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 사퇴, 공영방송 수장들은 구차한 자리보전

SBS 회장 사퇴 바라보는 KBS·MBC 구성원 심경

강아영 기자 | 2017.09.12 23:52:02

윤세영 SBS 회장 일가가 11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윤 회장은 "소유와 경영의 완전한 분리"를 선언하며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SBS 구성원들은 "대주주로서 상법에 따른 이사 임면권을 계속 보유하겠다는 대목이 있어 언제든 측근을 통해 SBS 경영에 개입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시점이나 발표 방식 등 윤 회장 사임에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여러 문제들이 지적되는 가운데 KBS, MBC 구성원들은 윤 회장의 사임을 자리보전에 급급한 고대영 KBS 사장, 김장겸 MBC 사장과 비교해 바라보고 있다. 구성원들의 여론을 의식하고 어떤 식으로든 응답하려 했다는 점에서 고대영, 김장겸 사장과 비교가 된다는 것이다.


MBC 한 기자는 “기업이라면 이른바 ‘오너’라고 할 수 있는 사람도 책임지기 위해 사퇴하는데 MBC나 KBS의 경우 말 그대로 봉급쟁이 사장들이 너무 뻔뻔하게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SBS 노조는 면피성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우리는 면피성 태도조차 안 보이니까 화가 나는 거다. 수뇌부가 책임을 안 지면 도대체 누가 책임지겠느냐”고 말했다.


KBS 한 기자도 “내부 구성원의 액션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책임감을 느꼈다는 자체가 저희에게는 생소했다. KBS 구성원들은 사측이 직원들을 정치 집단으로 매도하고 문제제기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며 “그런데 SBS에선 문제가 불거진 후 상당히 신속하게 결단이 내려진 것 같아 오히려 공영방송보다 사주가 있는 민영방송이 훨씬 더 정상적인 소통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꾸로 공영방송이 얼마나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추락해 있는지도 느꼈다”고 했다.


이들이 말한 것처럼 고대영·김장겸 사장은 구성원 절대다수의 퇴진 요구에 응답하지 않은 채 어떠한 개혁방안도 내놓지 않고 파업 사태를 수수방관하며 사장 자리만 지키고 있다. 고대영 사장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을 지내며 KBS를 ‘정권의 방송’으로 추락시킨 책임자 중 한 사람으로 지목됐고 취임 이후에도 국정농단 사태에 눈을 감고 북풍 뉴스를 강조해 시민들이 KBS 뉴스를 외면하게 만들었지만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7월 말 부사장부터 본부장, 국장급까지 인사를 단행하는 등 마이웨이 행보를 보였고, 4일 총파업이 시작된 후에도 대화 요구를 지속적으로 묵살했다. 고 사장은 지난 6일 강원도 평창까지 따라간 KBS본부 조합원 60여명이 대화를 요구한 자리에서도 1시간30분 가량을 승용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버텼다. 성재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은 페이스북 라이브에서 “잠깐 내려서 대화 좀 하자는데, (아무것도 않고 있는 게) 공영방송 사장인가”라며 “너무 창피하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취임식 때부터 구성원들의 퇴진 요구를 받아왔던 김장겸 사장 역시 고 사장과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보도국장에서 보도본부장, 사장으로 영전하며 권력 지향적인 방송으로 MBC의 공정성을 훼손해왔다는 비판을 받은 김 사장은 지난달 23이 "절대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5일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 출석한 자리에선 “공영언론의 수장으로서 언론자유와 방송독립을 어떻게 지킬까 고민이 많았다”며 궤변을 늘어놨다.


박성제 MBC 기자는 “오너로서 최소한 방송 프로그램이나 조직을 생각하는 마음, 망가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어야 하는데 이들에겐 그런 마음이 없다. 회사가 망가지건, 후배들이 고통 받건 오로지 자기의 정치적 앞날을 도모하고 있다”며 “그게 SBS와 비교가 된다는 거다. 그럼에도 SBS 역시 이번 기회에 MBC, KBS와 함께 방송 개혁 싸움에 함께 참여해 완벽하게 소유-경영 분리를 이뤄서 공영방송에 자극을 주고 선의의 경쟁을 벌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