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광고 축소, 삼성판 블랙리스트 아니냐"

양상우 한겨레 대표이사 인터뷰

양상우 한겨레 대표이사는 3년 만에 한겨레로 돌아왔다. 2011년부터 3년간 한겨레 대표이사를 지낸 그는 2014년 1월 연임을 노리던 선거에서 낙선한 뒤 회사를 떠났다. 이후 대학원에서 미디어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 지냈다.


그런 그가 지난 1월 대표이사 선거에 다시 출마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는 ‘양상우가 필요하다’며 적잖은 동료들이 찾아와 새벽녘까지 숱한 이야기를 쏟아냈다고 했다. 떠난 사람을 왜 다시 찾는 걸까? 결국 그는 결선투표에서 3표 차로 신승했다.


-2014년 1월 낙선 이후 3년 만에 다시 사장에 출마한 이유는.
“한겨레에 대한 저의 애정이 컸고 매번 적지 않은 구성원들의 지지가 있었다. 사실 출마하고 당선되는 과정은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3년 만이라는 숫자를 유의미하게 볼 건 아니다. 그저 제가 젊을 때 사장에 출마했었고 그래서 기회가 또 있었던 것 같다. 회사에 대한 애정, 나름의 경험 내지는 의지, 또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


-경쟁 후보에 3표 차로 신승했다.
“사실 저는 당선될 때 큰 표 차이로 당선돼 본 적이 없다. 2011년엔 12표, 이번엔 3표 차이다. 저는 그런 면에서 덤덤하다.”


-3월18일 취임했으니 약 한 달이 지났다. 가장 우선적으로 챙기는 현안이 있다면.
“인사 부분이다. 한겨레는 사람이 중요한 회사고 구조적 위기를 겪고 있는 미디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선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사람이 필요하다. 지난번 사장 시절에 구성원들이 1~3 지망을 적시하고 간부들 개입을 최소화하는 인사희망 시스템을 운영했었다. 그런데 지난 3년 사이에 그 시스템이 완전히 폐기됐다. 취임 후엔 그런 제도를 다시 구축하고 인사 혁신을 하려 노력했다. 또 하나는 관리 부분을 체계화시키고 있다. 아무리 대박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그걸 관리하는 경영전문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게 없으면 초기에 큰돈을 모은다 해도 다 망하게 돼 있다. 그동안 자회사가 부실화되는 등 자회사 문제가 많이 생겼는데 그 문제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롤링스토리 등 자회사 문제로 3월 주주총회 때 시끄러웠던 것으로 안다. 임시 주주총회 등을 열 생각인가. 미디어카페, 뉴스뱅 등 사업은.
“롤링스토리는 주주 파트너들과 협상을 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가 1대 주주이기는 하지만 2, 3대 주주를 합치면 저희보다 주식이 많아서 롤링스토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다. 추가 투자가 필요한 측면이 있는데 저희만 계속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동업자 분들과 일차적으로 협상과 대화를 한 뒤 최종 결론이 날 것 같다. 뉴스뱅의 문제는 사실 깊이 보지 못했다. 미디어카페의 경우 좋은 뜻도 있고 서울시일자리카페 1호점이기도 한데 적자가 계속 나고 있다. 우리가 사업을 해서 다른 것도 잘 되면 그런 공간을 하나쯤 운영해서 장소 대여도 하면 좋을 텐데 적자 때문에 계속 하든지 접든지 판단은 다음 달 쯤 해야 될 것 같다.”


-취임 첫 인사와 관련해서도 내부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취임 첫 인사는 대체적으로 공정한 인사였다고 본다. 최대한 본인의 희망을 반영하게 했다. 현재의 연공서열로 인사가 진행되면 조직이 돌아가는 데는 얼굴 붉히는 일이 적어지겠으나 대외적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반대가 되면 젊은 사람이 간부가 돼 도전적이 될 수 있지만 회사 구조로 보자면 여태껏 고위간부로 일했던 사람이 현장을 뛰게 돼 조직 운영엔 어려움이 생기고 불만 역시 생긴다.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어쩔 수 없었다. 또 우리 회사는 역피라미드 구조라 이 구조가 계속 되면 젊은 사람이 간부가 될 기회가 적어진다. 조직이야 원활하게 운영되겠지만 외부 상황이 시시각각 변해 가는데 경험이 때로는 변화의 시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결국 인사의 기준을 연공서열이 아닌 외부 환경으로 두겠다는 게 주안점이었다.”



-경영 문제로 들어가서 한겨레 매출은 2012년 85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800억원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특히 지난해 영업적자가 10억원으로, 2010년 흑자(37억원) 이후 6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경영 안정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3년간 경영실적이 좋지 않았다. 적자 폭은 그렇게 크다고 볼 순 없지만 제가 사장 시절만 하더라도 128억원의 경상이익을 내지 않았나. 물론 저만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같이 한 것이지만. 회사 전체적으로 무엇인가 부실하기보다는 수정·보완할 것이 많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일차적으로 관리나 경영에서 부실한 부분을 찾아내서 고쳐야 할 것 같다. 또 ‘버는 것보다 많이 쓰면 안 된다’는 기업 경영의 일반원리에 입각해 여기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은 적절하게 수정·개선할 것이다. 사실 매출액 정체나 감소는 미디어 전반의 문제다. 뉴욕타임스도 겪고 있다. 이른바 구조적 문제다. 따라서 전략적 측면의 해법은 한겨레를 포함해 국내 모든 매체가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설령 아무리 좋은 경영 전략이 있다고 하더라도 개별적 경영행위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다. 현재로선 빈틈을 찾아 메우고 확대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올 상반기는 비용을 합리화한다는 기본에 전념해야 할 것 같다. 또 기반을 재구축해서 다양한 신규 사업을 찾아 나설 계획인데 구체적인 아이디어나 구상은 현 단계에서는 공개하기 이르다.”


-삼성이 올 들어 한겨레에 사실상 광고 집행을 중단했다고 알고 있다.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삼성에 대한 높은 광고 의존도가 삼성 보도에 족쇄로 작용할 가능성은 없나. 보도에 따르면 5월 말까지 삼성이 광고를 유예한다고 했는데 이는 한겨레 보도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전면전 할 생각 있나.
“근래 삼성의 광고 집행 내역을 자세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매우 큰 폭으로 광고 집행을 줄인 것은 사실이다. 삼성 쪽은 나름대로 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룹의 미래전략실이 해체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전실 해체 전까지는 각 계열사의 광고 물량을 미전실이 지휘하며 조율했으나 이젠 각 계열사가 알아서 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구조 변화 뒤, 광고 집행은 삼성 계열사 가운데, 사실상 삼성전자만 하고 있다. 다른 삼성 계열사들은 적어도 한겨레에 대해선 광고 집행을 거의 중단하다시피 했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광고 집행 물량도 크게 줄었다. 이에 대해 삼성은 광고 집행과 관련해 언론사와 건강한 관계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는 설명도 덧붙이고 있다.
이런 삼성 쪽의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미전실이 있건 없건 광고 집행은 각 계열사의 명의로 이뤄졌다. 미전실 해체 뒤에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각 계열사가 광고를 거의 중단하다시피 한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핵심적인 의구심은 이런 한겨레에 대한 삼성의 광고게재 대폭 축소 및 언론사 광고 게재 기준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들은 ‘광고를 집행하면 금력으로 언론을 순치시키려 한다는 지적을, 광고를 중단하면 언론을 탄압한다는 비판을 받기 때문에, 이도 저도 못하겠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삼성이 언론매체에 광고를 집행하는 행위만으로 언론을 순치시키려 한다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는가? 반면 삼성이 특정 언론사에 대해 광고를 중단하거나 대폭 축소해 언론을 탄압한다는 비판을 받은 적은 있다. 지난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 기사를 게재한 <한겨레>에 대해 수년간에 걸쳐 광고를 중단하거나 대폭 축소했었다. 비자금 폭로 기사 보도 전 수준으로 광고 집행 규모가 복귀한 것은 무려 6~7년 만인 2014년이었다.
당시의 상황과 근래의 광고 축소 사태 사이엔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이런 공통점은 한겨레엔 심각한 고민을, 삼성엔 깊은 성찰을 던져주고 있다고 본다.
한겨레는 삼성이 우리의 광고주이며, 삼성의 임직원들도 우리의 독자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삼성 쪽의 설명을 5월 중순까지는 더 충분히 들어보고 이해하려 해보겠다는 입장을 삼성 쪽에 전했다. 느닷없는 광고 집행의 대폭 축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일단 열린 마음으로 듣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설명 수준에서 변화가 없거나 설명이 상식적인 기준에서 납득할 수 없다면, 지금 삼성이 보이는 모습은 사회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상황이 불가피하다면 그 중심에는 진보언론의 맏형 격인 한겨레가 설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한겨레의 태생적 숙명이다.
정부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포함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각종 물리적 지원을 차단했다. 삼성의 근래 한겨레에 대한 광고 축소가 삼성판 블랙리스트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이 신속히 해소되길 바란다.”


-기자협회보 조사에 따르면 한겨레는 9년 연속 신뢰도 1위에 올랐지만 영향력은 최근 3년간 5위 안에 들지 못했다. 원인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개인적으론 신뢰도는 답하는 자의 판단에 객관성이 있는데 영향력은 그만큼의 객관성이 부족한 것 같다. 상식적으로 ‘믿을 만한 매체인데 영향력이 별로 없다’ ‘못 믿을 매체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영향력에 대한 기준이나 판단을 달리 할 여지가 있는 것 같다. 그냥 참고할 수준 아닐까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기자협회보 등이 신뢰할만한 매체가 영향력도 커지는 미디어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과 힘을 많이 쏟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신뢰할만한 매체가 영향력이 떨어지거나 답보하는 건 미디어 시장의 사회적, 구조적 문제다. 특히 뉴스 콘텐츠 유통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최근 ‘동서연구’에 낸 논문에서 뉴스 콘텐츠 유통 문제를 지적했다.
“논문은 매체 수가 많아지면 경쟁이 심화된다는 경제학의 통설을 기반으로 시작한다. 매체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자본권력 등이 매체를 포섭하기 힘들어진다는 거다. 매체가 수천개면 그걸 어떻게 다 포섭하겠나, 진실을 보도하는 경향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왜냐면 인터넷 시장에선 한겨레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같은 특종을 해도, 삼성 비판적인 보도를 해도 수입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은 무료다. 온라인 광고수입의 경우 1PV에 1원인데 100만 PV가 찍혀도 100만원 밖에 벌지 못한다. 이런 구조에선 미디어를 포섭하려는 권력으로부터 벗어나기가 힘들다. 그런 게 전체적인 흐름이다.
결국 현재 구조가 정의에 부합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결국은 피해가 된다고 본다. 포털이 점유하고 있는, 포털이 왜곡하고 있는 지점에 문제를 제기하고 그 문제제기에 한겨레가 앞장서려고 한다. 물론 걱정스럽긴 하다. 신문협회 모든 회원사들이 각각 저마다의 이해를 갖고 있다. 우리만 더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네이버 역시 자본이라 우리에게 돈을 더 주겠다고 포섭하려 할 수도 있다.”


-포털만의 문제로 볼 수 있나.
“사실 네이버와의 전쟁에서 기성매체가 어려움을 겪는 건 기성매체의 잘못도 있다. ‘기레기’로 대표되는 불신, 기사는 무료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그렇다보니 우리의 콘텐츠에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을 대중들이 충분히 납득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왜 그래야 하느냐’, ‘어차피 당신들 광고 받아서 기사 바꾸는 거 아니냐’, ‘당신들 매체에 돈을 지불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고품질의 콘텐츠를 내놓고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구조에서 기성매체는 자본이나 권력으로부터 포섭되는 게 더 심해진다. 만약 게이트나 삼성 보도로 뉴스콘텐츠 소비가 증가하고 이에 따른 보상이 존재한다면 한겨레는 더 보도할 거고 다른 신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천만 명이 봤는데 기자들 월급은 그대로고 취재에 투자할 돈은 없고 그런 상황에서 자본이 100만원 버는데 120만원 준다고 하면 흔들리게 마련이다. 한겨레만도 잘 버티고 있지만 다른 매체는 훨씬 더 심할 거다.”


-현재 포털과 ‘무료’ 혹은 ‘총액고정 장기계약’ 방식으로 뉴스콘텐츠 계약을 맺는데 이를 ‘뉴스 소비량에 연동하는 유상 거래’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네이버로부터 어디가 얼마를 받는지 누구도 모른다. 정말 네이버에 따질 게 많다. 각 개별사에 콘텐츠를 얼마나 소비했는지 카운팅해서 대가를 주면 되는데 장기나 1년 단위로 소비량에 무관하게 대가를 준다. 그것 말고 열심히 하는 매체들에 보상을 해줘야 한다. 네이버는 콘텐츠 연동이 아니라 합작사나 과거 사진 DB를 구축하는 식으로 시장과 소비자의 반응과 무관한 형태의 재원을 이전해 건네는 방식으로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1년에 끝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소비자들에게 이런 걸 지속적으로 알리고 연구자에게도 알리고 그럴 것이다. 여러 숙제를 안고 있는데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니니 앞장서서 전면전을 해보겠다.” 



-‘조중동’의 대척점에서 ‘한경오’라는 비아냥적인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는데 이것도 인터넷 미디어 환경 때문으로 볼 수 있나.
“그렇다. 종이신문을 보던 시절과 달리 요즘은 기사가 낱개 단위로 유통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겨레신문 1면에서 30면까지 수십 개 기사가 나왔는데 특정 캠프에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도록 다양한 비판적 기사가 나오면 객관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인터넷에선 낱개로만 돌아다니니까 기사 한 개만 보고 ‘안철수만 비판한다’ ‘문재인만 비판한다’고 한다. 매체 입장에선 고통을 주는 요인이다.
한편으론 많은 대중들이 전문가와 대중매체가 기득권층을 대변한다고 보기 시작했다. 실제 그런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그러다보니 진보언론이라고 불리는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도 그런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 것 같다. 더 다양한 미디어가 존재하고 그 미디어로부터 효용을 얻는 소비자들이 있어 어려움을 느낀다. 기사 논점이나 내용에서도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때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포털에 ‘양상우’를 치니 과거 “안철수에 대해선 보지 않아도 믿음이 생긴다”고 말했던 영상 캡처글이 뜬다.
“그게 요즘 돌아다니더라. 다름 아니라 지난 대선 때인 2012년 11월15일에 찍은 영상이다. 당시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협의가 잠정적으로 중단된 가운데 안철수 후보가 한겨레 편집국에서 인터뷰를 한 뒤 사장실을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제 기억으론 단일화 얘기가 나왔을 거다. 단일화 얘기를 하다가 그런 멘트가 나온 것 같은데 앞부분이 날아가고 뒷부분만 그렇게 돌아다니고 있다. 문재인 후보와는 낙선한 뒤 2013년 5월 한겨레 창간 25주년 행사에 연사로 초청했다. 창간지사장 대표자격이었다. 제 기억으론 낙선한 뒤 처음으로 대중 연설을 한 것이었다. 문재인 의원은 자신이 한겨레 창간 때 부산지국장이었고 25주년이 감개무량하다고 말했었다. 제가 ‘안빠’라는 얘길 들을 이유도 없고 김종구 편집인, 성한용 기자와 함께 S대 나왔다고 하는데 세 명 다 S대 출신이 아니다. 참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난감하다.”


-한국리서치(HRC) 열독률조사(종이신문+인터넷 통합 열독률)에서 한겨레는 경쟁매체인 경향에 뒤진 것으로 나왔다. 떠나는 충성 독자를 붙들고 한편으로 외연을 확장할 복안은 무엇인가.
“부담되긴 하지만 곧 회복될 거다. 2008년부터 3년간 미디어사업국장을 했었는데 당시 시사IN이 만들어진 지 6개월 됐을 때였다. 한겨레21의 6개월간 가판 점유율을 확인했는데 서른 번 중에 4~5번 빼고 다 시사IN에 뒤졌더라. 그걸 6개월 만에 복구했고 부수도 많이 늘렸다. 저는 우리의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떻게 포장하느냐, 어떻게 도달시키느냐의 문제라고 본다.
그리고 사실 열독률 조사의 틀은 바뀌어야 한다. 현실을 잘 반영하는 열독률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한국리서치의 경우 끝까지 로직을 밝히지 않는데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이해할 수 없다. 한겨레TV 등 과거와 달리 뉴스콘텐츠 매체의 플랫폼이 많아지고 있다. 종합적으로 다룰 지표가 있어야 한다. 주요 콘텐츠들은 온라인이 없던 시절보다 훨씬 많이 소비되고 있다. 예전엔 한 신문을 5명이 돌려봐도 고작 5배였다. 1만부를 찍으면 고작 5만 명이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인터넷에서 발행부수의 열 배가 넘는 사람들이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그만큼 수익이 안 나오는 건 문제지만 열독률만으로 보자면 온라인에서 제대로 확인하고 있다. 독자의 눈을 잡고 있는 것이다.
다만 브랜드에 대한 각인, 이 기사를 누가 썼는지 매체가 어디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100만 명이 봤어도 한겨레를 인식하는 사람은 굉장히 적을 텐데 이 사람들 숫자를 어떻게 끌어올릴 것이냐 이 부분은 계속 고민하고 있다.“


-그동안 한겨레는 디지털 혁신을 쉼 없이 진행해왔다. 그렇지만 질적 전환은 터덕거렸다. 말로는 ‘디지털’을 외쳤지만 ‘종이신문’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해결할 유인책은 무엇인가.
“종이신문 시스템은 수십 년간 몸에 배어있다. 아직도 핵심 오피니언 리더들은 신문을 보고 있다. 거기서 반응이 나오니까 기자들은 잘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실질적인 평가자들인 수많은 독자들은 종이신문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각 매체들마다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디지털 유료 독자가 크게 성장했다고 하지만 종이신문 수익이 그 이상으로 감소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보자면 종이신문 독자보다 온라인 독자가 늘어나고 있고 우리의 콘텐츠도 그에 맞춰야 한다. 그런데 현장에선 온라인에 최적화된 콘텐츠가 나오고 있지 않다. 관성 때문이다. 그걸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먼저 오프라인의 성취감보다 온라인의 성취감이 커야 한다. 그걸 느끼게 해줘야 한다. 두 번째로는 의도적으로 오프라인 파트 제작 부분을 축소해야 한다. 온라인을 양화라고 보고 온라인 성과를 크게 키워서 양화가 악화(오프라인)를 구축하는 관성으로 가게 해야 한다.
아직은 주요한 매출의 상당 부분이 종이에서 나오는데 오프라인 파트와 온라인 파트는 병존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디지털 파트의 비중과 영향력이 커지는 쪽으로 나아가겠다. 자연스럽게 온라인 기사를 쓸 수밖에 없을 거다. 중앙일보도 모든 조직역량을 온라인에 투입하고 온라인 기사를 에디팅해서 종이신문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우리도 중앙일보와 지향점은 같다.”


-편집국 2국 체제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편집국을 디지털 콘텐츠를 담당하는 편집1국과 종이신문 콘텐츠를 생산하는 편집2국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2국 체제라는 건 이런 거다. 200명이 있다고 치면 200명의 절반을 신문 제작에 관계없는 디지털 콘텐츠 생산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6년 전에도 TF를 꾸려 시도를 했다. 그런데 2~3달 연구를 해보더니 걱정되고 위험하다고 하더라. 종이신문 편집국 인력 200명이 100명으로 줄어드는 게 불안한 거다. 종이신문이 제일 중요한데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봤다. 그때로부터 4~5년 지났는데 지금은 그때보단 많이 나아졌다. 옛날엔 자근 기사라도 한겨레 사회면, 조선일보 사회면에 났다는 게 큰 의미였고 브랜드가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지금은 다르지 않나. 끝까지 잘 밀어봤으면 좋겠다. 당장 하지 못하는 이유는 새로 구축한 집배신 때문이다. 여러 가지로 불안정했다. 구성원들의 피로도가 극도에 이르러 있다. CMS가 안정화되는 대로 조직개편에 나서겠다.”

 

-관건은 수익인데 콘텐츠 유료화나 디지털 광고 수익은 낮다. 종이신문에서 여전히 매출의 대부분이 나오고 있는 것도 문제 아닌가.
“나도 답을 갖고 있으면 좋겠다. 미디어 변화라든가 그에 따른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에서 쉽게 답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종이신문에서 돈이 나오니까 내년, 내후년, 10년 뒤의 일도 중요하지만 현재 기업의 물적 기반의 재생산 측면에서 아직은 현재 상황에서 빈틈을 메워야 할 것이다.”


-무광고 유료매체 ‘팩트체커’와 경제전문매체 창간 계획을 공약으로 밝혔는데 추진 중인가. 아울러 정권이 바뀌면 종편을 준비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구상하는 것이 있나.
“새로운 매체를 모두 다 하자는 취지는 아니고 공약집에 나와 있지는 않은데 연내 국내에서 잘 보지 못했던 매체는 볼 수 있을 거다. 온·오프라인용인데 첫 스타트를 어떻게 끊을지 고민이다. 제3의 아주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거다. 기존 매체 인수는 아니고 어떤 매체인지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가시권에 있다. 그런 게 한 두 개 정도 된다. 경제매체나 방송은 규모가 크잖나. 규모가 큰 것들은 준비에 시간이 걸린다. 허핑턴포스트만 해도 1년이 걸렸다. 이건 그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사실 콘텐츠와 무관한 사업보다는 콘텐츠를 통해서 수익이 나야 한다고 본다. 이코노미 인사이트도 그런 식인데 제가 있을 때보다 실적이 떨어지긴 했지만 잘 하고 있고 창간 이래 계속 경제 월간지 1등이다. 그런 종류의 매체는 어쨌든 실패한 경험보다 성공한 경험이 많다. 카페사업같은 유형의 사업들은 지양하고 콘텐츠 사업으로 정면 승부를 볼 것이다.”


-편집국장 임명동의 투표 때도 대표이사 선거 때도 표가 절반으로 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한겨레 안에 어떤 세대갈등이나 계파갈등이 존재한다고 보나.
“선거를 셀 수 없이 많이 했지만 항상 그렇게 갈린다. 선거가 다 비슷비슷하다. 표가 절반으로 갈린다는 걸 꼭 갈등의 기표로 볼 순 없다. 연공서열 이런 한국적 관습이나 관성에 안 맞으니까 그런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 갈등으로도, 건강한 논쟁의 과정으로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부정적·긍정적 측면이 다 있다. 세대 갈등이나 이런 것들이 여러 가지로 증폭될 수 있는데 그건 저희 회사가 갖고 있는 인력 구조, 역피라미드 구조 때문이다.”


-역피라미드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2015년 이후 신입을 뽑지 않고 있다. 인력 충원 계획이 있나.
“설령 우리 구성원들이 월급을 줄이는 상황이 오더라도 새 피를 수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사장 재임 때도 매해 신입을 뽑았다. 지난 3년간은 많이 못 뽑았지만 올해도 대선이 끝나면 경력·수습 할 것 없이 대규모 공채 수준으로 인력을 뽑을 거다. 두 자리 숫자다. 채용설명회도 하려고 한다. 채용 방식도 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가다듬고 있다. 언론고시생들이 환영할 만한 얘기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행복하겠다. 미디어 기업이 힘들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젊은이들과 조우하지 않으면 안 된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꼭 해야 할 일이 새로운 세대를 단 한 명이라도 매해 뽑는 것이다. 큰 적자가 나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투자 개념으로 볼 것이다.”


-최근 안타깝게도 손준현 기자의 죽음과 안창현 기자의 구속이 동시에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독자들과 구성원들에게 한 말씀 한다면.
“비통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독자들께 너무나 큰 심려를 끼쳐드렸고 사과문을 두 차례나 썼다. 직후에 조금 다른 사안이긴 하지만 부끄러운 일이 또 한 차례 벌어졌다.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다. 한겨레는 다시 태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한겨레신문사의 어떤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인지, 전 임직원들이 다 함께 숙고하고 대책을 마련하려고 한다. 이번 일들로 회사 구성원들의 마음의 상처도 무척 크다. 모든 구성원들이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도록 하는 데 역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우리 구성원들도 우리 안에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용기 내어 살펴보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고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 매진하고 있다.”


-한겨레가 내년이면 창간 30주년이다. 창간 30주년 의미와 준비 중인 사업들을 얘기해 달라.
“어마어마하다. 지켜주신 독자와 사회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많은 구성원들은 박봉의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귀와 입이 되는 것을 행복하게 느낀다. 다만 30년을 통해 한겨레는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30년 전엔 ‘민족·민주·민중 3민 정신’이 있었고 저도 그런 마음으로 회사를 다녔지만 지금과는 잘 맞지 않다. 다문화시대에 민족이라는 개념도 맞지 않고 민주 역시 여전하지만 새롭게 조망되어야 할 필요가 있고 민중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한 번에 포괄할 수 있되 우리에게 구획 지어진 어떤 성향이나 논조를 벗어나서 이 사회를 포괄적으로 안아들면서 진보적 가치를 구현할 수 있도록 ‘평화’라는 화두를 던졌다. 3년 전에도 그렇게 했는데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번엔 선거 때부터 얘기했기 때문에 추진의 정당성은 있는 것 같고 내년 30주년은 평화라는 기치로 남북의 평화, 빈부격차, 심지어 사람과 생물과 동물과의 평화 등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기치로 한겨레다운 평화를 주장하는 그런 매체로 자리매김하는 첫 해가 되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장 임기 중 이것은 반드시 하겠다는 것 한 가지만 꼽는다면.
“디지털 전환 다 떠나서 한겨레가 30년 전처럼 그 존재 자체로 화두가 됐으면 한다. 한겨레는 태동부터 우리 사회의 화두였다. 우리 사회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기준점이었다. 10년, 20년, 30년 지나면서 우리의 위치와 위상이 재조정됐는데 제일 중요한 건 정신이다. 정신을 하나로 묶어낸다는 것이 제일 어려운데 새롭게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한겨레가 됐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 평화라는 새로운 기틀로 우리의 논조든 기자로서 추구하는 기본정신이든 재무장하는 걸 첫 번째로 해보고 싶다. 사실 이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 몇 년 지나면 원위치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젊은 구성원들에게 이 문제의식이 켜켜이 쌓였으면 한다. 요즘 한반도가 6개월에 한 번씩 전쟁의 공포 속에 들어가는 것 같다. 이를테면 칼빈슨함이 온다고 했을 때 단순히 온다는 걸 쓸 게 아니라 ‘전쟁 반대’라는 제목을 당당히 쓰는 매체가 됐으면 한다. 한겨레의 신념이나 지향이 그런 것에서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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