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와 박성제, 그리고 권성민

[언론 다시보기]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

MBC의 최승호 PD, 박성제 기자 두 해직언론인이 근거 없이 해고되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백종문 현 MBC 미래전략본부장이 과거 한 자리에서 두 사람이 파업의 배후란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고했다고 밝힌 것이다. 두 사람의 해고 당시 백종문씨는 인사위원회 위원이었다.


사실 두 사람의 해고 사유가 불분명한 건 해고 당시부터 논란이었다. 두 사람은 당시 파업을 주도하던 노동조합의 간부도 아니었고, 파업 중에 다른 구성원들과 다른 돌출(?) 행동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파업했던 수많은 MBC 구성원 중 평범한 두 명의 언론인이었을 뿐이다.


물론 두 사람이 갖는 상징성은 존재했다. 최승호 PD는 PD수첩을 통해 MBC 내부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에게 부패와 비리를 파헤치는 공정 언론의 대명사로 여겨졌고, 박성제 기자는 MBC 보도국에서 가장 신망 받는 선배 기자 중 한명이었다. 우리가 흔히 ‘언론인’이라고 생각하는 상식적인 형태에 가까울 뿐이었다.


그렇게 보면 두 사람의 해고 사유는 역설적이게도 ‘상식적인 언론인’이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상식적인 언론인이었기 때문에 딱히 꼬투리를 잡을 것이 없었을 것이고, 딱히 꼬투리를 잡을 것이 없었으니 해고를 하려면 ‘그냥’ 해고를 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추론이라고 하기에 너무 어이가 없지만, 바꿔 말해 그만큼 어이없는 해고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어이가 없는 건, 이 두 사람을 해고시킨 MBC가 이후 보여주는 보도의 수준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전원구조’라는 MBC의 대형 오보는 상식적인 언론인이 해고된 이후의 상황이 결코 ‘관념적 불의’에 그치는 게 아니라 ‘물리적 펑크’로 나타난다는 걸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상식적 언론인을 언론사에서 거세할 때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실제로 MBC는 부당한 해직만이 아니라 기존에 보도를 담당하던 많은 구성원들을 파업 종료 후 비제작 부서로 ‘그냥’ 발령을 내버렸다. ‘그냥’ 발령을 한 것을 보아 이들도 ‘상식적’이었으리라 추론 가능하다.


이후 그 자리를 기존에 그 자리에 적합한 능력이 있다고 여겨지지 않았던 이들이 장악했다. 그들이 적합한 능력을 갖추지 않았다고 추론할 수 있는 건 1차적으로는 MBC 내부의 평가지만, 그들 스스로가 그게 ‘이념’이나 ‘성향’의 문제라고 굳이 주장한다면 전원을 구조했는지 안했는지 현장에 가서 눈으로 확인하고 기사를 쓰는 게 ‘이념’이나 ‘성향’의 문제는 결코 아니라는 점에서 그들의 논리는 간단하게 반박된다.


하지만 그러한 사정을 평범한 시청자들이 다 알 수는 없는 법. 외부에서 MBC를 보는 국민들은 한 때 공정방송한다고 파업하더니 지금은 다들 입다물고 있다며 싸잡아 비판을 하게 된다. 그런 비판을 들을 때마다 상당수 구성원들은 비제작 부서로 쫓겨나 있다고, 우리들이 만든 뉴스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있으니 자괴감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으리라.


바로 이걸 옆에서 지켜보다 안타까움을 참지 못한 3년차 예능PD가 인터넷 한 게시판에 올린 게 다름 아닌 ‘나는 엠빙신 PD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다. 제작에서 쫓겨나 뉴스를 만들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욕은 싸잡아서 함께 먹는 보도국 출신 동료들에 대해 나름의 변명을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바로 그 예능PD가 징계 복귀 후 올린 웹툰에 ‘유배’라는 표현을 썼다가 징계를 받는 ‘권성민 PD’다. 아마 조연출로 해직된 건 유례가 없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보면 모든 건 다 연결이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최승호 박성제의 해고,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 3년차 해직 PD까지. 빙글 빙글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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