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귀와 뜨거운 가슴으로… YTN 영상기자, 인권을 담다

영상으로 인권 공감대 형성, YTN '人터view' 제작진

지난 11일 서울 YTN 뉴스퀘어에서 만난 YTN 영상 뉴스 <人터view> 제작진. 왼쪽부터 송보현, 김태형, 이자은, 이상엽, 시철우 영상기획팀 기자.

한 공장이 맑은 하늘에 연기를 내뿜고 있다. 카메라 앵글은 굴뚝 앞 태극기를 잡는다. 연기를 애써 감춰주려는 듯 태극기가 펄럭인다. 불법 파견을 일삼는 기업의 행태에도 손 놓고 있는 정부의 모습을 상징한다. YTN 뉴스 코너 ‘人터view’(인터뷰)의 ‘불법파견이 횡행하는 노동자의 나라’ 속 내용이다.


지난해 11월 시작한 인터뷰는 기획부터 취재, 구성, 편집까지 영상기자들이 만든다. 영상기획팀 김태형, 시철우, 이상엽, 송보현, 이자은 기자다. 생중계, 속보, 리포트 위주의 YTN 뉴스에서 4분 남짓의 영상은 취재 기자의 리포트 없이 인터뷰, 자막, 음악만을 담는다. 다루는 주제는 ‘인권’이다. 사형제, 미투 운동 등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 논란이 되는 문제도 인권의 시각에선 이견이 없다는 점을 전하고자 했다.


“인권을 다루기에 공감대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기자 리포트가 들어가면 취재진의 방향성이 드러날 수 있죠. 팩트만 들어간 자막 한 줄로 시청자가 곰곰이 생각해볼 여지를 남기는 겁니다.”(이상엽)


인터뷰는 10년간의 공정방송 투쟁 동안 YTN이 관심 가지지 못한 이들에 대한 반성의 결과물이다. 해직기자들 복귀 이후 TF가 꾸려졌고 인터뷰는 TF에서 나온 개편안 중 하나였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이 팀을 지망했고 그렇게 영상기자로만 구성된 팀이 됐어요. 당시에도 전교조나 파인텍 노동자 문제는 꼭 취재해보자고 얘기했었죠. ‘파인텍’ 편으로 지난해 12월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받았는데, 파인텍 노동자들은 굴뚝 위에 있었어요. 무거운 마음이 더 컸죠. 진짜 기뻤던 건 노동자분들이 굴뚝에서 내려올 때였어요.”(시철우)


완벽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욕심은 치열한 토론으로 이어진다. 꼼꼼한 팩트체크, 영상 속 음악에 대한 고민까지 하고 나면 일주일이 훌쩍간다. “외국 사례나 기관 자료를 분석하고, 같은 주제라도 결과가 다른 통계가 있는지 뒤져보고 나서 보도해요. ‘불법파견’ 편을 취재할 때 그들이 법적인 판단을 받았는데도 왜 투쟁하는지 이해하게 됐죠.”(송보현) “노래가 뭐냐는 댓글도 상당해요. 라나 델 레이의 본 투 다이를 ‘CCTV’ 편에 넣었죠. CCTV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사람 간의 관심과 존재를 원하는 인간의 모습이 느껴져 저희 의도와 잘 맞았어요.”(이자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영상에 약자를 상처 주는 악플이 달리는 건 여전하다. 영상을 통해 인식 차를 좁혀가는 게 그들의 몫이다. 그동안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갔다면 이제 약자를 위한 ‘터’로 중심을 옮길 예정이다. 이번 주는 고 김수환 추기경 추모 10주기를 맞아 명동성당이라는 터를 주제로 삼았다.


“다음 주제인 곳에서 취재를 하고 있는데 그곳 관계자가 ‘메이저 언론이 여기에 온 건 처음’이라고 말하더라고요. 언론들은 그동안 뉴스가 되는 것에만 주목했어요. 그 밖에 있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게 인터뷰가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김태형)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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