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관련한 여론조사 변화 추이가 흥미롭다. 국정교과서가 처음 이슈가 됐을 때만 해도 찬성이 반대보다 높았으나 최근엔 수치가 역전되어 반대가 찬성보다 대략 10% 정도 높다고 한다. 대다수 주류 언론들이 정부의 주장을 호의적으로 보도했다고 보면 주류 언론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못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물론 국정교과서에 대한 찬반 의견 변화가 오로지 언론에 의해서만 좌지우지 된다고 할 순 없다. 과거와 달리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들이 강력하게 이슈 투쟁을 한 점도 있고, 과거 교학사 교과서 파동에서 이미 승패가 한 번 갈렸던 이슈라는 점도 여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류 언론의 영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는 국민들의 여론 향배가 자신이 주로 소비하는 미디어에 강력하게 종속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상파와 종편 등을 소비하는 이들과 팟캐스트를 비롯한 대안 언론을 소비하는 이들의 여론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일부러 해당 매체를 찾거나 다운로드 받아서 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단순히 대안언론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기보다는 국정교과서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이미 갖고 있는 상태에서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다고 할 수 있다.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안언론을 소비한다고 할 수 있고, 다르게 표현하면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주류 언론을 회피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최근 팟캐스트를 비롯한 대안언론을 규제하려고 하는 정부의 태도 역시 이들 시청층의 적극성을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주류 언론의 위기는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따라 예고된 것이었다. 10여 년 전 지상파 관련 세미나의 주제 상당수가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서 지상파가 어떻게 적응해서 살아남을 것인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의 위기란 주로 플랫폼에 관한 것이었지 콘텐츠의 내용에 관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위기라고 말은 하면서도 늘 그랬듯이 새로운 플랫폼을 막강한 자본으로 흡수해내면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런데 정부 편향적 보도가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면서 팟캐스트로 대변되는 대안언론의 규모가 너무 커져 버렸다. 일부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1인 방송의 포맷을 흡수하기도 하고, 모 종편에선 대담 형식의 팟캐스트 포맷을 차용하기도 했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하고 정부 비판적 보도를 소비하고 싶어 하는 이들은 대안언론으로 확실하게 이동해 버렸다. 어지간한 팟캐스트가 수십, 수백만 다운로드를 매회 기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정권이 교체되어 지상파가 과거처럼 보다 균형적 태도를 갖게 되면 그 중 상당수는 다시 지상파로 돌아갈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이미 지상파에서 보거나 들을 수 없는 직설적인 표현방식에 익숙해져버린 이들이 점잖은 방송을 할 수 밖에 없는 지상파에 과연 과거와 같은 충성도를 가질지 의문이다.
새로운 플랫폼을 마련해서 생존하고자 했던 종편들 역시 고민이 많을 것이다. 종이신문이란 한계를 극복하긴 했지만 내용면에서 보면 과거 종이신문 시절보다 훨씬 더 특정 시청층에만 소구하고 있다. 더구나 그 특정 시청층이란 게 주로 장노년층에 국한되어 있어 주 소비계층인 20~40과는 더 멀어져버렸다. 광고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현재 우리나라 주류 언론 영향력 감소는 매체 환경의 변화보다는 균형적 보도를 포기한 스스로에게 더 많이 기인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기야 ‘관보’처럼 재미없는 게 또 어디 있을까? 오래전 서구 언론들이 ‘(기계적) 균형’을 표방했던 애초의 이유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신문을 팔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주류 언론들이 다시 떠올려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