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651명(14일 기준). 김태현<사진> 일요신문 기자가 운영하는 ‘기자왕 김기자’ 유튜브 페이지의 구독자 수다. 유튜브가 대세 플랫폼이 되면서 수많은 기자와 언론사가 뛰어들었지만 1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모은 곳은 지금까지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 기자 개인으로 1만명 이상을 달성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김태현 기자는 지난해 1월14일 첫 영상을 올리며 유튜브 세계에 뛰어들었다. 김 기자는 “회사 내 관련 부서에서 페이스북에 내놓은 영상이 70~80만의 조회를 기록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는데 그 부서를 떠난 이후 나 혼자 마음대로 욕도 섞으면서 한 번 영상을 올려보고 싶었다”며 “이전부터 내가 쓴 기사를 사람들이 더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도 랭킹뉴스에 가고 싶고 제보도 받고 싶은데 직접 알리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영상이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지금이야 1만명을 넘어섰지만 김 기자는 유튜브 초기 몇 백명의 구독자를 상대로 영상을 올려야 했다. 당시엔 영상을 배운다는 심정으로 한 달에 한두 개, 많아야 네 개 정도의 영상을 업로드 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쯤 뉴미디어 관련 취재를 하며 전문가에게서 ‘매일 영상을 올려야 한다’는 얘길 듣고 이후 한 주에 네 개 정도의 영상물을 꾸준히 올리기 시작했다. 그게 쌓이고 쌓여 최근까지 110여개가 됐다. 김 기자는 “주말에 영상을 몰아 찍고 있다”며 “자유시간은 모두 포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그 덕분일까. 올해 1월21일에야 힘들게 1000명을 넘어섰던 구독자는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3월30일에 5000명, 지난 4일에는 1만명을 달성했다. 불과 4개월 만에 구독자가 1만명 넘게 불어난 것이다. 김 기자는 “유튜브 특성상 구독자는 시간이 갈수록 점층적으로 늘어나는 게 아니라 어떤 모멘텀이 있어야 확 늘어난다. 나에겐 그것이 이희진 부가티 영상이었다”며 “이희진이 부가티를 판매했다는 영상을 올렸는데 3일 후 그의 부모가 사망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그 때 이희진을 검색하면 내 영상밖에 안 나와서 한 달 만에 구독자가 5000명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유튜브 페이지에서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영상들은 ‘청년버핏’ 박철상의 사기 행각이나 SNS 재벌의 정체 등 주로 사기꾼들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그는 “사실 사기 얘기는 만드는 것이 힘들어 다른 것들이 잘 됐으면 좋겠는데, 영화나 축구 영상은 경쟁자가 많아서 그런지 조회 수가 많지 않다”며 “범죄 묘사 때문에 수익 창출이 거부되는 경우도 꽤 있다. 다만 인맥이 넓어지고 제보도 많이 들어와 기자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구독자 성향을 훤히 꿰뚫을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장점이다. 그의 페이지를 구독하는 이들은 대부분 25~44세 사이의 남성이다. 25~34세 사이의 구독자가 44%, 35~44세 사이의 구독자가 27.5%이고 남성 비율은 92.5%로 압도적이다. 김 기자는 이들과 댓글 등을 통해 꾸준히 소통한다. “소통하지 않을 거면 유튜브를 왜 하냐”는 생각에서다. 그는 “궁극적으로 기자와 독자의 관계보다 크리에이터와 구독자처럼 일종의 스타와 팬의 관계가 되고픈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바라보는 언론사 유튜브 운영은 어떨까. 김 기자는 “각이 너무 잡혀 있다”고 말했다. 가치가 있는 콘텐츠만으론 성공할 수 없는 것이 유튜브의 생리고 “재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 MCN 업체 대표가 자기들은 막내가 마지막으로 영상 승인을 한다고 말하더라. 가장 감이 좋고 지금 유튜브를 시청하는 세대가 결정을 하는 시스템이라는데, 언론사는 그 반대 구조”라며 “유튜브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조직 체계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혹시 기자 개인적으로는 유튜브에 도전해볼 수 있을까. 김 기자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는 “1년 동안 영상 100개 올릴 각오만 있다면 도전할 수 있다. 길게 보고 올리다 보면 어느 순간 티핑 포인트가 온다”며 “‘근황올림픽’ 채널 같이 콘셉트를 명확하게 가진다면 더욱 좋다. 다음 영상이 뭘 지 궁금한 콘텐츠를 올리면 구독자가 해지를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돈을 보고 하면 안 된다. 생각보다 수입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유튜브가 취미생활이 돼야 한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한 방법으로 유튜브에 도전하는 게 좋다”고 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