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위기와 언론

[언론 다시보기]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금 대학은 위기다. 내부 구성원들의 잘못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위기는 외부 요인으로부터 비롯된 측면이 더 크다.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교수신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학교수 대부분은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대하고 있으며,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교육부 해체에 있다고 대답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언론에서 이런 문제를 다루는 기사를 접하기는 매우 어렵다. 대학이 위기라는 생각은 구성원들만의 착각일까?


교육부는 총장 임명 문제로 국립대를 흔들어 놓았다. 민주화 이후 국립대들은 총장직선제를 실시해왔다. 교육부는 재정지원을 무기로 직선제를 포기하도록 압박해왔다. 그런 와중에 각 대학의 규정에 따라 총장 후보를 선출한 공주대, 방송통신대, 경북대 등에서는 총장 공백이 1년 또는 2년을 넘어가고 있다. 교육부가 그 사유를 제시하지도 않으면서 대통령에게 총장 임명 제청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총장 후보자들이 비판적 발언을 해서 밉보였기 때문일 것이라 추론할 뿐이다. 당연히 대학구성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순천대의 경우는 대통령이 2순위 후보자를 총장으로 임명했다. 왜 2순위 후보를 임명 제청했는지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이런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져도 언론은 무심하다. 조금 관심을 보이기는 했다. 교수가 처음으로 대학문제로 자살을 하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다. 즉 부산대 고 고현철 교수가 투신 자살을 했을 때 반짝 주목했을 뿐이다. 총장직선제를 비롯해 교육 황폐화를 초래할 대학 구조 ‘개혁’ 정책, 시간 강사 대량 해직을 초래할 시간강사법, 교수 직원 등의 해직·파면 등이 자행되고 있는 비리 사학의 현실과 이를 방치하는 교육부 등에 항의하기 위해 1300 여명의 교수 연구자가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었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주목하지 않았다.


소위 김희정 법안이나 이를 대체하겠다는 안홍준 법안은 대학을 평가하여 정원을 강제로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대학도 평가대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물적 조건에 대한 평가여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평가를 낮게 받아 퇴출돼야 하는 사학의 설립자와 그 가족들이 한 몫 챙길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특히 무능 비리 사학 이사장들의 ‘먹튀’를 법적으로 제도화하겠다니 어이가 없다. 하지만 이를 심층적으로 비판하는 기사를 주요 언론에서 보기는 정말 어렵다.


비리 사학의 문제는 심각하다. 상지대에서는 비리 사학의 대명사라는 김문기씨가 복귀했고 복귀를 반대하는 교수들을 차례로 파면, 해임하였다. 수원대에서도 6명의 교수가 해임 상태다. 재판에 이겨도 복귀할 수 없다. 그래도 상지대는 그나마 가끔 언론에서 상황을 전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심층 해부하는 기사는 없다. 반면 소위 탱화 절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부 총학생회장이 50여일째 단식하고 있는 동국대 기사를 찾아보기는 정말 어렵다. 학생 단식을 보다 못한 교수들이 단식 중단을 호소하며 단식에 동참한지 3주일이 넘어 가고, 직원, 스님들이 단식에 동참해도 언론은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이를 보도한 불교신문이 조계종의 광고, 구독, 취재 협조 중단 등의 탄압에 직면하고 있을 뿐이다.


대학은 우리 미래를 위한 학문의 산실이며, 우리 사회의 중추 구실을 할 민주 시민을 양성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대학에서는 학문과 교육이 우선돼야 하고, 민주주의가 보장돼야 한다. 그런데 이런 대학이 전술한 바와 같이 황폐화 되어 가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언론들은 이런 사안들이 언론의 의제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가? 우리 언론의 뉴스판단 기준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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