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6개월만에 복귀한 KBS 이사들, 새 이사장 선출 두고 대립

복귀 후 첫 이사회 파행… 서기석 이사장 불신임안 논의 전망
'박장범 사장 감사 요구안' 등 25일 정기이사회서 처리될 듯

법원 판단으로 1년 6개월 만에 복귀한 12기 KBS 이사들의 첫 이사회가 새 이사장 선출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종료됐다. 여권 성향 이사들은 이사장 선출 안건 상정을 거부한 서기석 이사에 대해 불신임안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23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는 두 차례 정회 끝에 종료됐다. 김찬태·류일형·이상요·정재권·조숙현 등 이사 5인이 제출한 ‘한국방송공사 이사장 선출안’을 서기석 이사장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안건 상정 여부를 두고 이사 간 대립이 이어졌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서기석 KBS 이사장(가운데)이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 제공

앞서 19일 이들 여권 측 이사 5명은 이사장 선출안을 KBS 이사회 사무국에 긴급 안건으로 제출했다. 법원 판결과 결정에 따라 임기가 만료됐던 5명의 이사가 복귀하는 만큼, 새 이사회 운영의 민주성과 합리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새 이사장 선출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은 3일 서기석 이사장을 비롯한 KBS 13기 이사 7명을 KBS 이사로 임명한 처분의 집행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앞서 1월22일 법원은 ‘2인 체제’ 의결로 이뤄진 이사 임명 제청이 위법하므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임명 처분 역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방송법상 임기가 만료된 이사는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하도록 규정돼 있어, 2021년 임명된 12기 이사들이 1년 6개월여 만에 다시 직무를 맡게 됐다.

KBS 이사회는 통상 개최 48시간 전 긴급안건이 제출되면 자동 부의된다. 그러나 서기석 이사장은 “법률 검토 중” 등의 이유로 이 긴급안건을 23일 임시이사회의 공식 안건으로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측 이사들은 이날 열린 KBS 이사회에서 안건 부의를 거부하는 것은 이사회 운영 규정에 위배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재권 이사는 “이사회 운영규정을 비롯해 관련 규정 어디에도 5명의 이사가 제출한 긴급안건을 이사장이 의제로 삼지 않을 권한이 없다”면서 “이사장께서는 안건을 상정하거나 안건 상정 여부에 대해 전체 이사의 뜻을 물어달라”고 요구했다.

여권 측 김찬태 이사 역시 “(안건이) 정해진 시간에 통보가 되지 않았고 다뤄야 할 의제에서도 빠져 있었다”면서 “고의로 안건 통보를 회피한 건 명백한 규정 위반 행위”라고 지적했다.

야권 측에서도 이사장 선출 안건 상정 여부를 두고 다수결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석래 이사는 “이사회 호선을 통해 이사장을 선출하는 만큼, 이사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그러면 (이사회) 다수가 이사장 선출을 원하는지 거수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KBS 이사회.

반면 서기석 이사장은 이사장 선출 안건을 상정하는 것이 상위법인 방송법에 저촉된다는 입장이다. 서 이사장은 “공사 정관 10조 3항을 보면 임기가 만료된 이사장의 이사는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그 직무를 수행한다고 명시했다”면서 “방송법과 KBS정관은 저를 이사장으로 현재 이사장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가 이사장으로 있음에도 새로운 이사장 선출을 논의하는 것은 법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이사장 선출 안건을 거부한 것이) 잘못됐다면 이것을 사유로 이사장 해임을 하면 물러나겠다. 불신임안이든, 해임안이든 이사회 안건으로 올리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제출된 이사장 선출안 대신 이사장 해임안을 먼저 의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여야를 막론하고 서 이사장이 이사장으로서의 직무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자의적인 해석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조숙현 이사는 “방송법에는 임기가 만료된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한다고만 되어 있지 이사장에 관한 규정은 없다”면서 “이사장 지위에 대해서는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안건 상정을 통해 논의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조 이사는 “KBS 모든 이사의 임기가 만료된 상태에서 방통위가 어처구니없고 위법하게 이사 7명을 임명했기 때문에 12기 이사들이 이사회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위치에 불과하다”면서 “이사회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새로운 기구에서 새로운 의장을 선출해야만 이사회가 적법하게 운영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의장을 선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권 측 이은수 이사 역시 “(13기 이사들의 임명 처분을 취소한) 판결문과 결정문에는 이사 7명에 대한 임명처분을 무효로 했을 뿐 이사장과 이사 6인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다”면서 “이사장 선출 권한은 이사회에게 있고, 이는 관행적으로 이사회에서 결정할 일이다. 다수결을 통해 결정하자는 것”이라며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의가 평행선을 오가면서 이사회 회의는 두 차례 정회했다. 이 과정에서 “말 함부로 하지 마시라”, “‘나를 해임하라, 배 째라’는 것 아니냐”는 등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결국 정재권 이사가 “여권 측 이사 5명을 비롯한 이사들이 서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 안건 제출을 논의하겠다”고 하면서 회의가 종료됐다.

이사들은 이날 처리가 예정되어 있던 복리후생관리규정 개정안과 인사규정 개정안을 비롯해 박장범 KBS 사장 의혹 관련 9시 뉴스 보도의 방송심의 규정 등 위반 여부 감사 요구안 등 의결안건 3건과 2025 회계연도 결산안, 2026년 기본운영계획안 등 보고 사항 2건은 25일 정기이사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서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안은 25일 이후에 열릴 이사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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