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0년이 다 돼 가지만, 그때는 주류 언론의 변두리 사업에 불과했다. 언론사들이 푼돈으로 여겨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부동산, 구인·구직 광고만 특화해 무료 생활정보신문을 찍었다. 지금이야 사랑방신문을 모르는 광주시민이 없을 정도가 됐지만 1990년 창간 당시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그랬던 사랑방신문이 계열사 10개에 임직원 500여명, 연매출 500억원 규모의 SRB미디어그룹으로 성장했다. 일찍이 2001년 온라인 사이트 사랑방닷컴 구축, 2011년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발 빠르게 디지털에 대응하더니 재작년 4월에 광주전남지역 일간지 무등일보와 통신사 뉴시스 광주전남본부를 인수했다.
조덕선 SRB미디어그룹 회장을 만난 것은 강동준 무등일보 편집국장이 생활정보와 뉴스가 결합한 미디어융합은 지역 언론계에 전례가 없는 사례라며 인터뷰를 권하기도 했지만 2년 전 두 언론사를 인수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졌던 궁금증 때문이기도 했다. 영향력은 계속 하락하고, 돈만 들어가는 언론사를 인수해 뭐 하려고? 아마 그런 생각들이었던 같다.
사랑방닷컴이 광주전남 1위 사이트라는 걸 진즉 알았더라면 다르게 생각했을 것이다. 2년 전 60만명 수준이던 사랑방닷컴의 월간 순방문자수는 무등일보와 뉴시스가 제공하는 뉴스 콘텐츠에 힘입어 올해 4월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용자의 70% 이상이 모바일로 들어온다(구글 애널리틱스 자료). 지금까지는 부동산, 구인·구직 트래픽이 많지만 뉴스 이용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무등일보와 뉴시스 광주전남본부 인수 후 2년이 됐다. 평가를 부탁드린다.
“사랑방미디어, 무등일보, 뉴시스 광주전남본부는 각자 생산한 콘텐츠를 공동으로 활용하고, 여론조사처럼 부담이 커서 따로 진행하기 어려운 프로젝트를 협업하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미디어 비즈니스는 긴 흐름으로 지켜봐야 한다. 아직 평가는 이르나 전체적으로 볼 때 우리가 생각했던 방향으로 한 발 한 발 전진하고 있다고 본다.”
-회장께서 말한 대로 “누구도 걸어보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가는 이유는.
“온라인 시대, 정보의 홍수 시대에 신문 하나만으로는 독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 독자들은 더 빠르고, 더 깊고, 더 넓은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를 충족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누구도 걸어보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생활정보와 뉴스의 결합, 온라인과 신문의 결합, 일간지와 통신의 결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생활정보에 뉴스가 결합하면서 사랑방닷컴의 페이지뷰(PV)나 이용시간이 크게 늘었다고 들었다.
“하루에 많게는 12만명이 넘는 지역민이 사랑방에서 뉴스를 보고, 커뮤니티를 통해 소통하며, 부동산과 구인·구직 등의 정보를 소비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비호남지역 방문자 비중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수도권이나 경상도에 사는 분들도 광주전남 소식을 찾을 때 사랑방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랑방이 보유한 부동산, 취업, 자동차 등 실물경제 정보와 무등일보, 뉴시스가 만들어내는 실시간 뉴스, 심층보도가 동반상승 효과를 내면서 이용자층이 크게 넓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또 방문객이 접할 수 있는 콘텐츠가 다양해지면서 체류 시간과 1인당 페이지뷰도 종전보다 30% 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하루에 순방문자가 30만명 정도는 되어야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지역 미디어로 성장할 수 있다.”
-사랑방닷컴의 뉴스, 커뮤니티, 생활정보 중 이용자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콘텐츠는.
“부동산, 구인·구직 사이트로 출발했던 까닭에 그 분야가 많은데 점차 뉴스 쪽으로 확장해가고 있다. 이용자들이 뉴스에 오래 머무는 추세다. 지하철 2호선 건설 이슈나 지방선거처럼 지역 정보에 필요성이 생기면 이용자들이 확 늘어난다.”
-사랑방닷컴은 지역민의 여론이 모이고 정보가 흘러 다니는 광주전남의 대표 플랫폼이 됐다. 그렇다면 무등일보와 뉴시스 광주전남본부는 어떤 시너지가 있었나.
“사랑방의 IT 인력만 40명이다. IT 전문가들의 노하우와 인프라가 무등일보와 뉴시스에 지원된다. 동영상을 찍어 바로 전송할 수 있는 앱도 개발해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기술력 못지않게 사랑방이 가지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은 두 언론사에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두 언론사 모두 기존의 통로보다 훨씬 넓은 유통 통로를 확보해 다양한 독자와 만날 수 있게 됐다.”
-뉴스 콘텐츠의 질은 인력에 달려 있다. 무등일보에 인력 투자는 하고 있나.
“수습도 몇 명 뽑고, 부장급 경력도 채용했다. 좋은 인재를 쓰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우수한 인력들은 지역 방송이나 통신사, 중앙지 지방주재로 가더라. 좋은 인재를 모셔와 뛰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숙제처럼 갖고 있다. 신문 환경이 바뀌지 않았나. 기자들도 변해야 한다. 일간지 사고를 버리고, 저널리스트 근성을 가져야 한다.”
-기자들이 어떻게 변해야 할까.
“다른 언론에 없는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 기사량도 늘려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충해선 안 된다. 기사를 바로바로 쓰지 않고 왜 묵혀 두고 있는지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지방신문은 속보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속보성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속보성 위에 심층성을 얹어야 한다. 기자들은 좋은 기사만 쓰면 된다. 비즈니스는 경영진이 만들어나갈 것이다.”
-구독자 확대, 콘텐츠 다변화 등 SRB미디어그룹의 디지털 전략은.
“결국 어떻게 온라인 사이트로 방문자를 확대할 것인가의 문제다. 첫째, 콘텐츠 확대다. 기존 뉴스에 덧붙여 지역에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문화, 여행, 미식 등의 콘텐츠 확대에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두 번째는 커뮤니티의 활성화다. 사랑방닷컴의 광주톡 같은 커뮤니티는 지역민에게 광장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작년 7월 지하철 2호선 건설을 놓고 여론이 극명하게 갈렸을 때 광주톡에서 여론조사를 했는데, 그해 11월 광주시가 실시한 시민참여형 숙의조사 결과와 비슷하게 나왔다. 이처럼 광주톡은 지역 현안을 이야기하고 정보를 나누며 지역 민심을 엿볼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있다. 세 번째는 동영상 강화다. 동영상에 대한 기초투자는 선제적으로 했으며 추가 투자를 계획 중에 있다. 콘텐츠 경쟁력을 통해 증가한 방문자 트래픽을 활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은 사랑방미디어가 지금까지 해온 일이므로 자신이 있다. 온라인 사이트 내에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매출을 창출해 내고 있으며 온라인 매출은 매년 60~70%씩 성장하고 있다.”
-사랑방닷컴에 올라오는 동영상은 하루 평균 2~3개, 조회수 100회 미만으로 이용자 참여가 저조하다.
“출발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 스튜디오를 확장하고 있고, 영상 피디 인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나가서 찍는 건 한계가 있다. 보게끔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콘텐츠 위주로 동영상을 만들고 있다. 시민들의 영상을 제보받아 볼거리를 늘리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은 충분한 콘텐츠가 만들어졌을 때 개설할 것이다.”
-사랑방닷컴에 별도 편집국이 있나. 무등일보, 뉴시스와 콘텐츠 협업은 어떻게 이뤄지나.
“통합뉴스룸이란 이름의 별도 조직이 있다. 2개 팀, 8명이 일하고 있다. 무등일보, 뉴시스에서 올라오는 기사를 사랑방닷컴에 배치하고, 지역 일간지에서 보기 어려운 생활영역의 정보를 취재해 무등일보 등에 제공하고 있다. 이 조직을 계속 확장할 계획이다.”
-무료 생활정보신문으로 시작해 언론사, 광고회사, 프린팅 회사 등 계열사만 10개에 연매출 500억원의 그룹으로 성장했다. 비결이 뭔가.
“어떻게 보면, 주류 언론의 변두리 사업으로 시작해서 주류 언론까지 확장해온 것 같다. 우리 그룹의 강점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경영관리라는 측면에서 강한 자신감이 있다. 비즈니스는 사소한 것에서 성공과 실패가 결정된다고 본다. 작은 부분도 허투루 생각하지 않고, 치밀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좋은 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고비도 여러 차례 겪었을 것이다. 가장 어려웠던 위기는 언제였나.
“오프라인 신문 사업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위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지금이 가장 큰 위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로컬을 기반으로 영업했는데 직방, 다방 등 부동산 앱이 나오면서 전국적으로 경쟁하게 됐다. 온라인 대응을 위해 2001년 온라인 사이트 사랑방닷컴을 구축했고, 2011년 모바일 사랑방을 오픈했다. 또한 재작년 언론사를 계열사로 편입시키며 온라인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아마 온라인 분야에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 긴 시간 버티기 힘들 것이다. 온라인도 굉장히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스마트폰 이후에 또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니 그룹 주축인 사랑방미디어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2016년(239억, 87억), 2017년(232억, 65억), 2018년(213억, 48억) 등으로 소폭 하락하고 있던데.
“금감원 공시를 통해 지난 10년을 놓고 보면 D교차로는 140억 매출이 70억대로, S교차로는 100억대 매출이 30억대로 하락하는 등 생활정보신문 업계 매출이 10년간 50% 정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도 전국 생활정보신문 중에 유일하게 성장을 해왔다. 2016년과 2017년은 그 성장 속도가 줄어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2018년의 매출 감소는 우리나라 경제 상황과 관련이 있다. 특히 구인·구직 영역에서 매출 감소가 눈에 띈다. 손익은 온라인과 관련한 콘텐츠 및 인력 투자, 서울의 온라인 매체에 대응하여 브랜딩을 강화하기 위한 광고비 지출이 늘어났기 때문인데, 이는 모두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계열사 중 SRB프린팅, 영남프린테크는 신문인쇄 회사다. 종이신문 부수는 매년 떨어지는 등 인쇄업은 사양산업 아닌가.
“사양산업이지만 틈새시장은 있다. 신문업계가 어렵고 발행부수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확 고꾸라지지 않는다. 중앙지 대쇄 물량이 많아지고 있고, 지방지도 부수가 크게 줄지 않았다. 산업이 어렵더라도 고객사에 최선을 다하고, 직원들과 합심해 인쇄 품질을 높여 내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SRB프린팅은 한강 이남 최대 규모의 신문 인쇄기업으로 광주광역시 하남과 중흥에 시간당 6~7만부를 찍을 수 있는 윤전시설을 구축해 사랑방신문을 비롯해 한겨레신문, 서울경제 등 14개 매체를 인쇄하고 있다. 영남프린테크는 사랑방미디어와 동아일보 합작법인으로 경남 밀양에 윤전기 2세트를 운영하며 동아일보의 영남지역 대쇄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지역언론이 1보를 써도 포털에는 뒤따라 쓴 서울의 제휴 매체 기사로 채워지는 등 포털의 지역언론 차별이 심한 것 같다.
“인터넷이 나오면서 지역도 공동으로 발전할 거라 말했지만 외려 지역은 소외되고 중앙집중은 심해졌다. 네이버의 지역뉴스 차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사랑방닷컴과 같은 매체가 지역에 많아야 한다. 그래야 지역민들의 정보 접근이 쉬워지고, 지역민들이 정보에 뒤처지지 않는다.”
-SRB미디어그룹을 광주전남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그룹으로 만들기 위해 사업 확장 등 또 다른 복안을 갖고 있나.
“미디어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확대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보고 있으며, 조금씩 테스트도 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결합한 O2O(Online to Offline) 모델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 모델이야말로 지역에 기반을 두고 미디어 비즈니스를 하는 우리와 딱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광주지역에만 머무르고 있는 사업 반경을 전남 쪽으로 넓히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룹의 포트폴리오가 미디어 비즈니스에 너무 치우쳐 있어, 사업 다각화를 고민하고 있다.”
조덕선 회장은 이 질문을 꺼내자 손사래를 쳤다.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공부방을 만들어주는 ‘사랑의 공부방’, ‘난치병 어린이 돕기’, ‘나눔 장터’ 등 사회공헌 활동, 직원들의 생일에 손편지를 전한 지 20년이 넘었다는 이야기 말이다.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