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라서 모임이 잦다. 회장이니 총무니 새로 살림을 맡을 사람을 뽑기도 한다. 자체 규정에 따라 책임을 맡는 분위기지만 ‘잘할 때까지 계속해’라며 농담을 던지는 친구들도 있다. 웃자는 이야기지만 특정한 경우에는 상당히 무서운 농담이 된다. 100여일 뒤로 다가온 국회의원 선거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렇다. 국회의원을 뽑으면서 ‘잘 할 때까지 계속’이라고 외칠 유권자들은 없을 것이다. 적어도 ‘잘해왔으니 한번 더’ 정도의 구호는 되어야 표심을 얻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는 세대교체가 전폭적으로 이뤄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수권정당으로서 면모를 갖추지 못하고 분열하는 야당이나 최고권력자와 가까운 ‘진실한 사람’만을 찾는 여당, 선거구조차 획정하지 못하고 이전투구에 열중하는 정치권을 보면서도 ‘한번 더’에 찬성할 유권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청년일자리, 민생, 사회복지, 북핵 등 쌓여 있는 국내외적 문제를 보면 더욱 그렇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여야 수장들도 유권자들의 민심을 모를 리는 없을 터이다. 연일 인재영입이라면서 새로운 인물을 내세운다. 물갈이를 할 테니 한번 더 밀어주라는 얘기다. 4년마다 되풀이되는 이런 눈속임이 이젠 약효가 떨어졌을 법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통하는 게 정치판이다.
19대 국회의원 중 세 번 이상 선출된 의원은 81명이다. 재선의원 71명까지 포함하면 전체 의원 과반수가 8년 이상 국회의원을 한 셈이다. 초선의원은 16대 111명, 17대 188명, 18대 134명, 19대 148명이다. 2000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건 이후 여대야소 형국이 있던 16대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물갈이는 절반 밑이었던 셈이다.
반면 국회의원의 평균 연령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7대 때 51세이던 평균연령은 18대에는 53.4세, 19대에는 58세로 높아졌다. 선거가 4년마다 치러지는 것에 발맞춰 의원들 나이도 따라서 올라가고 있는 추세다. 재선이상 의원이 늘면서 직업으로서 국회의원 현상이 고착화되는 것이다. 오랜 관행인 정치권의 계파정치도 국회의 고령화를 부추겼다. 전반적인 사회인구의 노령화와 투표권자들의 고령화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문제는 사회가 고령화되고 정체화될수록 기득권 층은 현실에 안주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앉으면 눕고 싶은 게 사람의 속성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내뻗은 다리가 다른 사람이 앉아야 할 자리를 뺏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비단 우리의 문제만은 아닌 듯 하다. 프랑스에서는 70세 이상에 대한 피선거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헌법상 평등권이나 참정권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역시 직업화된 정치인들의 권한 남용과 미래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는 정치성향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정치는 현실에 기반을 두고 미래를 바꾸는 작업이다. 공동체가 바라는 꿈을 장래의 현실로 만들어 내는 길을 개척한다. 현상을 유지하는 것은 정치의 절반밖에 수행하지 않는 것이다. 나머지 절반은 미래에 있다. 그래서 정치는 현실에서 모순이 가장 첨예하게 맞부딪히는 현장을 겪고 있는 자들에게 가장 절실하다. 그러나 지금의 국회는 노령화 되어가고 기득권층은 자신의 지위 유지에만 몰두하고 있다.
여야 막론하고 인재영입이라면서 젊은 유권자들에게 표심을 받고자 하지만 그것도 선거철 한 때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한다고 젊은 유권자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물론 투표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떠나고 싶은 나라가 아니라 미래세대에게 물려주고 싶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청년과 사회 소수자들이 지금 정치세력화를 준비해야 한다.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