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 되돌리기 쉽지 않아… 방통위는 독립기구, 지시받은적 없어"

[와이드 인터뷰]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5일 기자협회보와 인터뷰에서 “기자상 심사위원으로 있으면서 한국 언론의 희망을 봤다”며 “언론자유는 향유하면 되돌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방통위 제공

한국기자상과 방송통신위원장. 이 어울리지 않은 결합엔 이효성 위원장이 있다. 이 위원장은 2차례에 걸쳐 16년간 한국기자상 심사위원을 했다. 올해 50년을 맞은 한국기자상을 이 위원장만큼 아는 인사도 드물 듯 싶다. 개각 대상이 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있었고, 방통위 현안이 많지만 이효성 위원장 인터뷰는 한국기자상 얘기로 시작했다.

-1967년 제정된 한국기자상이 올해로 50년을 맞았는데, 감회는?
“1990년 그때는 선정위원회라고 했는데 10년 동안 활동을 했고, 2012년부터는 이름이 심사위원회로 바뀌어서 심사위원장을 약 6년 했어요. 십 수 년 해왔기 때문에 한국기자상 50년 역사에 깊이 관여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이렇게 훌륭한 상의 성장에 기여했다는 게 뿌듯합니다.”


-각종 언론상이 많지만 한국기자상이 전통과 권위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언론상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스스로가 좋은 기사들만 출품하기 때문입니다. 기자상 받으려면 아무런 작품이나 제출해선 안 된다는 걸 기자들이 잘 알고 있어요. 특히 공정한 심사가 중요합니다. 정치적 고려나 회원사 간 안배는 배제하고 오로지 작품으로만 평가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물론 좀 영향력 있는 회원사에서 항의를 하거나 어떤 압력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문제가 될 상황은 없었어요. 심사위원장을 맡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의 질로만 평가하자고 강조했고, 오늘날 거의 불문율이 됐죠.”


-심사에 오른 출품작을 보면서 한국 언론 상황이 그렇게 비관적이지만은 않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기자들을 ‘기레기’라고 비하하는 말들이 많이 나왔죠. 그런 측면에서 저널리즘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지만 심사위원으로 있으며 겪은 바로는 우리 언론에 분명한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기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자들이 많아요. 2016년까지 한국 언론에 대한 평가가 나빴죠. 국경없는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2016년에 70위를 했을 겁니다. 2016년 촛불집회가 반영된 2017년 지수에선 63위로 7계단이 뛰어올랐고, 정권이 바뀌고 상황이 훨씬 좋아져서 작년에는 43위까지 올랐습니다. 올해 지수는 더 뛰어오르리라 생각해요. 지금은 언론이 아주 자유롭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못 쓸 기사가 없고, 그 강도라든지 이런 걸 보면 과거 정부보다 훨씬 언론자유를 우리 언론들이 만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좋아지면 되돌리기 쉽지 않듯이 언론자유도 향유하면 되돌리기 쉽지 않아요.”

-심사위원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최순실 국정농단을 파헤친 보도가 있었죠. TV조선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단초를 마련했고, 한겨레는 최순실을 공개적으로 드러냈어요. JTBC는 태블릿PC를 입수해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실에 결정적 증거를 제시했고요. 그 보도가 한해에 다 이뤄졌어요. 그 3개를 묶어 한국기자상 대상을 주자고 제가 제의했는데 심사위원들이 다 찬성했어요. 역사적인 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온라인 심사로 바꾼 겁니다. 처음에 와서 보니까 심사 자료를 전부 복사해서 거의 한 박스씩 집으로 배달하더군요. 종이낭비에 보내는 사람도 힘들고…, 제가 고집을 부려 온라인으로 심사하자고 했어요.”


-4기 방통위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는데 내놓을만한 업적이 있다면 3가지만 말씀해주시죠.
“4기 방통위가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방송제작진이 좋은 환경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는 것이고 부당한 갑을관계를 청산하는 것이에요. 방송한류는 일류 배우 한두 사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제작진 모두가 제대로 대접받고 보수를 받아야 노하우가 쌓이고 열정이 발휘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효과를 체감하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또 저는 이용자 권익과 편의를 신장하고 보호하는 것이 방통위의 존재이유라고 늘 강조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 최근에 이용자 보호를 위한 종합가이드라인도 발표했어요. 다른 하나는 국내외 방송통신사업자 간 역차별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 간 망 이용대가 협상이 타결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의 국내 진입이 본격화되는 만큼, 방통위는 국내 사업자들이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 나가려고 합니다.”


-10개 미디어시민단체들이 1월 말 “방통위가 정치종속, 자본편향, 관료주의라는 3대 적폐를 청산하지 못한 채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아직 국민이 체감할 만큼의 성과를 못낸 것은 방통위 책임이죠. 방통위에 대한 뼈아픈 질책과 함께 방통위가 개선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었습니다. 미디어시민단체가 제안한 개혁과제를 소홀히 넘기지 않고 상임위원들과 충분히 협의하고 관계부처와 협력해 나가려고 합니다.”

-국가인권위가 최근 방통위원, 방송통신심의위원, 공영방송 이사 임명 시 특정성별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법령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는데, 이와 관련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나요?
“방통위원, 방송통신심의위원 등의 특정성별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관련 개정법안들이 국회에 상정돼 있어요. 이런 개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지원하고, 통과되면 필요한 후속조치도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위원장께서는 신년사에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편해서 공정성과 독립성을 높이고 재원 구조가 보다 투명해질 수 있게 하겠다”고 하셨는데, 복안이 있나요?
“방통위 차원의 정책의견서를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했어요. 기존 국회 발의법과 방통위가 구성한 방송미래발전위원회의 정책제안을 기반으로 마련했습니다. 공영방송 이사 정원의 3분의 1 이상을 국민의견을 수렴해 방통위원 전원 합의로 선임하고, 사장 선임 과정에서 국민의견을 직접 듣도록 의무화했어요. 기본적으로 방통위는 정치권 나눠먹기나 정치세력의 판박이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가 형성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어요.”


-지난해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구성 과정에서 후보자 지원서 공개, 국민의견 수렴 등 일부 진전된 측면이 없지 않았지만 여전히 정치권의 입김을 막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정치권에 휘둘리던 관행을 버리는 게 어려운가요?
“지난해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하면서 상임위원 간 수차례 숙고와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이사를 선임했어요. 또한 지원자 전원의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마련했죠. 그럼에도 방통위의 공정성 확보 노력이 부족하다는 의견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EBS 사장 공모도 진행 중입니다. 시민단체나 EBS 노조 쪽에선 사장 공모 절차를 공개해 달라, 적어도 후보자 면접 평가 결과 정도는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위원회 내부에서 숙의하고 있어요. 지난번에 심사까지 하고 못 뽑은 것도 치열하게 논의한 결과에요. EBS 노조가 사장 물러나라고 대치하고 있는데, 이 상황을 타개할 사람이 최종 후보 4명 중에 없다는 결론이 나와서 그랬습니다. 모든 걸 투명하게 공개하면 좋겠지만 인사 문제는 공개하지 않고 있어요. 물론 면접 결과를 공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후보자들의 평가가 공개되는 건데, 그런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방통위원들이 적당히 하고 공개하지 않는다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건 아니에요. 우리 위원회는 독립적으로 하도록 돼 있고 어디서 지시한다고 따르지 않아요. 그런 지시를 받은 적도 없죠.”


-중간광고 허용으로 지상파들은 매년 415억원(광고주 설문조사 추정치)에서 1114~1177억원(신문협회 연구결과)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정도 규모의 수익으로 지상파 재원이 안정되고 양질의 콘텐츠 생산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실제 수익 증가는 크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중간광고 허용을 통한 제작재원 확충은 콘텐츠 투자→우수콘텐츠 제작→콘텐츠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확립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상파들이 중간광고 수익을 콘텐츠 투자에 우선 활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어요. 아울러 지상파의 지속적인 경영혁신 노력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이나 종편 의무송출 제도 폐지 등을 놓고 일부에서 지상파 편향 정책이라고 비판합니다.
“규제기관인 방통위의 역할은 미디어 환경변화에 따라 규제를 조정하는 것입니다. 중간광고 도입은 특정방송사에 대한 혜택이 아니에요. 최근 유료방송의 콘텐츠 경쟁력과 시청률이 크게 증가했어요. 2017년에 처음으로 유료방송의 광고매출이 지상파의 광고매출을 넘어섰죠. 방송광고 규제를 합리화해 매체 간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의무송출 제도는 시장논리상 송출되기 어려운 방송채널용사용사업자(PP)를 배려하기 위한 제도죠. 종편은 이런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습니다. 이해관계자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종편PP 의무송출 제도개선 협의체’에서도 다수가 폐지 의견을 냈어요.”


-프레스센터와 관련해 언론진흥재단과 코바코 간 소송이 대법원에 넘어간 상황인데, 소송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지 않나요?
“공공기관 사이에 소송이 진행되고 갈등이 장기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방통위도 2017년 11월 1심 판결 이후, 2차례에 걸쳐 부처 간 조정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현재는 대법원에 계류돼 있어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언론단체의 무상입주 등 언론재단의 관리운영은 관련기관 간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프레스센터 소유권 문제는 2012년 미디어렙법 제정 시 코바코 소유로 정리가 됐어요. 정부 부처 간 협의 대상으로 삼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지난해 10월 초 정부는 ‘범정부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려다 연기했습니다. 대책을 보완하고 있나요?
“법무부는 법무부대로, 경찰은 경찰대로 이미 대책이 다 나왔습니다. 방통위가 할 수 있는 건 플랫폼 사업자 자율규제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 팩트체크 지원 및 활성화 정도죠. 최근 음란물·도박사이트 차단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재 결정을 내려서 해당 사이트를 차단해달라고 통신사에 요구했던 거예요. 가짜뉴스 대책 중 하나가 팩트체킹 아닌가요. 방통위가 언론사나 민간기구에서 팩트체킹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표현할 순 있어도 하라고 할 수는 없죠.”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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