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100만의 착각… 결국 네이버 손바닥 안에

언론사 디지털담당자들이 말하는 '네이버 모바일 개편'

네이버가 3일 모바일 웹페이지를 전면 개편했다. 뉴스 5꼭지와 사진기사 2개, 급상승검색어가 첫 화면에서 사라지고 검색창이 한가운데 자리 잡았다. 기존 버전도 사용할 수 있지만 이날부턴 새 버전이 기본화면으로 제공된다. 뉴스판은 첫 화면을 왼쪽으로 밀면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각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언론사 편집판’(옛 채널)과 인공지능(AiRS·에어스) 기반으로 자동 편집되는 ‘MY뉴스’가 배치됐다.


이번 개편은 ‘드루킹 댓글 조작’ 사태로 포털 뉴스 편집의 공정성 논란이 또 한 번 불거진 지난해 5월, 네이버가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를 제외하겠다고 발표한 내용을 실제 적용한 것이다.


네이버는 그해 10월 검색 중심의 모바일 개편안을 공개하고 베타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2월엔 네이버앱 이용자가 기존 버전과 새 버전을 선택할 수 있는 ‘듀얼앱’ 기능을 iOS(애플 운영체제)에 적용했다. 상반기 중 안드로이드에도 전면 도입할 예정이다.



개편 진행 과정에서 언론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편집판 구독자를 늘리는 것뿐이었다. 새로운 모바일 뉴스 섹션에선 이용자가 언론사를 직접 선택(구독)해야 해당 매체의 기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2017년 10월 언론사가 독자적으로 뉴스를 편집하는 ‘채널’을 오픈했는데, 이번 개편과 맞물려 채널이 언론사별 ‘편집판’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언론사들은 편집판(채널) 구독자 확보에 열을 올렸다. 몇몇 매체는 해외 항공권이나 고급 시계 등을 구독 경품으로 내걸기도 했다.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기자들에게까지 구독자 수를 할당하거나 유치전에 뛰어들도록 부추긴 곳도 있었다. A 언론사 디지털부서 팀장은 “특히 지난해 12월 첫 100만 구독자(JTBC)가 나온 이후 구독자 유치 광풍이 불었다”며 “네이버는 구독 이벤트만 따로 모은 페이지를 제공하는 등 언론사 특유의 경쟁심을 잘 이용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현재 편집판에 포함된 언론사 44곳 가운데 JTBC, 중앙일보, 한겨레, 연합뉴스, SBS, 매일경제, 조선일보, YTN, 경향신문, KBS(무순, 4월2일 기준) 등 10곳이 구독자 100만명을 넘었다. 네이버는 이들 언론사에 ‘100만 이용자 구독 달성을 축하드립니다’란 문구가 쓰인 기념패를 전달했다.


그러나 언론사 디지털 담당자들은 ‘구독자 100만명’을 체감하지 못할 뿐 아니라 네이버 모바일 개편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졌다. B 언론사 디지털 콘텐츠 총책임자는 “구독자 100만명 달성이 실질적인 의미가 있을지 미지수다. 구독자는 확 늘었는데 트래픽은 그대로”라며 “네이버가 만든 숫자놀음에 빠져든 기분이다. 네이버에 끌려가는 언론사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C 언론사의 디지털담당 간부도 “네이버에서 구독자 100만명을 달성했다고 축하받고 자축하는 현실이 웃프다”면서 “전체 기사 조회수는 구독자 수와 비례해 늘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10월 네이버가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이후부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개편안이 자리 잡을수록 언론사별 격차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편집판을 운영하는 44개 언론사 중에서도 소규모 회사들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뉴스 이용자들이 자신이 선택한 매체의 기사, 인공지능을 통한 개인 맞춤형 기사만 보면서 한쪽의 관점에만 빠지게 된다는 우려도 있었다.


한 언론사 디지털부서장은 “충성독자가 는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며 “편집판이 인링크로 운영되다 보니 당장 트래픽 유입량은 많지 않다. 언론사들의 보릿고개가 시작될 것 같다는 불안함이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언론사의 디지털팀장은 “언론사가 편집권을 쥐고 있긴 하지만 네이버 안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며 “우리 구독자가 누구이고 어떤 기사를 좋아하고 뉴스 이용 동선이 어떤지 등 구독자 데이터를 지금보다 폭넓게 제공해준다면 편집판에 참여하는 의미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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