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기자페이지', 워싱턴포스트 '묶음 판매'

[언론 다시보기] 예병일 플루토미디어대표

필자가 조선일보에 있던 2000년이었던 것 같다. 몇몇이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 포털의 창업자도 있었다. 누군가가 당시 자금난을 겪고 있었던 한 신문사를 거론하며, 포털이 인수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그 창업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액수가 크지 않아 실제로 검토하기도 했었지만 정치적인 ‘부담’이 커서 하지 않기로 했다고.


“당시에 그 포털이 그 신문사를 인수했다면 포털과 신문사는 지금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까?” 최근 해본 생각이다. 네이버의 ‘기자페이지’ 시작과 아마존의 ‘워싱턴포스트 묶음판매’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가 ‘기자페이지’를 시작했다. 특정 기자가 쓴 기사를 한꺼번에 모아서 보여주는 서비스다. 네이버로서는 당연히 ‘해볼 만한 기획’이다. 사용자를 위한 새로운 콘텐츠 서비스이니까. 지난 7월 시작했는데, 아직 많지는 않지만 참여하는 언론사가 조금씩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네이버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초보적인 모습이다. 모바일 전용인데, 기사 밑의 기자 이름을 클릭하면 그 기자가 쓴 기사들의 목록이 제공된다. 부가 기능으로 기자에게 ‘좋아요’를 표현할 수 있고, 직접 이메일을 보낼 수 있게 만들었다.


네이버는 당연히 반응을 보아가며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조금 해보다 없앨 수도 있겠고, 드라이브를 걸 수도 있을 거다. 개인이 확실히 돋보이게 페이지를 제작해 아예 그 기자의 개인 플랫폼으로 꾸며줄 수도 있다. 최대한 많은 기자들 확보해 ‘기자 포털’로 만들 수도 있다. 나아가 독자의 반응이 좋은 기자들을 ‘네이버 스타 기자’로 밀 수도 있다. 정치적인 부담 문제는 여전하지만, 분야에 따라서는 아예 기자들을 스카우트해 직접 운영하지 말란 법도 없다.


기자 개인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포털이 알아서 기자 브랜드를 구축해주니 말이다. 방문자가 많지 않은 언론사 블로그와는 달리 효과적인 개인 플랫폼으로 키워나갈 수 있다.


그런데 언론사는 좀 미묘하다. 이 서비스를 통해 자사 기사가 더 노출될 수 있고, 자사 기자의 브랜드를 만들어갈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가뜩이나 기사의 디지털 유통 주도권을 포털에 빼앗겨 문제인데, 그게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기사에 이어 기자에 대한 주도권까지 빼앗길지도 모를 일이다.

 

바다 건너에서는 아마존의 워싱턴포스트 활용에 대한 소식이 들려왔다. 이 유수의 신문사를 인수한 아마존이 자사의 특급 배송 서비스(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하는 회원에게 워싱턴포스트 디지털 버전을 6개월 동안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아마존 프라임은 연 99달러의 이용료를 내면 2~3일 내에 주문 상품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아마존이 자사가 미는 서비스 판매를 위해 워싱턴포스트의 기사를 ‘끼워 주는 제품’으로 제공하는 셈이다.


언론인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베조스 입장에서는 위의 네이버 ‘기자페이지’처럼 당연히 ‘해볼 만한 기획’이다. 베조스로서야 워싱턴포스트도 ‘아마존 생태계’의 하나일 테니 말이다. 워싱턴포스트 입장에서도 새로운 독자층 개척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획의 성공 여부와는 관계없이, 베조스는 앞으로도 워싱턴포스트의 디지털화를 계속 추진하면서 워싱턴포스트 콘텐츠를 활용해 ‘아마존 생태계’ 강화를 위한 이런 저런 시도를 해갈 것이다.


디지털 시대다. 콘텐츠는 쉽게 쪼개지고 결합되고 패키지로 묶일 수 있다. 언론사 브랜드의 구심력도 약해졌다. 크던 작던 자신의 ‘생태계’를 구축해, 이런 특징을 갖는 콘텐츠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해 사용자에게 높은 가치를 제공해주느냐가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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