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파업 지지한 정은아 MC '보복성 교체' 논란

구성원 반발 "보복성 새프로그램 인정 안 해..원상복귀시킬 것"

KBS 총파업을 지지하며 라디오 진행 중단 의사를 밝힌 정은아씨를 KBS가 MC에서 하차시키고 새 프로그램을 신설하면서 구성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에 따르면 KBS는 정은아씨가 라디오 진행중단 의사를 밝힌 지난 4일, ‘정은아MC진행자 당일교체, 편성변경 내역’이라는 공지를 냈다. 여기엔 ‘함께하는 저녁길 오영실입니다’라는 새 프로그램 이름과 더불어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 삭제”라는 문구도 포함됐다. 정씨가 하차한 당일 대신 방송을 진행한 오영실 전 아나운서의 이름을 걸고 프로그램 제목이 바뀐 것이다.  



앞서 정씨는 KBS 17기 아나운서 공채 출신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KBS 총파업기간 중 1라디오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 생방송 출연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정씨는 “후배들이 결의해 그렇게 (파업을) 하는 상황에서 빈 책상을 보며 들어가 일하는 게 마음이 힘들다고 생각했다"면서 KBS 구성원들에게 "힘내시고 잘 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KBS본부 소속 라디오 PD, 라디오사업부 직원들에 따르면 이들조차 며칠 동안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들은 7일 성명을 내고 “우리 피디들은 작년 조직개편 이후 새로 생긴 제도인 소위 피칭을 해서 새 프로그램이 통과되기까지 최소한 몇 주의 시간이 걸린다는 기본적인 관념을 갖고 있다”며 “그런데 ‘함께 하는 저녁길 오영실입니다’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당일에 바로 통과되는 ‘기적’과 같은 장면을 이번에 처음으로 목격했고 프로그램 신설 이유 또한 석연치 않다. 게다가 담당 피디와 해당 채널 피디들, 라디오 사업부 직원들 중 누구도 며칠 동안 그런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씨의 파업지지와 하차에 대해 “정은아씨 본인이 KBS 출신이면서 프리랜서가 된 다음에도 KBS의 수많은 프로그램을 해 온 우리의 동료이기 때문에 의당 가질 법한 따뜻한 마음씨였다”며 “충격적이게도 공감 능력이나 사람으로서의 따뜻한 마음씨라고는 없는 냉혹한 ‘진행자 당일 교체’라는 행동을 한 라디오센터 간부, 방송본부 간부들이 있었다. 정은아씨가 국민들의 박수를 받은 그 순간에 이미 본인도 모르게 해고자가 되어 있었다”고 적시했다.

아울러 “개인에 대한 보복만을 위한 ‘새 프로그램’, 우리는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며 대신 프로그램을 맡은 오영실씨의 적합성에 대한 논의, 대타 PD가 새 프로그램을 피칭하는 것에 대한 적법성, 왜 MC가 즉시 교체됐는지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KBS본부 소속 아나운서들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해 “당장 돌려놓아라”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때론 경쟁도 해야 하는 우리 아나운서 조합원들이지만 정은아 전 아나운서에게 경의의 박수를 보냈다. 프리랜서 방송인이 직원들의 파업에 뜻을 함께 한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것”이라며 “그런데 KBS를 망친 적폐 세력과 공범자들은 어떠했는가? 이런 정은아 MC의 모습을 보며 자기 반성은 커녕 기다렸다는 듯이 진행자와 프로그램 제목을 바꾸는 편성 변경 공지를 버젓이 올려놓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대신 진행을 맡게 된 오영실 전 아나운서(KBS 15기)에게도 쓴소리를 했다. 아나운서들은 “후배 아나운서의 용기 있는 결정으로 잠시 비워 둔 자리를 다른 누구도 아닌 한솥밥을 먹었던 전직 선배 아나운서가 넙죽 받는다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결정인지 묻고 싶다. 도리(道理)라는 것을 안다면 당연히 거부하는 것이 맞다. 한때 공영방송에 몸담았고, KBS 아나운서라는 이름의 무게를 한번이라도 고민해 보았다면 답은 금방 나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래는 성명 전문.

[전국언론노동조합KBS본부 라디오 구역 성명]

당일 교체 대상은 바로 당신, 고대영 사장이다
(정은아 엠씨 교체에 대해)

  정은아 전 아나운서가 파업 기간 동안 KBS 1라디오의 <함께 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 라디오 진행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간 지난 9월4일 월요일, 많은 국민들은 정은아 씨의 용기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냈다. 정은아 씨 본인은 특별히 정치적인 입장에서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후배들이 결의해 그렇게 (파업을) 하는 상황에서 빈 책상을 보며 들어가 일하는 게 마음이 힘들다고 생각했다"면서 KBS 구성원들에게 "힘내시고 잘 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즉 이것은 정치적인 판단보다도 앞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공감 능력의 일종이고 특히나 정은아 씨 본인이 KBS 출신이면서 프리랜서가 된 다음에도 KBS의 수많은 프로그램을 해 온 우리의 동료이기 때문에 의당 가질 법한 따뜻한 마음씨였다.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공감 능력이나 사람으로서의 따뜻한 마음씨라고는 없는 냉혹한 ‘진행자 당일 교체’라는 행동을 한 라디오센터 간부, 방송본부 간부들이 있었다. 정은아 씨가 국민들의 박수를 받은 그 순간에 이미 본인도 모르게 해고자가 되어 있었다.

  우리 피디들은 작년 조직개편 이후 새로 생긴 제도인 소위 피칭을 해서 새 프로그램이 통과되기까지 최소한 몇 주의 시간이 걸린다는 기본적인 관념을 갖고 있다. 그런데 <함께 하는 저녁길 오영실입니다>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당일에 바로 통과되는 ‘기적’과 같은 장면을 이번에 처음으로 목격했고 프로그램 신설 이유 또한 석연치 않다. 게다가 담당 피디와 해당 채널 피디들, 라디오 사업부 직원들 중 누구도 며칠 동안 그런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왜 정은아 씨는 오영실 씨로 즉시 교체되었는가? 왜 오영실이 프로그램에 적합한 진행자인지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대방만 며칠 해 본 대타 피디가 새 프로그램을 피칭을 하는 것은 적법한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지금 문제를 일으킨 당신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그저 개인에 대한 보복만을 위한 ‘새 프로그램’, 우리는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반드시 우리 손으로 원상복귀시키겠다. 고대영 사장, 그리고 이제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들어 효자손 한 줌 정도 남은 고대영 일파, 당신들은 공정방송의 이름으로 즉시 해고다. 공정성도 인간성도 잃어 버린 사장, 경영진, 관리자 모두 우리 손으로 교체하고야 말겠다.

2017년 9월 7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라디오구역조합원 일동


[전국언론노동조합KBS본부 아나운서 구역 성명]
당장 돌려놓아라!

9월 4일 역사적인 파업을 시작하면서 정은아 전 아나운서가 선후배 동료들의 뜻을 지지하며 마이크를 잠시 내려놓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빈 책상을 보며 들어가 일하는 게 힘들었다.”는 쉽지 않은 결단을 보면서 때론 경쟁도 해야 하는 우리 아나운서 조합원들이지만 정은아 전 아나운서에게 경의의 박수를 보냈다. 프리랜서 방송인이 직원들의 파업에 뜻을 함께 한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것이고 KBS 정상화를 바라는 많은 국민들도 이에 응답을 해 주었다.

그런데 KBS를 망친 적폐 세력과 공범자들은 어떠했는가? 이런 정은아 MC의 모습을 보며 자기 반성은 커녕 기다렸다는 듯이 진행자와 프로그램 제목을 바꾸는 편성 변경 공지를 버젓이 올려놓았다. 차 속에 숨어 후배들에게 당당하게 말 한마디도 못하는 식물 사장 고대영과 그의 잔당들이 하는 생각이라는 게 고작 이 수준이다. 당장 돌려놓아라. 그동안의 잘못을 조금이라도 씻고 싶다면,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진행자와 프로그램 제목을 원래대로 돌려놓아라. 만약 당신들이 하지 않겠다면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우리가 지우고 다시 쓰겠다. 단, 부역의 죗값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수오지심(羞惡之心), 적어도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이 있다면 최소한의 기대마저 저버리지 말길 바란다.

정은아 전 아나운서의 대체자로 나선 오영실 전 아나운서에게도 전한다. 후배 아나운서의 용기 있는 결정으로 잠시 비워 둔 자리를 다른 누구도 아닌 한솥밥을 먹었던 전직 선배 아나운서가 넙죽 받는다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결정인지 묻고 싶다. 도리(道理)라는 것을 안다면 당연히 거부하는 것이 맞다. 한때 공영방송에 몸담았고, KBS 아나운서라는 이름의 무게를 한번이라도 고민해 보았다면 답은 금방 나올 것이다. 땅에 떨어진 전직 KBS 아나운서라는 이름표가 더 지저분해지기 전에 빨리 다시 주워 담길 바란다.

9월 4일 파업 이후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아나운서 조합원들은 서로 어깨 겯고 목이 터져라 함성을 외치며 국민들이 허락해준 공영방송의 가치와 그 무거움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 제자리를 찾아 가는 길이 때론 험난하지만 이 또한 공영방송 아나운서이기에 누릴 수 있는 기쁨이 아니겠는가? KBS를 국민들께 다시 돌려 드리는 과정에 우리의 비용이 꽤 들지라도 가성비 최고의 파업인 것만은 분명하다. 역사의 날은 시작 되었고, 심판의 날은 머지않았다.

2017년 9월 8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아나운서구역 조합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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