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언론, 정파성 그리고 생존

[언론 다시보기]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면서도 아는 척하기가 어려웠던, 하지만 그렇다고 모른 척 할 수만은 없었던 속칭 ‘국민TV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상황이다. 나 역시 같은 마음으로 속 끓이며 지켜봤었고, 그러다가 참지 못해 SNS를 통해 몇 마디를 토해냈었고, 그러면서도 과연 내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되물으며 심경이 복잡했다.


그 복잡한 심경이 말끔하게 해소된 건 아니지만 이젠 대안언론에 대해 뭔가 근본적인 정리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 난리통을 그냥 봉합해 버리기엔 그로 인해 고통 받은 이들이 너무 많고, 무엇보다 그 고통이 시간이 간다고 그냥 해소될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국민TV 사태가 처음 외부로 알려졌을 때 이 문제가 단순히 몇몇 사람들의 전횡이 아닌 언론사의 ‘정체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정통 보도를 하고 싶어 하는 TV 제작진과 정치적 지향성을 프로그램에 좀 더 반영하고 싶어 하는 경영진의 의견 차이가 엿보였고, 그렇다면 서로 화합하는 마음만 있다고 해결할 수 없다고 봤다. 언론사의 ‘정체성’엔 외부 사람들이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많은 것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현실적으로 엮이는 부분이 재정, 즉 ‘돈’이다. 언론사가 어떠한 정체성을 지향하는지에 따라 언론사의 재정이 어느 파트에 집중될지가 결정된다. 특히 국민TV와 같은 대안언론들은 재정적으로 매우 열악하다. 어느 하나에 재정을 집중하면 다른 하나를 줄이거나 심지어는 없애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정을 확충해야 하는데, 대안언론의 경우 거의 유일한 방법이 시민들의 후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민들의 후원을 유치하려 애쓰는 순간 다시 ‘정체성’ 문제가 발생한다. 아무래도 후원을 적극적으로 해 줄만한 시민들의 경우 자신의 정치적 지향성이 분명할 가능성이 높고, 그런 시민들은 자신이 후원하는 언론이 정치적 올바름의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표방해주길 바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붉어지는 문제가 ‘정파성’이다. 정파성을 제작진이나 경영진의 정치적 성향 때문이라고 흔히들 생각하는데 이렇게 보면 재정 확충을 위한 수단이거나 그 결과에 가깝다. 정파성을 띄어야 그 정파성을 선호하는 이들이 보거나 듣게 될 것이고, 이들로부터 좀 더 후원을 받을 수 있으며, 후원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점점 더 정파성이 강화되는 셈이다.


이런 악순환은 규모가 큰 거대 종편 역시 다르지 않다. 열혈 시청층의 입맛에 맞는 방송을 해야 시청률이 나오고, 시청률이 나와야 광고를 유치할 수 있고, 광고를 유치해야 재정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현재의 종편은 너무나 심각한 정파성의 덫에 갇혀 있다. 도저히 언론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의 보도를 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정파성에 동의하지 않는 시청자들을 너무 멀리 쫓아내 버렸다.


종편의 교훈(?)을 통해서도 그런 식의 방법이 결코 대안언론이 걸어야 할 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남는 방법은 결국 현재 자신의 몸집에 맞는 규모의 방송, 현재의 후원 규모에 부합하는 방송을 하면서, 비록 규모는 작더라도 ‘콘텐츠의 질’을 통해 꾸준히 후원자 수를 늘려가는 ‘정공법’밖엔 없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대안언론에 기대를 거는 시민들, 후원자들이 좀 더 여유 있게 대안언론을 지켜봐 주고 기다려 줘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시작하는 국민TV에 대해서도 많은 시민들, 후원자들이 그런 시선으로 바라봐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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