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동영상 독점권 강화…취재 진입장벽 우려

[상생과 거리 먼 포털 드라이브] ①영상마저 집어삼킨다
음반·시사회 등 독점 중계
영상취재 막아 우려 목소리
포털 "연예기획사 요청 때문"

포털이 ‘온라인 생태계’에 깃발을 늘리고 있다. 최근엔 동영상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하면서 포털 독점현상이 더욱 가속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온라인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대해선 책임을 방기하고 오히려 그 책임을 언론 등 외부로 돌리고 있다.

언론이길 거부하지만 언론보다 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포털. 하지만 비대해진 힘에 비해 언론과 공생할 수 있는 상생모델은 여전히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자협회보는 이런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 외화 ‘닥터 스트레인지’ 개봉(10월26일)을 앞두고 지난달 14일 영화담당 기자를 대상으로 한 라이브 컨퍼런스가 열렸다. 하지만 기자회견이 있기 전 이미 네이버 V앱을 통해 관련 내용이 생중계됐다. 이 때문에 영화기자협회는 지난달 20일 성명을 내고 “이미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관련 내용을 홍보한 뒤 개최한 회견은 무의미하거니와 해당 행사를 위해 기자를 들러리 삼은 것”이라며 반발했다.


#. 지난 7일 인기그룹 B.A.P의 두 번째 정규앨범 쇼 케이스(일종 시사회)가 열렸지만 영상취재를 불허했다. 카카오가 인수한 멜론에서 독점 실황 공개 일정이 잡혀있었기 때문이다.


텍스트 기사에 이어 영상마저 ‘포털 종속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양 포털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주요 음반이나 공연의 쇼 케이스(시사회) 등을 독점 중계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인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언론계로 돌아가고 있다.


더구나 최근엔 K팝을 넘어 클래식, 오페라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주요 언론사 문화부 기자들과의 마찰이 늘고 있다는 게 언론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포털의 동영상 강화는 예견된 일이다. 포털 역시 모바일 시대를 맞아 동영상 강화에 손 놓고 있을 경우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 모바일 수용자를 빼앗기기 때문에 맞불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열린 커넥트 컨퍼런스에서 올해 사업의 큰 줄기로 ‘라이브(Live)’를 꼽았다. 커넥트 컨퍼런스는 네이버의 주요 사업방향을 대외에 알리는 행사다.


이후 네이버는 올해 브이 라이브(V Live)를 통해 K팝에 이어 패션, 뮤지컬, 드라마 등으로 영역을 확대했을 뿐 아니라 듀얼 라이브, 오디오 필터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였다. 카카오 역시 올해 인수한 멜론 등을 통해 동영상 경쟁에 뛰어들었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불과 2년 전 일이다. 네이버는 2014년 말 동영상 서비스 ‘TV캐스트’ 안착을 위해 불리한 조건으로 지상파 3개사, 종합편성채널(종편) 등과 계약을 맺었다는 게 언론계 평가다.


네이버는 이들 방송사 콘텐츠를 3~5분 내로 짧게 편집해 서비스하고 여기에다 광고를 붙였다. 광고수익의 90%를 방송사가 갖는 대신 이들 방송사는 유튜브에서 ‘다시 보기 서비스’를 내렸다. 이 덕에 수용자들을 끌어 모은데 성공한 네이버가 ‘브이 라이브’ 등을 통해 독자적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언론계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뉴스 유통 주도권을 네이버에 빼앗겼듯이 동영상마저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동영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언론사 입장에서 양 포털의 이런 움직임이 거대한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단순히 텍스트 기사보다는 영상 등이 결합된 ‘융합 콘텐츠’가 중요한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또 다른 제약이 생긴 셈이다.


특히 양 포털이 독점 중계하는 제작 발표회, 쇼 케이스 등은 동영상 취재가 원천적으로 가로막혀 있는 경우도 적잖다. 실제로 인기그룹 트와이스, 마마무, 에이핑크 등의 쇼 케이스가 이런 이유에서 동영상 취재가 막혔다.


이런 상황이 빚어진 데 대한 책임이 포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프로모션을 원하는 기획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측면도 있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네이버와 같이 거대한 프로모션 플랫폼을 필요로 하는 기획사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양 포털이 독점 생중계하는 쇼 케이스 등은 영상 취재가 불가능해졌다”며 “포털에 영상이 노출된 이후에나 관련 영상을 쓸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포털이 가진 사회적 영향력 등을 감안하면 독점권이나 선 공개권 등을 행사할 게 아니라 언론사에도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경제지 온라인 담당 고위 관계자는 “포털 역시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보니 트래픽이나 매출 등을 감안해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인 K팝 등 동영상에 대한 독점권을 강화하고 있다. 기획사와의 계약관계를 내세우고 있지만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힘을 남용한 것”이라며 “언론사 역시 이해관계에 따라 공통된 목소리를 내지 못한 데다 문제의 심각성마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기획사와의 계약에 따른 선 공개권을 행사할 뿐”이라며 “영상 취재를 불허한 것은 연예기획사의 의사결정 영역”이라고 말했다.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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