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MBC·KBS 파업 개입하나…방문진 등 감사 검토

관리감독 책무 소홀 드러나면 해임 등 후속 조치 가능성 커
국민 공감대·명분 분명하지만 야권 반발·방송장악 시선 우려

방송통신위원회가 양대 공영방송사 총파업 사태 해결에 적극 개입할 의사를 밝혔다. KBS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대한 검사나 감사 등 행정조치 단행 가능성이 거론된다. ‘방송사 구성원’들은 파업 중이고, ‘정치권’의 지배구조 개선 논의는 공전하는 가운데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정부(방통위)’의 ‘매스’가 KBS이사회와 방문진을 향하면서 경영진과 이사 진퇴에 변수가 되고 있다.


KBS와 MBC 총파업 4일차이던 지난 7일, 방통위 상임위원 5인 전원은 파업사태 해결을 위해 방통위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전체회의에서 드러냈다. 특히 이효성 위원장은 “방통위가 어떤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왔다. 방송정책국에서 실태를 파악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문제인지 조사하도록 하겠다”며 “필요하다면 감사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김석진 위원도 과도한 개입에 따른 우려를 드러내면서도 “면밀하게 검토해 이런 사태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조속히 지혜를 모아야겠다”고 말했다.


현재로서 방통위가 취할 행정조치는 양대 공영방송사 최고의결기구인 KBS이사회와 방문진을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두 기구가 방송법·방문진법이 규정한 역할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조사해서 말이다. 만약 그간 공영방송의 목적과 공적책임 실현 등 관리감독 책무를 소홀히 한 점이 드러나면 해임을 비롯한 후속 조치가 취해질 소지가 크다.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달 11일 국회 예방에서 “MBC 사장과 이사회인 방문진 이사의 임기는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만, 다른 한 측면에서 무조건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명박 정부 당시) 정연주 전 KBS사장의 소송에서 대법원이 ‘임명’은 ‘임면’을 포함한다고 했다. 방통위가 이사장과 이사를 임명하는 것으로 돼 있어서 임면도 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사퇴를 포함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한도 포함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방통위가 적극적인 법해석과 판단으로 관리감독기능을 자처한다는 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법과 절차를 공영방송 정상화 방침으로 강조해 온 문재인 정부의 노선과도 궤를 같이 한다. 전임 최성준 위원장 체제의 방통위는 공영방송 문제를 노사 간 문제로 보고 개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선 이 위원장의 발언은 방통위가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를 임명하고, 임명권을 임면권으로 해석한 대법원 판례를 준용하면 해임도 가능하다는 논리다. 단순하게 보면 KBS이사를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하는 방통위가 대통령에게 해임건의를 하거나, 보다 적극적인 법해석으로 직접 해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만일 방통위가 KBS이사회·방문진 조사를 바탕으로 감사원 감사청구를 할 경우 ‘감사결과 비위가 뚜렷할 경우 임용권자나 임용제청권자에게 해임을 요구할 수 있다’는 감사원법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사 해임 등을 의결할 방통위 내부는 5인 중 정부여당이 3인, 국민의당 1인, 자유한국당 1인으로 강행이 가능한 구도다.


다만 야권의 반발과 ‘방송장악’으로 비칠 수 있는 점 등은 우려 요소다. 국민 공감대와 명분은 분명한 추동력이지만 이사해임 조치 등은 부담이 따르는 문제다. 방통위는 2008년 신태섭 KBS이사를 국가공무원법·방송법 위반 등으로 해임했지만 이후 부당해임 판결이 나며 당시 정권의 치부로 기록됐다. 현재 방통위는 사무검사와 감사원 감사청구 등 여러 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11일 “아직 확실히 정리되지 않았다. 검토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오늘 내일 중 결정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이사회를 대상으로 한 검사·감사는 구성원들의 반발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공영방송사 사장들의 진퇴와 무관치 않다. 앞서 유의선 방문진 이사가 사퇴하자마자 보궐이사 선임과 추가사퇴 얘기가 나왔다. 구 여권 이사 1인이 더 물러날 경우 방문진 내 여야 구도가 역전돼 김장겸 사장 해임이 가능하다는 분석과 함께다. 구 여권 이사의 사퇴·해임은 정부여당이 추천권을 갖는 새 보궐이사 임명으로 이어진다. 방통위의 향후 조치는 그간 공영방송사 최고의결기구가 제대로 역할했는지를 들여다보는 작업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존 이사회 내 수적 우위(KBS이사회 7:4, 방문진 6:3)를 앞세워 전임정부의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아 온 다수이사들의 책무이행 여부가 중점이 될 소지가 크다.


아직 KBS이사회에선 사퇴자가 없다. 다만 길환영 사장 해임과 조대현 사장 선임이라는, 당시 구 여권 이사 일부의 변심이 전례로 존재한다. 구 야권추천 KBS 한 소수이사는 “다수이사의 심경변화를 기대하지만 그때 반란을 경험해 고르고 골라 보낸 사람들 아니겠나. 그래도 편차가 있을 거라 보고 일부 이사들은 대화해볼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MBC와 방문진의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공영방송사 구성원’들은 파업에 나섰다. 무조건적인 사장 퇴진을 복귀 조건으로 거는 등 현 경영진의 사퇴로 요구가 수렴된다. ‘정부(방통위)’는 이에 개입을 시사하고 나섰다. 공영방송 정상화 문제의 세 축 중 근원적인 해결책을 안고 있는 정치권(국회)만 공전하는 모양새다. ‘정상화’와 ‘방송장악’ 프레임이 맞서며 관련 논의 자체가 아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언론장악방지법’ 논의를 기피해 온 자유한국당의 테이블 복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 여권 이사들의 ‘눈치 게임’이 시작된 만큼 관련법 통과와 ‘김장겸 지키기’ 사이 정치적 이익에 대한 판단 역시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언급되는 조치에 대한 오디언스는 분명하다. 이사들이나 사장들이 알아서 물러나는 게 가장 적절하지 않겠나라는 것”이라며 “자유한국당은 새 기구를 구성하자고 하는데 결국 공포, 시행 등 합치면 현 사장 임기 보장해주겠다는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정말 논의를 하려면 자유한국당이 개정안을 들고 여당을 찾아가 테이블에 앉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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