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신 리포트, 일부 방송 편집 업무는 기계화 가능할 것 같은데요?"

[기자 그 후] (6) 유재연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박사과정 (전 JTBC 기자)

세계 평화를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면 어느 누가 선뜻 믿을까. 그런데 막상 대학원엔 유재연씨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세상에 기여를 하기 위해” “사회발전을 위해”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회사를 박차고 대학원으로 왔다고 동료들은 말했다. 유재연씨는 “나 역시 이상을 좇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며 “내 연구가 사회를 환기시킬 수 있도록 계속 분석하고 리포트를 내고 싶다. 돈은 안 되겠지만 프리랜서로, 디지털 노마드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에서든 연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유재연 전 JTBC 기자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연구실 책상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5년 JTBC를 그만두고 그 해 9월 석사과정에 진학해 현재 박사과정 입학을 앞두고 있다.
유재연씨는 지난 2015년 7월까지 기자였다. 2008년 CBS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2011년 중앙일보로 이직했고 중앙선데이와 JTBC를 거쳤다. 그만둔 건 2015년 7월. 그 해 9월 시작하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서였다. 유씨는 “2014년 ‘드림팀’으로 기억하고 있는 중앙선데이에 막내로 있을 때 선배들이 지속적으로 ‘너희 세대는 컴퓨터 언어를 알아야 한다’고 주입을 시켰다”며 “관심이 가던 차에 마침 그 해 7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데이터 저널리즘과 관련한 강의를 들었다. 사흘간 코딩과 함께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법을 배워 빅데이터 분석 기사를 썼는데 실제 해보면서 이런 작업을 ‘노가다’가 아니라 기계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가 보기에 언론사 일들 상당수는 기계화가 가능해 보였다. 날씨 같은 단신 리포트, 방송 편집이 특히 그랬다. 유씨는 “한정된 인력에 과도한 업무가 쏟아지는 언론사에서 기계가 반복적인 단순 작업을 하면 인간은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특히 최근엔 주 52시간이 시행되면서 업무시간을 줄이면서도 양질의 기사를 제작하는 시스템이 더 필요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로봇 저널리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이 그의 눈에 들어온 건 필연이었다. 유씨는 대학원에 들어가 HCI(Human-Computer Interaction)를 공부했다. HCI는 인간과 컴퓨터, 그리고 상호작용이 들어가는 모든 연구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단순히 코딩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통계 분석을 하고, 어떤 방법으로 사용자 조사를 설계하는지 등을 총체적으로 배우는 과정이었다. 유씨는 “코딩을 이용해 데이터를 모으고 그것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 수학적으로 증명하고 이를 해석해 글로 쓰는 과정을 충실히 배웠다”며 “다만 불문과 출신에 7차 교육과정 첫 세대여서 미적분도 몰랐던 터라 고생이 많았다”고 했다.


그나마 어린 시절의 코딩 교육과 기자 경험은 큰 자산이 됐다. 통계를 분석하고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해석하는 것이나 어떤 데이터로 가정을 세워 분석할 것인지 ‘야마’를 잡는 일이 다른 이들보다 수월했던 것이다. 지난해 석사과정을 마치고 99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 들어갔던 것도 PPT 발표를 잘했던 영향이 컸다고 유씨는 말했다.


오는 9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박사과정에 들어가는 그는 석사과정 때 연구했던 HCI 중 뉴스 데이터, 그 중에서도 이미지를 다시 집중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자연어 데이터는 이미 많은 곳에서 연구를 하고 있고 최근엔 사람들이 글보다 이미지를 더 많이 보고 있다”며 “특히 동영상에 주목하고 있다. 넥스트 미디어의 프레임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이미지가 심어줄 수 있는 고정관념과 편견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있다. 이미지 속 편견이나 생각 등을 기계적으로 추출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혹시 관심있는 기자들도 그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 도전할 수 있을까. 유씨는 “동료들도 그렇고 자식 교육 때문에 문의하는 선배들이 있는데 사실 연구라는 게 쉽지는 않다. 체력적으로 힘들고 머리도 많이 써야 하고 때로는 강심장도 필요하다”며 “다만 코딩을 본격적으로 하기보다 데이터 시각화 쪽으로 나간다면 우리나라에도 꽤 잘 하는 분들이 많아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다.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 디자인 분야도 자신의 성격과 맞는다면 좀 더 쉽게 길을 개척할 수 있다. 기자들이라면 ‘연구자의 감수성’이 없을 수가 없어서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