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개성공단 폐쇄를 발표한 지난 2월10일, “리영길 북한군 총참모장이 2월초에 처형됐다”는 보도자료를 출입기자들에게 보냈다. 당일 방송과 다음날인 2월11일 대다수 신문은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리영길 처형설’을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북한 노동신문은 5월10일 사진과 함께 리영길 전 참모장이 제7차 노동당대회에서 중앙군사위원과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임됐다고 보도했다.
'리영길 처형설'은 정부 발 북한 정세 보도에 의존한 무더기 오보 사태의 한 단면이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가 13일 서울시 NPO센터에서 개최한 ‘평화통일을 위한 언론의 역할’ 토론회는 북한 관련 보도의 문제점을 성찰하는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인구 뉴시스 북한전문기자는 “북한 관련 보도는 오보인지 확인이 쉽지 않으며, 오보로 판명날 때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며 “언론은 북한 관련 보도에 신중을 기하고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제훈 한겨레 통일외교팀장은 “북한 보도는 사실 보도가 중요하고 교차 검증과 확인이 필요하다”며 “정보 신뢰도가 떨어지는 탈북자 발언 보도는 엄격하게 제한될 필요가 있다. 탈북자들이 김정은에 대해 말하는 ‘믿거나 말거나 뉴스’가 공적매체에 유통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정민 KBS 기자는 “확인 불가능한 대북 보도가 쏟아지고 있고, 매체·기자별 프레임에 따라 같은 현상을 정반대로 보도하고 있으며, ‘정부발 보도’로 북한 보도가 수렴되고 있다”면서 “팩트에 기반한 취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치관 통일뉴스 편집국장은 리영길 처형설 오보를 근거로 제시하며 “정부가 북한 정보를 이용해 언론 플레이를 벌이고 있다”면서 “언론에 대한 대북 정보 차단은 매우 구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류지영 서울신문 기자(한국기자협회 남북통일분과위원장)는 언론이 북한 체제 붕괴론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 기자는 “언론 보도는 20~30년 안에 통일되지 않을 것을 전제로 출발해야한다”며 “남과 북은 ‘이혼한 지 70년 넘은 부부’인데 억지로 합치려는 것보다는 서로를 인정하며 공존하는 법을 찾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대북 방송보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발제에서 총선 이후인 4월14일부터 5월31일까지 지상파 3사의 북한 관련 보도를 분석했다. 김 처장은 “MBC는 48일 중 13일, SBS는 12일에 걸쳐 북한 보도를 내지 않았지만 KBS는 48일 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북한 보도를 쏟아냈다”면서 “KBS의 ‘북풍 몰이’가 일상화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