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촛불을 잠재울 순 없었다. 지난 1일 서울 광화문에는 형형색색의 우산을 든 시민들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대규모 탄핵촉구 촛불 행렬 뿐만 아니라 태극기 부대도 맞불 집회를 열며 어지러운 모습이었다.
“촛불 현장에서 시민들을 편하게 모시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박성제 MBC 해직기자가 홍여진 뉴스타파 기자와 함께 거리로 나왔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뉴스타파 속 코너 ‘뉴스포차’ 공개방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세종문화회관 건너편 길목에 설치된 뉴스포차 세트는 빗속에도 시선을 끌었다. 언뜻 보기에는 여느 포장마차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조명이 향한 곳에는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친구, 촛불집회 때마다 데이트를 나온 모자 커플 등이 있었다. 이들이 4개월동안 촛불을 들면서 가장 뭉클했던 순간을 언제였을까. 출연진과 MC가 소주를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에 수십 여명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췄다.
“그동안 기자생활을 하면서 MC를 맡은 건 처음이거든요.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애드립을 해야 해서 상당히 부담이 되더라고요. 뉴스포차 첫 회 때만 해도 유재석씨나 강호동씨 같은 유명 MC들이 어떻게 진행하는지 지켜보고 예능감도 살려보려고 했는데, 기자 출신이다보니 한계가 있었어요. 지금은 ‘없는 끼를 내려고 하지 말자’ ‘기자처럼 하되 편안하게 가자’는 마음으로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뉴스포차는 우여곡절 끝에 10회를 맞이했다. 처음 제작진과 박 기자가 기획할 때만 해도 ‘이슈를 파헤치는’ 평범한 코너에 불과했다. 브레인스토밍 끝에 “술을 마셔볼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고 지금의 포장마차 모양새가 됐다. 110만원에 불과한 세트 비용에 술만 있으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점은 굉장한 매력이었다.
“‘어떻게 질문을 하고 대답을 끌어낼까’도 중요하지만 결국 ‘어떤 사람이 나오는지’가 관건이에요. 초반부터 안민석 의원을 비롯해 표창원-박주민 의원, 김경진 의원, 김제동씨 등 대중에 친숙한 인물이 나오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라고요.”
특히 뉴스포차는 안희정, 이재명, 심상정 등 ‘대선주자 릴레이 인터뷰’를 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시간이 정해진 방송인터뷰와 달리 충분한 설명이 가능한 만큼, 후보자 입장에서도 국민들에게 자신의 뜻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기회였다.
박 기자는 “대본을 미리 주지 않고 편집도 거의 하지 않고 내보내는 거라 (후보자들이) 굉장히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자신의 공약이 왜 나오게 됐는지 진심을 충분히 설명할 시간을 주기 때문에 대체로 만족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 비결에 대해 “정치인들은 자기가 유리한대로 아전인수 하는 경향이 있어서 팩트를 제대로 알고 지적하는 게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시민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 논란이 됐던 부분을 파헤치기 위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서 검증하겠다”고 전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