적극 협조하는 탓인지 대폭적인 임대료 상승이 가져오는 부작용에는 침묵하고 있다. 영업이 저조할 때 직원을 해고할 수라도 있지만, 고액의 임대료는 매몰비용으로 자영업자들의 옥죄는 올가미가 아닌가. 고액의 임대료는 자본의 당연한 활동으로 판단하면서, 노동하는 가치를 반영한 임금 인상은 경제살리기에 걸림돌이 된다는 식으로 기사처리를 하는 것은 아닌가. 삼성그룹의 ‘엘리엇 사태’에 이어 롯데그룹의 ‘왕자의 난’ 등으로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 등의 재벌 개혁이 거론되어야 할 시점에, 노동개혁만을 집중적으로 거론한다면 이런 언론의 편향성은 한국 경제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지는 않을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