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게이트키퍼 역할은 끝났다"

'팩트체크 퓰리처상 수상자' 빌 아데어 듀크대 교수, 알렉시오 만찰리스 IFCN 디렉터 인터뷰

언론은 정치인들의 발언을 검증 없이 받아쓴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도 쉴 새 없이 쏟아진다. 무엇이 진실이고 또 거짓인가.


빌 아데어 미국 듀크대 교수는 현직 기자시절 경마식 선거보도를 지양하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팩트체크 사이트 폴리티팩트(PolitiFact)를 만들었다. 미국 3대 팩트체크 기관으로 꼽히는 폴리티팩트는 ‘진실 검증기’(Truth-O-Meter)를 도입해 참, 거짓 여부를 가린다. 진실부터 새빨간 거짓말(Pants on Fire)까지 검증사실을 6단계로 시각화하는 이 시스템은 전 세계 팩트체크 모델로 자리 잡았다.


미국 대통령선거 펙트체크로 2009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빌 아데어 미국 듀크대 교수(오른쪽), 알렉시오스 만찰리스 IFCN 디렉터.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팩트체크를 수행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아데어 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18일 한국언론학회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가 공동 주최하는 ‘2018 팩트체크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 <디지털 환경에서의 실시간 팩트체크>를 맡는다. 컨퍼런스를 하루 앞둔 지난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아데어 교수를 만났다. 컨퍼런스 발표자인 알렉시오스 만찰리스 IFCN(전 세계 팩트체크 기관의 연대기구) 디렉터도 함께 자리했다.


다음은 이들과의 일문일답.


-기자로 일하다 ‘폴리티팩트’를 만든 이유가 무엇인가.
빌 아데어(아데어)
: 백악관과 의회를 취재하면서 대통령, 상원의원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검증 없이 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자로서 이 부분을 검증해야 했고 팩트체크 웹사이트 폴리티팩트를 만들었다. 기자들은 진실과 거짓을 가려서 독자들에게 진실만을 전해야 한다. 새로운 언론 환경에선 이 과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팩트체크를 시작하게 됐다.


-팩트체크는 어떤 과정으로 이뤄지나.
아데어
: 팩트체크 할 주장을 선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두번째로 해당 주장을 하는 사람이나 단체를 찾아 주장의 근거를 묻는다. 다음으로 보수주의자와 급진주의자의 목소리를 모두 담아 유효한 아이디어를 도출한다. 이어 에디터들이 팩트체크 결론을 도출하는 데 대한 분석 기사를 쓴다. 마지막으로 에디터 3명이 토론을 거쳐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명하고 6단계 중 등급을 결정한다.


-팩트체크는 언론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역할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왜 그렇다고 보나?
알렉시오스 만찰리스(만찰리스): 여러 측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미디어의 게이트키퍼 역할이 끝난 것도 하나의 이유다. 지금까지 언론은 마치 역사를 이야기하듯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설명하는 데만 급급했다. 그러나 이런 뉴스는 미디어를 통해 더 이상 소비되지 않는다. 언론은 정보를 제공하는 게이트키퍼가 아니라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전달하는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한다.


-팩트체크에 인간이 개입하지 않는 자동화시스템의 위험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아데어
: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게 중요하다. 자동화시스템으로 어떤 주장을 검증해 거짓이라고 판명됐다면 결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결론내린 근거와 과정, 맥락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 그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팩트체크가 사람들의 태도를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연구가 많다.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오히려 인지도를 얻게 되는 한계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만찰리스
: 언론이 사람들의 방향성을 바꾸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행동을 해라,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기보다 올바른 진실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팩트체크의 성과는 팩트체킹을 당한 당사자에게 발견할 수 있었다. 모든 사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팩트체킹에 노출된 사람은 그 이후에 개선된 행보를 보인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팩트체킹의 양적인 성장을 기반으로 가시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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