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사위가 마약을 상습투약하다 적발되어 법의 처벌을 받았다. 이 사건 보도과정에서 언론은 ‘미디어오늘’이 공개하기 전까지 김 대표의 실명을 보도하지 않았다. 부담이 컸으니 그랬을 것이다.
특히 김무성 대표가 기소와 공판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고 당사자가 김 대표의 사위가 되기 전의 사건이니 부담은 있다. 확인에 나선 언론사 기자들에게 김무성 대표가 시치미를 떼거나 하지 않고 솔직히 시인하며 딸의 사랑에 물러서고 말았다고 그동안의 고뇌와 속내를 털어놓듯 말하니 인정과 의리에 끌리고 예우를 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는 건 언론사들이 이후의 탐사보도를 포기했다는 걸 의미한다. 첫째 이 사건을 법조팀에서 맡아 사건이 수사과정에서 축소되었는지 재판부가 상당한 재량을 발휘해 형량을 줄였는지 따지겠다면 김 대표의 신분을 비공개로 유지한다는 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둘째 기획취재팀이 맡아 부유층·권력층 2세들의 타락과 방종이라는 사회병리 내지는 도덕적 부패도 더 이상 건드리지 않겠다고 작심한 결과이다. 십 수 차례씩의 상습적인 마약투여 과정에 공범이 더 있을 가능성도 크고, 유력인사 층에 접근한 마약판매조직이 있을 수도 있고, 환각 상태에서 매춘이나 부도덕한 성적 향략을 즐겼을 개연성도 있다. 거기에 이후 대권주자의 사위가 된 인물도 끼어있다면 이 사건은 언론사가 군침을 흘릴 취재 이슈이다. 그런데 김 대표의 이름을 감추려한다면 김 대표의 사돈인 피고인의 친부(親父) 직함이나 주요 피고인들의 신분까지 감춰야 하니 아예 이 사건에 더 이상 관심 두지 않겠다는 결정이었을 것이다.
셋째 정치부가 맡아 이 사건이 터져 나온 배경에 당 내부의 정치적 암투나 더 윗선에서의 정치적 음모가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을 취재할 생각도 아예 없었거나 감히 접근할 수 없다고 보고 포기한 걸로 해석할 수 있다.
위에 언급한 3가지 자포자기가 사유가 아니라면 언론이 김 대표의 이름을 검게 가린 건 다음의 이유에서일 것이다.
첫째 당신네가 치고 나가는 바람에 이렇게 돼버렸다는 여당과 김 대표의 원망을 결코 짊어지고 싶지 않다. 둘째 국회 법사위원회 국정감사 중이니 야당 의원 누군가가 이름을 터뜨려 줄 것이고 그 때 안전하게 쓰자는 노림수였을 것이다. 셋째 여당 대표 건이니 ‘진보매체 중 어딘가가 물꼬를 터줄 것이다. 기다렸다 묻어가자’고 계산한 것이다.
스스로를 돌아보자. 우습지 않은가? 왜 검찰 수사의 끝이 취재의 끝이고 공판의 종료가 보도의 종료가 되어야 하는가? 왜 타 언론사의 기사를 기다렸다 써야만 하는가? 김 대표의 딸이 이미 교수임용 의혹이 불거졌던 점을 상기한다면 이 사건은 시작부터 물고 늘어졌어야 옳다. 그리고 이 사안은 대권주자로서의 적격 여부를 가리는데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언론들이 써내려간 김무성 대표의 해명 기사는 질문부터가 취재기자의 질문인지 새누리당 윤리기강위원회의 대표님에 대한 형식적, 예우적 질문인지 구분 안갈 만큼 허술하다. 마치 ‘대표님, 해명하셔야죠’ 하며 접근한 모양새다. 언론이 왜 김무성 대표의 부담에 주목하는가? 언론은 뉴스의 가치에만 주목하면 된다. 뉴욕타임스의 슬로건 그대로 기자는 “활자화할 가치가 있는 모든 것을 뉴스로 다루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