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한겨레 편집인이 기자생활 35년 만에 처음 책을 펴냈다. 칼럼 모음집이나 정치·사회 분석서는 아니다. 뜻밖에 ‘클래식 기타’를 소재로 엮은 에세이집이다.
김 편집인은 쉰두 살이던 지난 2009년 클래식 기타를 시작했다. 우연히 들른 한 카페에서 기타를 멋들어지게 연주하는 이들을 보고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집 근처 음악학원을 찾아 기타를 손에 쥐었다. 뻣뻣한 손가락이었지만 ‘도레미’부터 차근차근 배우며 기타에 재미를 붙였다. 그렇게 꼬박 10년을 클래식 기타와 함께 했다. 기타의 선율에 빠진 삶은 더없이 행복하고 즐거웠다. “인생의 늦은 오후”에 시작한 기타가 그의 삶을 바꿔놓은 것이다. 기자 본업인 칼럼을 쓸 때도 음악성에 더 큰 관심을 두게 됐다. 글의 기조가 장조인지 단조인지, 문장을 스타카토처럼 짧게 칠지 아다지오로 길게 뺄지, 마지막 문장의 화음을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한다. 글쓰기와 기타 연주가 맞닿아있는 셈이다.
김 편집인은 지난 시간 기타와 뚜벅뚜벅 걸어오며 겪은 일, 깨달음, 취재한 정보 등을 자신의 첫 책 <오후의 기타>에 담았다. 추천사를 쓴 소설가 김훈은 “김종구의 기타는 결국 삶의 새로움, 삶의 기쁨, 삶의 수고로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18일 만난 김 편집인은 “기타 관련 책을 쓰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면서도 “기타를 배우는 과정부터 기타의 역사, 악보, 연주 테크닉, 곡에 대한 해석 등을 문학적으로 풀어낸 책은 처음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마추어 기타리스트로서 “북한산에 오른 정도”라는 그는 에베레스트는 못 가더라도 지리산, 설악산 정상에는 서고 싶다고 했다. “늦은 나이에 입문한 터라 음악성을 살리지 못한다는 느낌은 있어요. 그래도 뭐 어떻습니까. 조금씩 나아가는 과정이 즐거워요. 제가 타고난 글쟁이가 아닌데도 언론인 김중배·최일남 선배의 글을 보며 여기까지 온 것처럼, 기타도 꾸준히 하다보면 지리산 정상에 오를 날이 있지 않겠어요? 이미 늦었다고 주저하는 분들에게 이 책이 자극제가 되길 바랍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