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스스로 ‘미디어’가 되려 노력하는 세상이다. 인터넷의 영향으로 브랜드의 시대가 저물고 참여의 시대가 열리면서 생기고 있는 현상이다. 중국의 샤오미가 성공한 방식이 바로 이것이기도 하다. 기업이 미디어가 되려는 시대에 기존 미디어는 무얼 해야 하는가?
2주 전 중국 상해를 간 김에 잠시 샤오미 매장에 들렀다. 중국 내에서도 몇 개 안되는 오프라인 매장이라니 그저 한번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온라인 중심 기업이니 큰 기대를 하고 가지는 않았다. 결론적으로 매장의 위치나 모습이 너무나도 평범해서 오히려 비범하게 보였다.
2010년 설립된 샤오미는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보조배터리, 웨어러블 기기, 공기청정기에 이어 최근에는 1인용 전동스쿠터인 30만원대의 나인봇 미니와 UHD(초고화질) TV 판매까지 시작했다. ‘애플의 짝퉁’이라 불렸던 이 5년차 신생기업은 지금 중국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는 삼성을 제치고 1위 기업이 됐다. 국내에 정식으로 진출하지도 않았지만 우리도 주변에서 샤오미 제품을 쉽게 볼 수 있다. 필자도 스마트폰, 보조배터리 등을 사용하고 있다.
샤오미는 단순한 스마트폰 회사나 가전 회사가 아니다. 마케팅 플랫폼 회사이고, 소프트웨어 서비스 회사이다. ‘스스로 미디어가 되어’ 고객의 참여를 끌어내고 고객과 유대감을 만드는 전략을 통해 단기간에 주목받는 기업으로 떠오른 회사다.
이 ‘스스로 미디어가 되는 전략’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공동창업자인 리완창이 자신의 책 ‘참여감’에서 꼽은 샤오미의 전략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과거의 미디어 환경과는 달리 ‘하나의 중심’이 존재하지 않는 인터넷에서는 기존의 권위와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져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업이 스스로 미디어가 되어 정보의 유통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리완창은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 샤오미는 모든 직원과 사용자들이 ‘제품의 대변인’이 되도록 유도한다. 특히 직종을 불문하고 전 직원에게 ‘고객 서비스’를 하고 고객의 ‘친구’가 되도록 요구한다.
이 전략에 따라 샤오미 직원들은 자사의 전자게시판과 모바일 메신저, 그리고 웨이보, 웨이신, QQ공간, 바이두 티에바 같은 다양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고객들과 ‘함께 놀며’ 제품에 대한 요구를 수집하고 제품을 알리며 판매한다. 이런 구조를 만들었으니, 스마트폰의 운영체제를 매주 업데이트할 수 있었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레드미 스마트폰을 745만명에게 구매예약 받고 11분30초 만에 초도물량 10만대를 매진시킬 수 있었다. 이런 마케팅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으니 다양한 분야로 제품군을 확대할 수도 있었다. 항상 ‘판매’가 고민인 대다수 기업과도 다르고, 폐쇄적인 생태계 구축을 통해 성공한 애플과도 다른 모델이다.
특히 샤오미는 과거에 기업이 언론을 찾아다녔다면 지금은 언론이 기업을 찾아다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광고를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콘텐츠를 운영한다. 광고가 주 수익원인 기존 미디어에게는 충격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샤오미는 광고가 아니라 스스로 미디어가 되는 방법으로 거액의 광고비를 절약하고 수천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자체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기업과 고객 사이의 거리를 없애고 ‘직거래’를 하고 있다.
기업이 ‘미디어’가 되려는 시대다. 미디어는 그런 기업에게서 배워야 한다. 신문과 방송의 고품질 콘텐츠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 그 콘텐츠를 소셜 세상과 모바일 세상에 어떻게 확산시키고 사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지에 대한 전략과 전술을 고민해야 한다. 이제 미디어와 미디어 종사자들도 ‘미디어’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