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어렵다. 필자 스스로를 돌아볼 때도, 개혁을 위해 애쓰며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을 바라볼 때도,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특히 최근 요청을 받고 미디어의 미래에 관해 대화를 나눠본 몇몇 언론사 담당자들을 보며 그 사실을 새삼 실감한다.
변화가 어려운 건 인간의 본성이 그렇고, 조직의 로직이 그렇기 때문이다. 인간과 조직은 모두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는 것을 좋아한다. 안주를 선호한다. 그게 편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편안함을 이렇게 합리화한다. “지금 정도도 충분해. 결과가 어떻게 될지 불투명한데 괜히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어. 이게 안전한 거야....”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서서히 쇠락하고 결국 소멸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도, 안주하는 것이 안전하기는커녕 위험 그 자체라는 사실을 느끼고 있음에도, 그렇게 합리화하고 싶어진다.
이런 유혹을 이겨내고 변화에 착수했다고 해도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변화에 대한 ‘반발’이 즉시 나오기 때문이다. 개인이라면 마음 속 한 구석에서, 조직이라면 개혁으로 피해를 보거나 피곤해지는 집단과 사람으로부터 거센 저항이 시작된다. 개혁에 따를지 모르는 리스크를 내세우거나, 개혁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을 이유로 들면서 변화를 무산시키려 한다.
이 단계에서 대부분의 변화 시도는 ‘현실과의 타협’을 통해 축소되고, 흐지부지되곤 한다. 무언가 시작하긴 했던 것 같은데, 1년 후 돌아보면 변한 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필자는 변화의 어려움을 알기에 나름의 원칙을 두 가지 세워두었다. 첫 번째는 ‘정기적인 변화’다. 1년이라는 시기를 정해 놓고, 의식적으로, 그리고 정기적으로, 작은 것 하나라도 바꾸려 시도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꾸준한 배움’이다. 예전에 사무실 공유 서비스 기업인 위워크 코리아에 1인용 사무실을 임대해 한 달간 사용해본 적이 있다. 필자에게는 회사 사무실과 서재용 개인 작업실이 있지만, 혁신적인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위워크, 그들의 생각을 배우고 싶었다. 사실 처음 외국 잡지에서 위워크의 비즈니스 모델을 접했을 때 필자는 시장성을 무시하며 평가절하 했었다. 세상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했던 거다. 생각이 짧았음을 깨닫고, 텍스트가 아닌 경험을 통해 배우기 위해 변화의 현장을 찾아갔다.
영화 ‘인턴’에서 노년의 로버트 드니로는 젊은 사장 앤 해서웨이의 회사에 인턴으로 일하며 이렇게 말한다. “전 여기에 당신의 세계를 배우러 왔어요(I'm here to learn about your world).”
과거의 경험 차이로, 사람에게는 잘 알지 못하는 세상이 많다. 시대가 바뀌었음을 인식했다면, 그 시대를, 바뀐 세계를 배워야 한다. 로버트 드니로처럼, 그 세계를 배우러 현장을 찾아가야 한다.
인터넷, 모바일, 소셜, 인공지능(AI) 등 테크놀로지가 세상을 바꾸고 있는 가운데, 변화를 위해 애쓰는 조직들, 특히 미디어들의 모습을 보며 요즘 많은 생각을 하곤 한다. 그 곳에는 변화의 미래에 가슴 설렌 분들도 있었고, 내부의 저항으로 계획이 대폭 축소되어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변화는 그렇듯, 가슴 뛰는 것이고, 동시에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이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변화를 위한 용기와 배움이고, 그것을 통한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