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뉴스는 공짜’라는 인식을 주지 않았다”

[혁신 미디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서] (3)미국

김창남 기자 | 2015.11.17 23:10:24

<월스트리트저널>
20년전부터 온라인 유료화
모바일앱 트래픽 44% 차지
인쇄매체 부수 감소 등 고전
뉴스 플랫폼 다변화로 극복

<디지털 기반 소규모 매체>
하나의 주제 깊이 파고드는
‘싱글 서브젝트 뉴스’ 돌풍
전직 기자들 전문매체 창간
센서저널리즘 등 실험 눈길


지난 9월17일 미국 뉴욕 맨해탄 거리에선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Uber) 운행을 비난하는 팻말을 들고 규제를 촉구하는 ‘뉴욕 택시 노동자연맹(New York Taxi Worker Allance)’의 집회가 열렸다. 이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는 우버 운행이 택시업계 종사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다다랐기 때문이다.


‘손 안의 미디어’인 모바일 기기의 혁명은 교통운반 체계뿐 아니라 전통 매체에도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 업계를 덮친 ‘노도’ 앞에서도 미국 언론들은 다양한 실험과 시도 등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삼고 있다.


독자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모색하고 있는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그 중 한 곳이다.
지난 9월21일 방문한 WSJ는 뉴욕 맨해탄의 대표적인 마천루인 록펠러센터(70층)와 GE본사에 둘러싸인 다운존스 건물 4~7층에 위치해 있다.


WSJ는 배론스, 뉴스와이어, 마켓워치 등과 함께 다우존스가 소유한 미디어 매체 중 하나로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뉴스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이 모기업이다.


거대한 건물 외벽 어디에도 WSJ의 존재를 알려주는 간판은 없지만 전 세계 발행부수 230만여부, 126년 전통을 지닌 권위지의 자부심은 건물 내부 곳곳에 묻어나 있다.


WSJ 6~7층 중앙에는 두 층을 터놓은 ‘뉴스 허브’가 자리잡고 있다. WSJ의 얼굴인 1면을 제작하는 곳으로 내부 구성원이라면 누구라도 7층에서 1면 회의를 볼 수 있도록 오픈 스페이스로 만들었다. 지면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구성원이 다 같이 만든다는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WSJ의 두뇌와 같은 이곳에는 1면 제작회의 등을 진행할 수 있도록 3면에 스크린이 마련돼 있다. 스크린에는 1면 지면 배치를 기사의 중요도에 따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스크린과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를 띄워놓고 있다.


6층 속보팀 옆에는 웹사이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기사와 방문수를 지역, 연령대 등으로 실시간 추적할 수 있는 상황판이 비치됐다. 소셜미디어팀과 관련 에디터가 이를 보고 실시간 대응하기 위해서다.


눈에 띄는 것은 7층에 개발 부서와 마케팅 부서가 함께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개발 단계서부터 마케팅부서 등이 참여해 보다 원활한 소통을 하기 위한 조치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 주요 언론사로 확대돼 워싱턴포스트도 공사 중인 신사옥에는 엔지니어와 마케팅 인력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자리 배치를 설계하고 있다.


자리 배치뿐 아니라 인력 분배에 있어서도 WSJ가 어디에 방점을 두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WSJ는 모바일 앱 개발을 위해 홍콩 지사 1명을 포함해 10여명의 전담 개발자를 둘 정도로 이 분야에 부쩍 신경 쓰고 있다.
에드워드 러셀 WSJ 혁신 책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WSJ의 트래픽 중 44%가 모바일에서 나온다”라고 말할 정도로 모바일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WSJ는 지난 8월 모바일 독자를 겨냥한 ‘왓츠뉴스앱’을 내놓았다. 독자들은 왓츠뉴스앱을 통해 모바일에 최적화된 10개의 주요 헤드라인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WSJ 관계자는 “일부는 서비스가 중단됐지만 현재 10개 안팎의 모바일 앱을 운영 중”이라며 “새로운 앱 개발을 위해 회사에서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자신감은 20년 전 닷컴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을 때부터 유료화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WSJ 관계자는 설명했다. 뉴스를 나르는 플랫폼만 다를 뿐 인터넷이라고 해서 ‘뉴스가 공짜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을 독자들에게 단단히 심어줬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 덕에 WSJ는 2007년 11월 온라인판 유료 구독자가 100만명을 넘기도 했다.


WSJ는 웹에 이어 모바일에 대한 유료화 정책도 초기부터 과감히 대응했다. 지난 2009년 8월 모든 뉴스 웹사이트에 요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선언한 지 1개월 만에 스마트폰 ‘블랙베리’ 사용자들에게 웹과 같은 주당 2달러(신문 구독자 1달러)의 요금을 부과했다.


유료화 여세를 몰아 지난 2010년 4월엔 경제 분야 전문직 독자를 겨냥한 온라인 서비스(wsj.com/pro)를 선보였다. 사이트 이용료는 월 49달러이며 기존 WSJ 온라인 독자는 월 25달러에 볼 수 있다.


이어 지난 9일(현지 시간)엔 ‘가상현실(VR) 기사’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링컨센터 무대 뒤편의 발레리나’라는 기사는 스마트폰에 WSJ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VR 안경인 ‘구글 카드보드’를 통해 시청할 수 있는 데 지난 5일 NYT에 이어 두 번째로 시도되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온라인 독자를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유료화에 일정부분 성공한 WSJ의 경우 ‘독자=돈’이란 공식이 성립되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하지만 126년 간 명성을 이어온 WSJ 역시 지면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WSJ, 다우존스 등을 소유한 뉴스코퍼레이션은 지난 6월 뉴스와 정보 부문의 수익이 9% 쪼그라든 1억35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인쇄매체가 고전하면서 광고수익은 12%, 신문배달 및 구독수입 6% 가량 떨어진 게 주된 이유다. 이에 따라 유럽지국 규모를 축소하는 한편 모바일, 인터랙티브 그래픽, 데이터 저널리즘 등에 대한 투자를 강화한다는 게 WSJ의 구상이다.


반면 디지털저널리즘을 기반으로 한 소규모 매체의 돌풍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디지털 저널리즘으로 무장된 ‘싱글 서브젝트 뉴스 사이트(Single-subject news site)’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사이트는 기성 언론에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존재가 되고 있는데 틈새시장을 겨냥한 수용자 중심의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새로운 도전자이자 협력 동반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싱글 서브젝트 뉴스 사이트는 한 주제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언론매체로 기후전문 사이트인 ‘인사이드클라이메이트’(www.insideclimatenews.org), 시리아 난민문제를 깊이 있게 취급하는 ‘시리아디플리’(www.syriadeeply.org), 공립학교 전문 ‘초크비트’(www.chalkbeat.org)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신재생에너지·환경 전문 ‘인사이드클라이메이트’는 2013년 퓰리처상까지 수상했다.


특히 기성매체 입장에선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구조조정 여파 탓에 생긴 ‘공백’이 크기 때문에 이들 매체와의 협력은 물론 인수에도 적극적이다.


실제 ESPN는 2008년, 2012년 미국 대선과 상원 선거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해 ‘족집게 통계분석가’란 별칭이 붙은 네이트 실버가 만든 ‘파이브서티에이트(538)’와 지난 2013년 다년간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WSJ 출신의 월터 모스버그와 카라 스위셔가 만든 IT전문 매체 리코드(RE/CODE) 역시 지난 5월 신흥 미디어 강자인 복스미디어(Vox Media)의 러브콜을 받았다. 2014년 뉴스서비스를 시작한 리코드는 IT마니아를 위한 실리콘밸리 소식을 발 빠르게 다루고 있으며 매달 150만 페이지뷰가 나올 정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저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린 유명 언론인 역시 이런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2013년 ‘미국 NSA의 불법 도청 폭로’로 세계적인 특종을 한 가디언 USA의 글렌 그린왈드 기자는 동료 2명과 함께 국가 감청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더 인터셉트’를 만들었다.


뉴욕타임스 편집장 출신인 빌 켈러가 참여해 미국의 사법제도를 집중 취재하는 ‘마셜 프로젝트’도 이런 성격을 가진 매체다.


지난 9월 오픈한 ‘카나비스(대마초) 와이어’의 경우 싱글 서브젝트 뉴스 사이트가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 출신의 앨리슨 마틴 카나비스 와이어 공동 창업자는 “미국 내 의학용과 마약용 대마초 이용자가 2000만명 가량될 뿐 아니라 학부모들도 대마초가 합법화되면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 때문에 뉴스에 대한 수요가 많을 것을 예상하고 그 독자수에 주목해 창업을 했다”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의 토대 위에 디지털저널리즘과 대학의 실험 정신이 녹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컬럼비아대 토우센터에선 뉴욕시의 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센서저널리즘’을 도입해 연구 중이다.
뉴욕의 골칫거리인 쥐에 센서를 달아 쥐의 동태 등을 살피기 위한 ‘템플턴 프로젝트’(아동동화 ‘샬롯의 거미줄’에 나온 심술궂은 쥐 이름)는 NYT 등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서 미국 뉴욕 공영방송사 WYNC가 2013년 ‘매미 추적기’란 인터랙티브 기사를 내보내 반향을 일으켰다. 센서저널리즘은 센서로 측정한 데이터와 이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특정 사안을 보도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미국 언론 역시 혁신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과도기지만 여러 시도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 더구나 그동안 품지 못했던 ‘밀레니엄 세대’를 끌어안기 위한 언론사간 몸싸움이 치열해질수록 다양한 시도가 이루지고 있다는 점은 우리 언론이 눈여겨 볼 대목이다.

뉴욕=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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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이 저널리즘 발전에 도움”
클레어 워들 컬럼비아대 토우센터 디렉터


미국 뉴욕에 위치한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 산하 연구기관인 토우센터는 디지털저널리즘의 산실이다. 학생들이나 연구원들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빛을 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레어 워들 토우센터 리서치 디렉터는 지난 9월18일 가진 인터뷰에서 “디지털 기술과 저널리즘 간 접목이 저널리스트들에게 더 많은 데이터, 소스 등을 제공하거나 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밝혔다.


토우센터는 현재 20개 프로젝트·31명의 연구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선정기준은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미디어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나 주제인데 전산저널리즘, 로봇저널리즘, 데이터저널리즘, 센서저널리즘 등이 주된 연구 내용이다. 토우센터는 2010년 렌 토우(Len Tow)씨의 기부로 설립됐고 미국 나이트재단으로부터 지난 3년간 300만달러를 지원받는 등 각계의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는 “스포츠와 경제 분야 등과 같이 정형화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분야에는 로봇 적용이 가능했지만 다음 단계인 정형화된 데이터가 없는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독일 컴퓨터 공학자 출신의 연구원은 로봇이 선거예측 기사를 쓸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자들이 쓴 기사가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워들 디렉터는 “기사의 조회수가 기자 개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자지라방송에서 온 캘러 씨가 연구하고 있다”며 “뉴스 링스란 플랫폼 개발을 통해 행동변화를 잴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버즈피드 등에 노출된 기사가 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기업들의 마케팅 도구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며 “특정 기업을 위해서라기보다 미디어산업 측면에서 독자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한 연구”라고 소개했다.


그는 “쥐에 센서를 달아 동선 등을 파악하기 위한 템플턴 프로젝트도 진행 중인데 센서저널리즘을 통해 새로운 저널리즘을 시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NYT 등 주요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보일 정도”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기술을 접목시킨 디지털 저널리즘이 취재환경을 더욱 풍족하게 할 뿐 아니라 위기의 언론 산업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워들 디렉터는 믿고 있다.


워들 디렉터는 “현재 가상현실, 인공지능, 데이터저널리즘, 대책을 중심적으로 보도하는 솔루션 저널리즘(Solution journalism),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등 다양한 연구 활동이 토우센터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워들 디렉터는 수용자 중심의 콘텐츠 제작에 있어 세계적인 전문가로 지난 2009년 BBC의 의뢰로 소셜미디어 정보 수집 및 검증 프로그램을 개발, 전세계 기자 3000여명을 훈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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