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JTBC 노동조합이 13년 만에 분리돼 각자 길을 가게 됐다. 중앙그룹 전반의 경영난 속에 오랜 기간 통합채용, 인력 교류 등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양사가 서로 다른 상황에 놓이며 신문·방송사 구성원들이 함께 관여해 온 통합 노조 체제 역시 법인별로 나뉘게 된 것이다.
중앙일보·JTBC 노조는 11일 임시총회를 열고 전 조합원 대상 모바일 투표를 진행한 결과 ‘조합의 분할·조직형태 변경 및 재산 분배’ 안건이 가결돼 각각 독립된 노조가 됐다고 밝혔다. 재적조합원 319명 중 287명이 투표에 참여(89.97%)했고, 이 중 276명이 찬성(96.17%)했다. 가결엔 재적인원 과반의 출석과 출석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다. 6월 JTBC의 법정관리 신청, 중앙일보의 워크아웃 추진 후 노조는 조합원 의견수렴과 대의원회의 등을 거쳐 본격 분할 논의를 해왔고, 4일 노조의 합병·분할·해산을 결정할 최고의결기구 총회를 소집한 바 있다.
이날 투표 결과는 양사 조합원 여론에서 예견됐다. 4일 중앙노보에 따르면 7월 중순 법인별 노조 분리에 대한 의견수렴 결과 JTBC 조합원들은 찬성 121표·반대 3표, 중앙일보 조합원들은 찬성 177표·반대 1표로 대다수가 동의 의사를 보였다. 앞선 노보에서 노조는 “기존 통합노조 형태로는 각 사가 처한 서로 다른 상황에 신속하고 독자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양사 조합원의 합의”를 총회 소집 이유로 들었다.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기업 회생절차에 돌입한 영향 속에 양사가 별도 노선을 걷게 된 배경이 있다. JTBC는 회생절차 개시 여부가 8월 말까지 보류된 가운데 자율구조조정(ARS)으로 채권단과 자율 채무구조조정 협의 중인 반면, 중앙일보는 ‘대주주 경영권 매각’이 포함된 워크아웃에 돌입하며 잠재 매입사를 물색 중이다. 앞선 워크아웃 신청 국면 중앙일보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한 계열사와는 경영적으로 분리된 독립 법인”이란 표현이 나오며 각자 대응이 본격 예견됐다.
이날 노조 분리는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양사 구성원 간 연결 고리가 끊기는 상징이다. 그간 통합채용, 특파원 겸직, 인적 교류, 공동취재 등으로 한 회사 동료처럼 얽혀온 관계 변화의 신호탄인 셈이다. 2011년 개국을 준비하던 JTBC와 중앙일보는 통합공채로 기자, PD 등을 공동 모집했고 2015년까지 기조를 이어왔다. 이후 지원 단계에서 양사 구분이 이뤄졌지만 채용 평가는 함께 하기도 했다. 2012~2013년엔 신문·방송 통합 전략 하에 기자들이 왕성하게 양 조직을 오갔고 2017년 말 해당 전략이 철회된 뒤에도 인적교류가 끊기진 않았다.
특히 2013년부턴 통합 첫 노조위원장이 배출되며 통합노조 체제가 본격화됐다. JTBC 기자들이 중앙일보 소속으로 JTBC에 파견 근무하는 법인 구조에서 JTBC 조합원들의 공식 지위가 중앙일보 노조 소속인 상황은 이어졌지만 신문·방송 구성원들을 함께 대표하는 통합노조 운영이 이때부터 가시화됐다. 2023년 규약 개정이 이뤄지며 두 법인 노동자가 한 노조에 가입하는 ‘2사 1노조’ 체제가 성립되는 등 JTBC 개국 이래 지속돼 온 양사 구성원들의 긴밀한 관계가 이날 노조 분리로 다른 국면을 맞게 된 게 현재다.
이날 투표에선 ‘조합이 보유한 기금 등 재산을 양측 조합원 수 비율에 따라 분배’하는 방식도 결정됐다. 당초 최대 고민이던 기금 분배 방안이 큰 이견 없이 결론 난 모양새다. 안건 가결에 따라 각 조합의 집행부 또는 대표자는 향후 노조 명칭 및 규약정비, 임원 및 집행부 체계 구성, 행정 신고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중앙일보 노조 한 대의원은 “오너의 경영 과실로 결국 이렇게 됐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서로 힘든 분위기에서 얼른 마무리하고 각자 상황에 충실하자는 정서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JTBC 선후배들을 거의 다 알고 가깝게 지냈는데 마음이 아프다”며 “관건이던 기금 분배가 갈등 없이 해결된 건 서로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서라고 보는데 그래서 더 아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