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평택에서 벌어진 가정 내 아동폭력 사건과 사건 용의자를 지칭하는 언론보도의 표현은 제각각이다. ‘평택 계모 학대사건’, ‘평택 아동학대 사망사건’, ‘원영이 사건’, ‘평택 락스계모’, ‘평택 악마계모’…. 재혼가정에서 벌어진 아동학대 사건을 이름 지을 때 ‘계모’라는 명칭을 사용한 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울산 계모사건, 칠곡 계모사건이라 불렀다. 추측하기로는 울산 ‘서현이 사건’에서 울산지방검찰청이 수사공판자료집을 펴내며 붙인 제목이 ‘울산 계모사건’이었고, 언론도 더 자극적인 제목이 될 수 있기에 재혼가정의 아동학대 사건을 계모·계부 사건으로 표기하는 관행이 자리 잡은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는 동일한 신분을 가진 다른 선량한 이들의 이미지나 명예, 사회적 위신이 크게 실추될 수 있어 가급적 금해야 한다. 계모·계부 외에도 용의자나 피고인이 외국인 노동자, 탈북자, 노숙자 등 사회적 소수자일 경우는 특히 차별과 편견이 발생치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사건 초기와 달리 지금은 주로 ‘원영이 사건’으로 불리고 있는데 이 사건명이 적합하다고 본다.
그 다음은 ‘계모’라는 명칭을 적극 사용하고 가혹한 행위를 반복해 자세히 설명하면서 재혼가정 여성들이 얻게 되는 편견의 문제. 다행히 연합뉴스가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2014년 기준)’를 찾아내 ‘‘계모=학대’ 사회가 만든 편견…77%가 친부모 학대’라는 기사를 송고하고 다수의 신문·방송이 이를 인용하면서 계모에 대한 편견이 과도하게 확산되는 걸 제어할 수 있었다. 다만 학대를 당한 아동 1만명의 가정유형별 분류에서 친부모 가정이 44.5%, 한부모 가정이 32.9%, 재혼가정은 7.5%이니 계모나 계부보다 친부모가 더 폭력을 행사한다고 설명한 것은 근거로서는 다소 부족했다. 친부모라는 모집단보다 계부·계모라는 모집단이 훨씬 작으니 친부모 중 몇 %가 아이를 학대한 반면 계부·계모 중 몇 %가 아이를 괴롭혔는지의 통계를 제시해야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다.
물론 연합뉴스의 해당 보도도 모집단의 크기가 다른 점을 언급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사건 수가 이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면 계모에 대한 편견은 부당하다고 지적했지만 역시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다. 계부·계모가 친부모보다 아이에게 덜 폭력적임을 명확하게 드러낼 통계자료를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간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통계는 전체 아동학대 증가율과 재혼가정에서의 아동학대 증가율을 비교하는 것이었다. 검색해 보니 아동학대 사례는 지난 2010년에 5600여 건에서 2014년에는 1만 여건으로 급증해 4년 사이에 80% 이상 늘었다는 통계자료가 나와 있었다. 중간에 신고제도 강화 등의 조치가 있어 급증하긴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아동학대가 1년에 15~20%씩 꾸준히 증가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2014년 기준 아동학대 현황보고’에서 재혼가정 학대 비율은 6.7%에서 7.5%, 가해자 중 계모 및 계부 비율 1.9%와 1.3%는 각각 2.4%, 1.9%로 겨우 0.6∼0.8%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추정한다면 계부·계모에 의해 아동학대가 발생할 가능성은 친부모보다 훨씬 적다고 추정할 수 있다.
덧붙이고 싶은 건 ‘해당 보도가 근거로 든 통계치가 모집단 크기의 격차에 의해 신뢰도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을 일반 독자들이 보도 직후 즉각적으로 제기했다는 점이다. 우리의 분발과 치밀함이 더욱 요구되고 있음을 무겁게 받아들이자.
또 한 가지,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 연합뉴스가 ‘2015 기준 전국아동학대 현황’(속보치)를 인용해 증가율을 근거로 앞서의 보도를 보완하는 기사를 송고했다. 충실한 후속보도를 높이 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