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 파괴 문건 6000건'

[제332회 이달의 기자상] 한겨레 서영지 기자 / 취재보도1부문

삼성의 노조 와해 의혹은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삼성은 그때마다 ‘모르쇠 전략’을 고수했습니다. 지난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전략이 담긴 ‘에스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공개했을 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다스 소송비 대납’과 관련해 삼성전자 본사 압수수색 과정에서 인사팀 직원으로부터 확보한 외장하드에 관련 문건이 수천 건 쏟아지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그동안 제기되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던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3월 시작된 검찰수사는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업체를 넘어 삼성전자서비스와 삼성전자로 향하며, 노조와해 공작의 ‘윗선’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가슴 아팠던 일은 2014년 5월17일 노조탄압에 항의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염호석씨 관련 사건을 취재하면서였습니다. 노동조합장을 막으려고 삼성이 나서 염씨의 아버지에게 6억원을 건넨 일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염씨가 사망하자 “노조원 1명이 탈퇴했다”며 협력업체 사장이 삼성전자서비스 종합상황실에 ‘실적 보고’를 올린 일은 인간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삼성이 지난달 17일 삼성전자서비스의 ‘무노조 경영’ 원칙 포기를 천명하면서 8000명 규모의 하청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갑자기 삼성이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한다고 해서 그동안 잘못이 사라질까요? ‘무노조 경영’을 억지로 유지하기 위해 부당노동행위 등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그것이 드러나고 관련자들이 처벌돼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래야 삼성전자서비스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에게도 ‘반면교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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