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소통 부족하면 한겨레 미래는 없어”

‘독자·시민과의 소통 확대를 위한 TF’ 이끈 김종구 한겨레 편집인

강아영 기자 | 2017.08.16 15:03:38

한겨레는 6월 초 ‘독자·시민과의 소통 확대를 위한 TF’를 꾸렸다. 한겨레에 대한 외부 비판의 원인과 실상을 진단하고, 한겨레가 독자와의 소통을 증진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TF팀은 그 의견들을 모아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지난 7일 오후 7시 한겨레 사옥 3층 청암홀에서 설명회를 통해 공개됐다.


다음날인 8일 TF의 결과물이 무엇인지 묻기 위해 한겨레 사옥 8층 편집인실에서 김종구 편집인을 만났다. 그는 약 두 달 간 TF의 책임을 맡아 한겨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


-TF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올해 들어 한겨레에 유달리 여러 사건들이 많았고, 콘텐츠에 대한 독자들의 불만 제기도 갑자기 늘어났다. 그런 불만은 ‘덤벼라 문빠’ 사태로 절정에 올랐다. 그러면서 한겨레 안에서 ‘우리가 그동안 독자와의 소통에 소홀했구나’ 하는 반성이 제기됐다. 독자들의 불만 제기나 비판에 대해 억울하다는 생각을 갖기에 앞서 한겨레가 그동안 독자들과 제대로 소통했는지, 우리의 진정성을 전달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부터 성찰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실제로 한겨레 내부를 들여다보니 독자·시민들과의 소통 시스템이 굉장히 허술했다. 독자들의 의견이나 민원이 여러 채널을 통해서 들어오는데도 그것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대응하는 시스템이 미비했다. 이런 점들이 독자들의 불만을 높이고 한겨레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음에 주목했다. 내부적으로 봐도 외부에서의 문제제기나 민원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 보니 대응과정이 명확하지 못했고 구성원들 사이에 불신을 키웠다. 독자들의 민원을 개인에 맡기다보니 내부 구성원들의 스트레스도 높았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독자와의 소통은 사실 언론의 생존 문제와도 직결되는 상황이다. 특히 한겨레는 독자와의 소통을 가장 핵심 가치로 여겨야 할 형편이다. 애초 SNS 활용지침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오던 차에 그러지 말고 이번 기회에 전반적으로 독자와의 소통 문제를 점검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있었고, 그런 문제의식에서 TF가 출발했다.


-당시 한겨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컸다. 원인을 무엇으로 보나.
한겨레가 지난 박근혜 정권 때 최순실 게이트를 밝히는 주역으로 활약을 하면서 굉장한 찬사와 지지를 받았는데, 막상 대선을 시작하면서 이런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한겨레가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다’는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여론조사 보도 등에서 한두 차례 오해할 수 있는 여지는 있었다고 보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언론학자들의 분석을 봐도 그렇다. 그런데도 어느 순간 안철수 지지 언론사로 곡해를 받는 상황이 돼버렸다. 그런가 하면 안철수 후보 지지자 쪽에서는 ‘왜 한겨레가 문재인 후보만 지지하느냐’고 노골적인 불만을 제기했다. 그러다 보니 심지어 어느 날은 “왜 1면부터 32면까지 모조리 문재인 후보 지지 기사냐” “왜 한겨레는 신문 지면을 모조리 안철수 후보 지지 기사로 채우느냐. 구독을 끊겠다”는 독자들의 항의가 동시에 들어온 날도 있을 정도였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한겨레에 대한 상당수 독자들의 반감은 이미 대선 전부터 축적된 측면도 있다고 본다. 참여 정부시절 한미FTA 등 일부 정책에 대한 한겨레의 비판적 보도에서부터 시작해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등을 거치면서 한겨레에 대한 비판과 불만이 점증돼온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대선 과정에서의 몇몇 보도, ‘덤벼라 문빠’ 사태, 대선 이후 대통령 부인 표기 문제 등이 겹치면서 더욱 악화됐다고 본다.
언론을 대하는 독자들의 의식이 예전과는 크게 바뀐 것도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기성 언론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옛날에 비해 확산되면서 한겨레 역시 예외가 아니게 됐다. 더욱이 디지털을 통한 기사 유통이 보편화하면서 독자들은 낱개 기사만을 보면서 기사 흐름 전체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한겨레 내부적으로는 편집국장 등 수뇌부가 교체되면서 대선 보도 준비에 철저하지 못한 측면도 있었고, 제작 상 다소간의 실수가 독자들의 감정을 자극한 면도 있다고 여겨진다. 한겨레에 대한 외부의 비판 확산은 이런저런 문제들이 중첩한 결과라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한겨레가 마주한 절체절명의 과제가 바로 독자 및 시민들과의 소통 확대라고 보기에 이른 것이다.

 
-TF 구성은 어떻게 했나.
편집국, 출판국, 디지털미디어국, 독자서비스국 등 한겨레 안의 거의 모든 국실을 망라해 구성했다. 6월 초에 첫 회의를 했고 이후 팀을 3개로 나눴다. 1팀은 한겨레에게 독자란 어떤 존재인지, 독자와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변화한 언론 환경 속에서 한겨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새롭게 가다듬어야 할 ‘독자 중심주의’는 무엇인지 등 다소 원론적인 문제를 들여다보았고, 2팀은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측면에서 한겨레가 독자와의 소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연구했다. 통합 관리 시스템 도입이나 소통 전담 컨트롤타워 구성, 구체적인 위기 대응 프로세스가 여기에서 나왔다. 3팀은 SNS 활용준칙을 마련하는 역할을 했다. TF 구성원들이 모두 비상근자들이어서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렸고, 각 팀에서 보고서를 마련한 뒤에도 이를 손질하고 정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 결국 지난 7일에야 설명회를 마칠 수 있었다.


-소통 전담 컨트롤타워가 뭔가.
소통의 통합 관리를 위한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보았고, 이에 따라 가칭 참여소통 에디터라는 직책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한겨레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이나 민원, 요구사항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이른바 위기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응하는 중심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중장기적 독자 소통 확대 전략 등을 개발하는 일도 맡는다. 한겨레는 앞으로 논쟁적 이슈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독자 의견을 묻고 신문 제작에 반영하는 등 독자 참여를 최대한 활성화 하는 방향으로 지면 및 온라인을 개편할 생각이다. 어떤 기사에 대해 ‘틀렸다’ ‘아쉽다’ ‘내용이 빠졌다’ 는 등의 독자들의 의견을 피드백하는 뉴스 A/S를 비롯해 보도 경위와 배경, 과정 등에 대해 설명하고 독자와의 교감을 확대하는 칼럼을 신설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왜냐면’이라는 코너가 있지만 이와는 별도로 한겨레 지면에 대한 비판과 의견만을 담는 여론면 신설 등도 오는 가을철 지면 개편에 반영할 생각이다. 이런 일들을 참여소통 에디터를 중심으로 논의할 것이다.


-온라인에서의 독자와의 소통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기사가 낱개로 소비되는 디지털 시대의 특성을 염두에 두고 콘텐츠를 운영해야 할 것 같다. 가령 관련된 기사를 묶어주는 방식이다. 최근 국민의당 제보 조작 사건 때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너무 강성발언을 해 당에서도 문제가 됐던 것을 한겨레가 사설로 비판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사설을 두고 독자들 사이에서 ‘왜 한겨레는 가해자는 가만히 놓아두고 피해자를 비판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실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후보의 책임을 강도 높게 묻는 사설은 이미 3~4차례 쓴 상황이었고, 그날 사설에서는 또 그 문제를 언급하기는 어려운 형편인데도 독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기사나 사설 등이 낱개로 소비되는 상황에서는 관련된 기사나 사설 등을 묶어서 제공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한다. 전에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탈당했을 때 한겨레는 2면에 ‘문재인 책임론’, 3면에 ‘안철수 책임론’ 해설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다. 종이신문의 경우 3면이 주목도가 훨씬 높은 점을 고려하면 당연히 안철수 책임론에 무게중심이 더 쏠렸는데도 온라인에선 2면 기사만 공유되면서 “한겨레가 문재인 전 대표만 비판한다”는 주장이 퍼졌다. 기사의 전체 맥락과 우리 신문 논조를 알 수 있도록 2~3면을 PDF 파일로 함께 보여주는 등 뭔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견들이 이번 TF팀 논의 과정에서 나왔다. 또 디지털 기사는 시간과의 싸움이어서 제목 등이 종이신문에 비해 소홀히 다뤄지는 경향이 있는데, 앞으로는 제목 편집이나 페이스북 피드 문구, 썸네일 사진에 대한 게이트키핑을 훨씬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SNS 활용준칙엔 어떤 내용이 담겼나.
SNS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일은 사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다만 이런 준칙을 마련하는 것이 한겨레 구성원들의 SNS 활동을 제약하거나 위축시킬 수도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SNS 활동의 특성도 감안하고 구성원의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되, 한겨레의 신뢰 상실 등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문구를 세심히 만드는 데 신경을 썼다. 중요한 항목을 보면 대략 이런 것들이다. ‘한겨레 구성원은 헌법에 보장하는 기본권에 근거해 SNS 활동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가진다. 그러나 SNS에서 특정 정당, 정치 세력 등에 대한 노골적인 지지·반대를 표명하는 행위는 삼가야 하고 성별, 인종, 종교, 장애, 정치적 견해, 성적 지향 등의 사유에 대한 차별적 언행과 욕설 및 음담패설, 타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 등은 금지된다. 또 SNS에서 논쟁에 휘말릴 경우 상식에 기반한 균형감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SNS에서 개인의 의견을 제시할 때는 사실에 입각한 근거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 개인 목적의 활동이라 해도 SNS에서는 한겨레 구성원으로 인식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등등이다. 현재 이 준칙 초안을 공개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인데, 앞으로 준칙이 완성되면 한겨레 윤리강령이나 취재보도준칙에 준하는 효력을 갖게 될 것이다.


-이 보고서의 향후 실행 계획은 어떻게 되나.
우선 참여소통 에디터를 물색해 임명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참여소통 에디터를 비롯해 독자소통과 관련된 각 국실 주요 관련자들로 협의체 내지 네트워크를 꾸리려 한다. 그 다음엔 지면개편 준비를 하고 온라인 개편도 준비할 생각이다. SNS 준칙 제정도 정식 절차를 밟아 완료해야 한다.


-TF 장으로서 결과물을 어떻게 평가하나.
보고서 하나 만든다고 독자의 신뢰가 갑자기 올라갈 리는 만무하겠지만 그래도 독자와의 소통과 신뢰를 증진하기 위한 첫 걸음의 의미는 지닌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성심성의껏 노력을 하다보면 우리 진심이 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실 소통이라는 게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우리 구성원들이 마음가짐을 새롭게 가져야 한다. 한겨레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독자와 활발히 소통하겠다는 열의와 태도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저부터 책임의식을 갖고 노력하겠다.


-독자와의 긴장관계 속에서 한겨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결국 신문은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다. 언론으로서의 신뢰성, 독립성, 공공이익을 위한 봉사, 진실성, 공정성에 더 천착해야 한다. 일각의 주장이나 비판에 지나치게 위축될 필요도 없지만 이에 반발해 중심을 잃어서도 안 된다. 독자들이 신문의 팩트체크 기사를 또 팩트체크하는 시대 아닌가. 사실이 온전히 드러나지 않을 경우 합리적 추론 등으로 기사를 채워서도 안 된다. 진보적인 정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언론으로서 정확히 시시비비를 가리고 잘 한 것은 잘 했다,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정확히 보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황우석 사태의 책임이 있는 사람이 다시 과학기술 분야의 중요한 자리에 임명되는 것의 부당성을 지적하지 않고 넘어갈 순 없는 거다. 다만 모든 문제를 신중하게 보도해야 한다. 균형감각을 갖고 사려 깊게 생각해서 신문을 만드는 게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정정당당한 자세로 신문을 만들고 독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데 힘을 쏟는 것, 그것이 바로 한겨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본다. 이번 보고서에서도 그런 점을 다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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