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비밀 재산’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아들 이시형씨를 추적하면서부터다. 이시형씨의 전셋집에서 ‘정직하지 않은 돈 냄새’가 나서다. 청와대 공무원들이 은행에서 찾은 정체모를 돈은 집주인 계좌로 흘러들어갔다. 지난 2012년 내곡동 특검 당시 백승우 MBC 기자는 청와대 비밀 금고의 열쇠를 쥐고 있을 법한 공무원들 이름을 한명씩 확인했다. 좀만 다가가면 괴자금의 주인과 비밀 금고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기사는 ‘월권’이라는 이름하에 철저하게 축소됐다.
“처음에 취재할 때 파급력이 상당할거라고 생각했어요. 의문의 돈이니까 하나만 더 올라가면 수상한 자금을 파헤치는 실마리, 단서가 될 줄 알았죠. 그런데 갑자기 부장이 딴소리를 하시더라고요. ‘법외 수사’라는 말을 하시더니, 결국 주어가 없는 ‘월권수사 논란’ 기사로 나갔어요. 맹탕기사가 된 거죠.”
당연히 추가 취재해야할 상황이었지만 당시 부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백 기자는 “그렇게까지 ‘물타기’할 줄 몰랐다. 부장과 2시간 넘게 싸웠지만 방송 나가기 30분전까지 기사를 쥐고 있더라”며 “추가 팩트를 확인하고 ‘대선 자금의 가능성도 있다’고 발제했는데 ‘법외수사 논란’으로 바뀌어서 마지막 2번째로 방송됐다”고 회상했다.
“다음날 조간이 ‘법외수사 논란’으로 받았더라고요. 타사 기자들도 적극적으로 취재하지 않았어요. MBC는 2012년 파업을 끝내고 상황이 더 악화됐죠. 내곡동 특검뿐 아니라 그전에 있던 검찰 수사 건도 여야 균형 맞추라는 등의 주문이 이어졌어요. 같이 일하던 후배는 중징계를 맞고 떠나는 상황까지 됐죠.”
그 후 5년간 침묵 속에서 묻히는 듯 했다. 지난해 MBC 구성원들이 또다시 공정방송 파업을 위해 투쟁을 하기까지. 용기를 낸 백 기자가 당시 수첩을 들춰내 추가 취재를 시작한 계기이기도 하다. ‘끈 떨어졌다하지만 전직 대통령인데 괜찮겠냐’는 주변의 우려에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이대로 묻어둘 순 없었다. 그렇게 신간 <MB의 재산은닉 기술>이 나왔다. BBK주가조작 연루, 도곡동 땅 차명, 다스 실소유주, 내곡동 사저 등 MB에 관한 의혹을 추적한 취재기가 담겼다.
“‘MB 비리 의혹 입문서’라고 보면 돼요. 이명박 전 대통령 일가와 지인들이 30~40년 동안 재산을 어떻게 감추고 축적해왔는지 한눈에 볼 수 있어요. 한편으로는 당시 제대로 수사와 감시를 하지 못한 검찰과 언론의 모습이 담겨있죠. 제 역할을 못했으니까 그 세월동안 이들의 재산 축적이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백 기자는 “조금만 더 언론이 무언가를 했다면 다른 세상이 오지 않았을까”라고 되물으며 아쉬움을 떨쳐내지 못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