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이 우뚝 서는 언론환경 만들고 싶다”

[기협 인터뷰] 한국언론진흥재단 민병욱 이사장

김성후·강아영 기자 | 2018.01.17 16:35:35

언론, 민주주의 발판이자 씨앗

프레스센터 분쟁 해결할 것
유기적 조직연계·포럼개최 등
저널리즘 활성화 다방면 모색


왜 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을 하려고 했나를 물었다. 그는 기자생활 시작에서부터 어떤 기자가 되려했는지, 30년 몸담은 언론계를 떠나 무얼 하며 지냈는지 등을 이야기했다. 그러다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에 참여한 이유로 이어졌다.


“작년 1월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에서 미디어특보단장을 맡아달라는 연락이 왔다. 30년 넘게 언론 외길만 걸어왔는데,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게 좋은지 고민이 됐다. 내가 갖고 있는 언론관을 펼칠 수 있다면 가서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확약을 받고 싶었다. 당시 문재인 후보를 만나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했다. ‘기사 한 줄 빼라거나 좋은 기사 써주라고 요청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이미지 메이킹은 다른 사람이 할 수도 있습니다. 저널리즘이 바로 서는 언론정책을 후보가 피력하고, 큰 틀에서 언론정책을 조언하는 차원이라면 응하겠습니다.’ 후보가 흔쾌히 허락하더라. 저널리즘이 바로서는 언론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그의 대답은 “저널리즘”이었다.


민병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은 “대한민국에서 저널리즘이 과연 정상궤도로 가고 있는지 의문을 갖고 있고 그것을 고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민병욱 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은 1976년부터 30년간 동아일보 기자를 했다. 이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 한국신문윤리위원회 독자불만처리위원으로 활동했다. 중간 중간 네이버에 글을 연재하거나 신문에 고정칼럼을 쓰고 종편채널에 패널로 출연하는 방식으로 언론계와 인연을 이어왔다. 작년 9월22일 취임한 민 이사장을 지난 11일 프레스센터 15층 언론재단 이사장실에서 만났다.


-취임사에서 “평생을 저와 함께 해온 언론이라는 단어를 다시금 되새겨 보았다”고 했다. 무슨 뜻인가.
“대한민국에 저널리즘이 과연 정상궤도로 가고 있는지에 의문을 갖고 있고 그것을 고쳐보고 싶다. 저널리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이다. 진실이라는 유리 더미가 쌓여 있다고 하자. 그 유리 더미에 햇빛이 비치면 이쪽저쪽 다른 측면이 보인다. 그럼에도 유리 더미가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론이 유리 더미 한쪽만 본다거나 있지도 않은 상황을 만들어 그릇된 정보를 주고 있다. 권력이건 금력이건 사주에 의해서건 진실이 변질되고 있다. 언론은 정보를 향유하고 누려야 할 시민들 편에 서야 하는데 비틀리고 왜곡돼 있는 것이다. 언론이 제 역할만 한다면 누가 돈 주고 신문을 안 사보겠으며 돈 주고 클릭 안 하겠나. 진실은 천금을 주고라도 살 수 있어야 언론 산업이 살아날 수 있다.”


-22일이면 취임 넉 달이다. 자평한다면.
“오자마자 프레스센터 건물 소송 문제에 맞닥뜨렸다. 1심 패소 판결이 났고 거기 매달렸다. 법원 판결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 준 정부기관끼리 싸우는 것도 모양이 우습지만 조정 안 되고 재판까지 간 게 원통하다. 또 한 가지 안타까웠던 것은 정부 발표나 현안에 매몰돼 사실상 뒤에 숨은 얘기나 그것이 갖고 있는 함의가 다른 이슈에 묻혀버리곤 했다는 것이다. 설령 해묵었거나 늦더라도 다시 공론화시켜야 한다. 그런 공론장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에서 KPF 언론포럼도 시작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를 지원하는 TF도 발족했다.”


-한국 언론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언론재단의 구체적 실행 프로그램은.

“재단이 각자 맡은 업무에 대해서 너무 배타적으로 활동해왔던 경향이 있다. 경영기획실, 미디어진흥실, 연구센터 등이 있는데 각자 일만 했지 연계되고 합쳐져서 나오는 시너지가 별로 없었다. 연구센터에서 저널리즘이 살고 언론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연구하면 그 결과물이 사업으로 넘어갈 수 있다. 또 사업팀에서 막히면 연구센터가 집중해 뒷받침하는 유기체 역할을 해야 한다.”


-이사장 직속으로 저널리즘위원회를 뒀다. 위원 구성과 면면이 궁금하다.
“현업에서 오랫동안 계셨고, 상당한 신망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민주화에 기여하신 분들이 오실 것 같다. 나이는 어리더라도 저널리즘의 본령에 천착한 분 등을 포함해 5~6명 정도로 이달 말 시작하려고 한다.”


-저널리즘위원회에선 구체적으로 뭘 하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널리스트가 끝까지 저널리즘을 잃지 않고 가게 하기 위한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런 것이 없으면 흔들리고 현실에 대해 비판만 하다가 생활 일선에서 딴 데로 빠지기도 한다. 언론인의 지위와 품위 향상을 위한 언론인연금도 토론의 테마가 되지 않을까. 우리 언론이 큰 담론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을 쉽게 버리는 경향이 있다. 담론을 계속 담아낼 수 있도록 도구화해야 할 것이다. 저널리즘이 살아 있는 언론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활동 방향은 위원들이 결정해야지 공무원 사회처럼 결과물을 내라고 할 순 없을 것 같다.”


-언론사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혁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재단이 진행 중인 언론사에 대한 디지털 혁신 지원책은.
“한국 언론자체가 디지털 시대로 들어갈 때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게 분명하고, 언론 역할이 SNS에 밀려가고 있지 않나. 디지털 혁신도 저널리즘 기본 원칙을 지켜서 가기만 하면 최대한 지원하겠다. 기술적인 측면까진 잘 모른다. 사실 나도 독수리타법 시대의 사람이다. 직원들과 연구하고 더 공부하겠다.”


-최근 들어 가짜뉴스로 인한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다. 언론재단 차원에서 가짜뉴스 확산을 막기 위한 사업 계획을 세우고 있나.
“언론지원기관으로서 가짜뉴스를 규제하거나 대책을 세우면 자유로운 언론활동을 억압하는 걸로 오인할 수 있다. 기자들이 가짜뉴스는 안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저널리즘 정신에 입각한 기사를 써야 한다. 결국 저널리스트 교육이 제대로 돼야 한다.”


-언론관련 12개 단체가 ‘프레스센터를 언론계에 돌려주는 게 정도’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기억하겠지만 이낙연 국무총리가 관훈토론회에서 ‘언론단체들이 어느 날 쫓겨난다거나 언론단체가 입주하기에 자존심 상할 이름으로 바뀌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그 연장선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기획재정부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언론재단과 코바코가 합의해서 가면 제일 좋은데 재판까지 갔다. 사실 코바코만 비난할 게 아니라 재단도 잘못이 있다. 취임사에서 다른 일은 제쳐놓더라도 이 일부터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가급적이면 얼굴 붉히지 않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대한민국 상징인 세종로에 언론을 상징하는 프레스센터가 있어야 한다. 광고회관에서 언론활동을 하는 게 좀 그렇지 않나.”


-언론진흥기금이 2013년 이후 국고 출연금이 없어 사실상 고갈 위기에 처했다. 언론진흥기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복안은.
“국가재정으로 사기업인 언론을 지원하는 것은 안된다는 정부 일각의 생각은 단견이다. 재단에서 작년 150억원, 올해 200억원의 언론진흥기금을 출연하고 있는데 그걸로 부족하다. 언론은 민주주의 발판이자 씨앗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더 많은 언론진흥기금을 내야 한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한다면 납세자인 국민들도 언론 지원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언론계를 떠난 지 10년이 넘었다. 과거 기자시절의 생각으로 달라진 언론환경을 진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언론계를 떠난 기간이 길었으므로 실제 언론이 처한 환경을 잘 모를 수 있다는 말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신문에 칼럼을 쓰고 방송에 출연하는 등 독립 언론 활동을 계속해왔다. 언론계 내부의 교분도 충분하고 언론계 속사정을 알기 좋은 위치에 있다고 감히 생각한다. 다만 시대에 맞지 않을 순 있으니 더 공부할 생각이다.”


-현행 10%인 정부광고 대행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언론사에 있을 때 그런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잘못 알려졌다. 사실은 언론재단이 언론사에서 떼는 수수료가 아니다. 정부가 대행수수료 10%를 얹어서 광고비를 책정한 거다. 그리고 수수료는 재단 인건비가 아니라 언론 지원에 전액 사용한다.”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기레기’ 소리까지 듣는 저널리스트들의 지위와 품위가 향상되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되면 내가 할 일을 했다고 하지 않을까 싶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저널리스트나 문인들이 글 값 좀 제대로 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에 있으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크게 겪지 않았지만 퇴직 이후 먹고살 길이 막연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현장에서도 열악하고, 그만두면 더 열악한 언론 환경을 개선해보고 싶다. 선배 저널리스트로서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의무 아닌가 생각한다.”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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