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북한이란…"전략적 자산일까, 부채일까"

[중국 단기연수 참가기] 뉴스1 글로벌경제부 신기림 기자

한반도 정세가 격랑에 휩싸였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남한의 사드 배치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논란까지 지정학적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거의 모든 이슈들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8일까지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한 중국 단기연수 일정 중에 터져 나왔다.


국내 과정에서는 당장이라도 기사화할 만한 내용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중국 공산당의 19차 당대회가 다음 달 18일로 확정되면서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사드가 극복이 아니라 관리 대상이며 사드 이후 또 다른 변수들이 계속 떠오를 것이라는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의 전망은 연수 이후에도 곱씹어 보는 이슈로 다가왔다. 미국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한반도의 전술핵 재배치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드 이후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는 양상이다.


중국 현지 연수는 험난한 시작을 예고할 것처럼 보였다. 베이징행 항공기 이륙을 1시간가량 앞둔 3일 오전 11시30분 북한의 6차 핵실험 소식이 전해졌다. 일정대로 베이징에 도착했지만, 5일 예정됐던 중국 외교부 방문이 가능할지 의구심마저 들었다. 하지만 의구심은 기우였고 외교부 방문은 일정대로 이뤄졌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공식브리핑을 끝내고 한국 기자단과 별도의 시간을 갖고 북핵에 대한 평화적 해결의지를 피력했다.


현지 일정을 소화할수록 제법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중국이 더욱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당 대회를 한 달여 앞둔 베이징의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푸르렀고 미세먼지를 크게 느낄 수 없었다. 물론, 연수 일정 당시 날씨가 유난히 좋았다는 것이 베이징 한국문화원 직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새롭게 다가온 것은 날씨만이 아니었다. 한중수교 25년 동안에도 한국과 중국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조선족에 대한 이해가 사실상 전무했다는 피아오 젠 이 사회과학원 아태연구소 소장보의 지적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한국과 중국 양국 모두 한계에 부딪혔고 민낯을 드러냈다는 문일현 정법대 교수의 분석에도 귀가 번쩍 뜨였다. 문 교수는 최근 인민일보의 칼럼을 인용하며, 중국 당국의 한반도 관리 의지를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의 한중 관계가 ‘새로운 정상’이고 사드로 갈등을 겪고 있지만, 사드를 한중 관계의 전환점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중국 당국의 의지라는 설명이다. 중국이 북한을 전략적 자산 혹은 전략적 부채로 여길지를 생각해보라는 문 교수의 주문도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현대차, 롯데와 같은 한국 기업들이 사드 이슈로 중국 시장에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아모레 퍼시픽은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피했다는 점에서 중국에서 한국 기업의 ‘새판 짜기’가 필요하다는 점도 새롭게 다가왔다. 게다가 이번 연수 기간 방문했던 중국 2대 전자상거래 업체 징동그룹은 사드 배치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 한국기업 유치 설명회를 서울에서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정세 악화에도 한중 관계에서 선별적 협력이 가능하다는 희망이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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