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올림픽에 손님 초대해놓고 싸우는 건 예의 아냐”

[밖에선 본 기자 밖에서 본 언론](11)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성후·최승영 기자 | 2018.02.06 11:22:28

인터뷰가 한창인데, 참모들은 시계를 연신 가리켰다. 빨리 끝내달라는 메시지였다. 빡빡한 일정을 비집고 인터뷰 약속을 잡은 터에 독촉까지 받으니 마음이 급해졌다. 취재진의 이런 마음을 엿보았는지 원주로 가야할 시각이 지났지만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일어서지 않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최 지사의 하루는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인터뷰가 있던 지난 2일만 해도 춘천 강원도청에서 원주, 원주에서 기차를 타고 강릉, 평창 겨울음악제로 이어지는 일정을 소화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북한 참가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고 역대 최고의 성공적인 평화올림픽으로 치러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승영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단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92개국에서 2925명의 선수가 참가합니다. 참가국과 참가 선수, 메달 규모만 보더라도 역대 겨울 올림픽 중 가장 크죠. 특히 북한이 참가하는 정치적 의미까지 더해져 역사상 최고의 올림픽이라고 말씀 드릴 수가 있습니다.”

 

-양양공항을 통해 북한 선수단이 방남했는데, 감회는 어떤가요.

 

“지난 10년 간 남북관계가 거의 단절됐고, 단절을 넘어 전쟁하는 것 아니냐는 정도까지 갔었죠. 그런 상황에 극적으로 북한이 올림픽 참가를 결정했습니다. ‘평창올림픽이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북한이 참가 안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두 가지 모두 끔찍하죠.”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논란이 있었습니다.

 

“남북 선수가 어울려 게임을 뛰는 걸 보면 그런 논란이 사라질 걸로 봅니다. 1 더하기 1은 2가 아니라 3이 되는 걸 국민들한테 보여주는 계기가 될 거고. 분위기가 바뀔 걸로 봅니다.”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 생일 축하 사진 보니까 잘 어울리는 것 같더군요.

 

“스포츠는 정치하고 다릅니다. 선수들은 순식간에 어울리고 금방 친해지고 금방 작전도 이해하죠. 정치권의 염려는 기우죠. 우리가 이런 정치를 물려줘선 안 된다는 걸 선수들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평창올림픽은 남북 화합을 끌어낸 평화올림픽이 될까요?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평화올림픽이 된 거죠. 88올림픽 때 북한이 안 왔거든요. 북한이 올림픽에 오는 건 평창이 처음이죠.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참가할 용의가 있다고 발표하고 참가 규모도 선수단 외에도 고위급 대표단, 응원단, 예술단 등 다양합니다. 평창올림픽은 한반도 운명에 변곡점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고 비하하고 북한 체제의 선전장이 됐다고까지 얘기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평양올림픽’은 레드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단어죠. 한반도기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노태우 정부 때죠. 남북관계는 어떤 경우든 정략적으로 이용하면 안 됩니다. 손님을 초대해놓고 우리끼리 집안싸움을 하는 건 예의에 어긋나죠. 북한 참가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고 역대 최고의 성공적인 평화올림픽으로 치러질 수 있게 됐습니다. 올림픽 기간만이라도 정쟁을 자제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금강산 남북합동문화공연 일방 취소에서 보듯 북측의 이해하기 힘든 태도는 우호적인 여론마저 등 돌리게 하는 것 아니냐는 염려도 있습니다.

 

“남북은 이념, 체제, 의사결정 과정이 많이 다르죠. 서로 상대편이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해 섬세하게 배려해야 합니다. 지금은 그런 게 없는 거죠. 배려까지 가지도 않고, 어쩔 땐 공격적이기까지 합니다.”

 

-평창올림픽 개막이 얼마 안 남았는데, 현재까지 해온 걸 자평한다면?

 

“직전에 열렸던 리우올림픽이나 소치올림픽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잘한 거죠. 두 올림픽 모두 경기 중에 공사하고, 치안도 만족스럽지 못했죠. 하지만 평창올림픽은 분야별로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다만 티켓 판매율이 75% 정도에 머물러 있는데 좀 걱정입니다. 대회 임박 시점에 100% 팔리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평창올림픽을 세계에 전할 취재 경쟁도 치열한 것 같습니다.

 

“평창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NBC에서만 2400명이 오고요. 전 세계 신문, 방송, 통신 등 수백 개 매체 1만3000여명의 취재진이 현장에서 활동합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1984년 MBC에 입사해 사회부 기자로 일하다 1996년 파업을 주도해 해직됐고 복직 후 2000년 전국언론노동조합 초대위원장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2월부터 3년간 MBC 사장으로 일했다.

 

-MBC에서 일어났던 해고와 무더기 징계 등을 지켜본 심경이 복잡했을 것 같습니다.

 

“87년 6월 항쟁 때 방송사 최초로 제작거부를 했어요. 전두환 정권 시절인데도 안 잘렸어요. 이후 노조 설립하고 파업을 여러 차례 했지만 위원장인 저만 잘렸죠. 그런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 체제에서 MBC는 극도로 비정상적인 행위들이 일어났어요. 무지막지하기가 세계 언론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가 없죠. 노무현 정권은 일체 간섭을 안 했습니다. 사장인 저에게 전화 한 통 안 왔으니까요. 언론에 대해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였어요. 그렇게 세운 언론자유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MBC 뉴스는 챙겨보는지요?

 

“요즘에 좀 보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한번 붕괴되니까 그 시스템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습니다.”

 

-구성원들이 MBC 재건에 속도를 내면서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업무 공백이 있어 힘에 부쳐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서두르지 말고 밑바닥부터 다져가야죠. 요새 프로그램을 보면 급하게 서두르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럴만하죠. 그래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서두르다 보면 사상누각이 될 수 있어요. 말을 물가에 끌고 갈 순 있지만 강제로 물을 마시게 할 순 없지 않습니까. 언론, 특히 방송은 더 그렇습니다. 사실이 아니면 단 한마디도 않겠다는 기본 원칙이나 철학을 굳건히 세워야겠죠.”

 

-강원도지사 3선에 도전하나요?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저는 정치가 자기 결정으로 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시대가 부르면 나가는 거고, 안 부르면 집에 가는 거고 그런 거죠.”

 

-둘째 딸이 얼마 전 결혼을 했는데,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가족과 친지들 중심으로 조용히 치렀습니다. 알려지면 오시는 분들도 많을 거 같고 또 부조금을 갖고 오고. 부조금 안 받고 외부에 알리지 않고 그렇게 치렀죠.”

 

-언론인 경험이 정치인으로 사는 데 도움이 되거나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나요?

 

“현장을 찾는 게 몸에 배어 있습니다. 앉아서 탁상행정을 하지 않죠. 늘 현장에서 도민들을 직접 만나 문제를 해결해드리는 쪽으로 행정을 하니까 도민들과 가까워지죠. 시군을 거쳐서 올라오는 서류만 보고 행정을 하게 되면 어긋난 경우가 많습니다.”

 

-선배 기자 입장에서 언론계에 제언을 한다면?

 

“언론 상황이 엄청 바뀌었죠. 스마트폰을 통해 뉴스를 보잖아요. (스마트폰을 들어올리며) 이게 한 사람 한 사람이 방송사 사장이 되고 신문사 사장이 된 거죠. 분석해주고 깊이 들어가지 않으면 언론의 위상이 약해질 거예요. 취재 시간을 많이 주고 훈련도 많이 시키고 투자를 좀 더 해야 하는 거죠. 거꾸로 너무 영세한 언론이 많이 생기다보니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도 생기는 것 같아요.”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언론에 당부할 말씀이 있다면?

 

“올림픽은 ‘올림픽 휴전’의 준말입니다. 휴전을 위해서 올림픽을 여는 거죠. UN에서 올림픽 휴전 결의안이 채택되고 미국 상하원도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는 결의안을 발의했습니다. 제가 호소문을 통해 정치권과 언론에 ‘우리끼리의 휴전’을 간곡히 요청 드렸습니다. 손님을 맞이하는 우리가 멱살잡이하며 싸워선 안 되죠. 북한도 손님입니다. 평창올림픽이 세계인들의 축복 속에 축제로 치러질 수 있도록 우리 언론이 선도해줬으면 합니다.”

 

최문순 지사는 어릴 때부터 감자로 불렸다고 한다. 원래는 토종감자인데 기자들이 자꾸 ‘불량감자’로 부른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이런 제안을 했다. “‘불량감자’로 부르지 말고 앞으로 ‘국제 감자’ ‘글로벌 감자’로 불러달라. 아니면 ‘올림픽 감자’로 불러주든지….(웃음)”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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