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으면 배 부르다'는 결과 발표한 네이버

학자 등 외부 전문 11인 위원회, 6개월간의 네이버 알고리즘 검토 결과 발표
검토 대상엔 "문제없다" 평가... 설득 위한 최소한 공개도 안 해

네이버가 외부 위원회 검토를 통해 뉴스 알고리즘의 공정성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놨지만 내용과 공개수준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가 봤더니 잘 작동한다’는 입장 뿐 네이버 뉴스편집을 바라보는 사회적 우려에 대한 평가는 간과됐고, 그마저도 최소한의 공개나 근거제시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뉴스 검색 서비스 △AiRS(에어스) 뉴스 추천 서비스 △연예 및 스포츠 기사 추천 서비스 등에 대한 뉴스 알고리즘 검토결과를 공개했다. 앞서 뉴스 편집 편향성 논란이 일자 네이버는 컴퓨터공학, 정보학, 커뮤니케이션학 외부 전문가 11인으로 위원회를 꾸려 6개월 간 검토를 맡겼다.


검토위는 이날 총평으로 “네이버의 뉴스 서비스 자동화는 공정성과 신뢰성 문제의 해결을 위한 효율적인 대안”이라고 밝혔다. 맹성현 검토위원장(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은 “위원회의 의견들이 공적 가치와 기업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뉴스 포털로서의 네이버가 더욱 신뢰받고 국제적 경쟁력에서도 밀리지 않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검토 위원회 맹성현(가운데, 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부 교수) 위원장, 김용찬(왼쪽,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과 교수) 위원, 장윤금(숙명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위원들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검토 위원회 결과 발표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검토위가 내놓은 결과에 ‘속 빈 강정’이란 평이 나온다.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기자(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는 “내년 에어스 뉴스 추천이 기본이 되면 반응평가가 나오고 AI알고리즘 기술 이슈가 부상하는 본격 단계가 될 텐데 영업기밀만 내세울 게 아니었다. 최소한의 디테일은 드러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 우려 속에서 알고리즘 지향을 드러내는 등 사회적 소통방식을 고민할 순간에 논쟁여지조차 주지 않는 무의미한 내용”이라 덧붙였다.


이날 검토위는 검토대상에 대해 ‘문제없다’는 평가만 반복할 뿐 설득을 위한 최소한의 공개조차 하지 않았다. 기사 배열 등을 위해 알고리즘에서 고려하는 기사품질 결정 ‘자질(feature)’, 즉 ‘기사 퀄리티’를 평가하는 대표 요소를 단 ‘1개’도 밝히지 않은 게 사례다. ‘자질’을 안다 해도 네이버가 부여한 가중치를 모를 경우 어뷰징에 활용될 가능성은 적은데도 말이다.


아울러 기자들에게 배포된 발표자료도 네이버 내부나 검토위원들까지만 공유한 용어를 바탕으로 작성되고, “영업비밀”을 이유로 정의조차 밝히지 않다보니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지기 어려웠다는 평이 많다. 기자회견에서 알고리즘이 ‘다양성’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냐는 기자들 질의에 맹 위원장은 “피처로서 반영되는 것”이라고 했고, 김용찬 검토위원(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과 교수)은 “다양성을 보기 위한 여러 측정방법들을 가지고 개발하는 걸 확인했다”는 답변을 내놨다.


검토 자체가 알고리즘의 원활한 기계적 작동에 중점을 두고 진행된 측면도 크다. 검토위에 따르면 네이버는 ‘뉴스 검색’과 관련해 “더 좋은 ‘자질(feature)’의 발굴에 초점을 두고” 뉴스 랭킹 알고리즘으로 ‘SVMRank’를 사용한다. 네이버 모바일 개편의 핵심인 ‘AiRS 뉴스 추천(개편 모바일 ‘My뉴스’)’은 유사 성향 이용자가 많이 본 기사를 추천하는 ‘협력 필터’와 기사 질을 판단하는 ‘품질 모델’을 결합해 작동시킨다. ‘연예 및 스포츠 기사’는 머신 러닝이 아닌 규칙 기반 알고리즘으로, 비 맞춤형 뉴스 추천이 이뤄진다. 이날 검토위 발표 중 “포털 뉴스 서비스의 사회적 의무에 대한 기대”라는 당초 위원회 출범과 관련 있는 사안은 ‘뉴스 검색’과 ‘AiRS 뉴스 추천’에 ‘관리자나 편집자(사람) 개입이 없다’는 내용 정도가 유일했다.


무엇보다 이번 검토위 발표는 알고리즘을 통한 뉴스 자동화 과정에서 불가피한 정량화나 기계적 도식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기보다 논란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안 좋은 선례로 남는다. 특히 네이버는 이번 제한된 공개만으로도 개선점을 드러냈다. 예컨대 맹 위원장은 이날 “매체 전문성은 검색 서비스와 AiRS 쪽에선 반영이 안 되고 스포츠와 연예기사를 배열할 때 들어가는 자질”이라며 “전문성은 스포츠 전문 업체 등이 있고 그 부분에 더 가산점이 있다”며 ‘스포츠, 연예 분야’ 특정 매체는 우선 배열 가능성이 높다는 발언을 했다. 또 ‘AiRS 뉴스 추천’과 관련해 “이용자 기존 관심사와 다른 분야 기사도 함께 추천되도록 해 ‘필터버블’ 문제를 최소화한다는 검토의견도 냈다.


이에 대해 학계 관계자 A씨는 “아무리 전문가들이 모여도 뉴스 ‘다양성’에 합의 가능한 피처 조합을 내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네이버는 논란이 될 건 다 감춘 것”이라며 “제대로라면 전문매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지 지금으로선 마음에 드는 매체에 특혜를 준다는 거지 않나”라고 했다. 이어 “필터버블을 극복하려면 다른 정치 입장을 담은 기사를 보여줘야지, IT·경제·사회 등 다른 분야 기사를 보여주는 건 말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그간 알고리즘 논의 등에서 ‘어뷰징’에 안주해 온 언론계 전반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한진 KBS 데이터저널리즘 팀장(개발자)은 “네이버가 알고리즘을 공개한다 해도 석 달이면 다시 다 바꿔야 할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현재 구조의 문제를 알고리즘이란 걸로 불만을 대변하는 것 아닌가”라며 “각 사가 경쟁으로써가 아니라 언론계 전체의 현안으로서 우리 뉴스를 어떻게 소비자에게 전할지 해법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