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의 그래픽 디자이너 백종호<사진>씨가 래퍼 ‘사운더’라는 이름으로 첫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백씨는 지난 16일 자작곡 ‘불안’을 디지털 싱글로 공개했다. “평온한 일상에 어느 순간 찾아 든 불안한 생각이 또 다른 불안을 낳는 ‘불안의 무한반복’에 대한 노래”라고 곡을 소개하는 그는 사실 데뷔 9년차 래퍼이자 뮤지션이다. 대학 시절 프리스타일 랩에 빠져 홍대에서 랩 배틀을 즐기던 그는 지난 2011년 남성 2인조 그룹 ‘백신&지니’로 데뷔했다. 2년 뒤엔 그룹명을 ‘소울스프’로 바꾸고 ‘사랑은’이라는 곡을 발표했다. 이번 앨범 ‘불안’은 그가 작사부터 비트메이킹, 프로듀싱까지 혼자서 해낸 첫 작업물이다. 회사에서 점심시간을 쪼개 30분씩 곡 작업을 하고, 퇴근 뒤엔 아이를 재우고 집에 마련한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다.
데뷔 9년차에 세 번째 싱글 발매지만, 유명세는 없다. 한 달에 들어오는 저작권료는 많아야 500원 남짓. 이마저도 “누군가 실수로 듣고 있는 것 같다”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마음은 세미프로”라는 그에게 “음악은 평생 가지고 가는 취미”다. 취미와 일이 만난 적도 있다. 그는 지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직접 작사·작곡한 랩으로 ‘투표송’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회사에서 음악을 만들라고 준 기회이니 잘 됐으면 좋았겠지만, 조회수는 암울했다. 그는 “언젠가 좋은 아이템이 있으면 다시 한번 작업해서 그때 망했던 걸 살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시적허용과 시적허영 사이”에서 라임을 맞추며 즉흥 랩을 하는 것을 즐기는 그는 틈틈이 메모장 앱을 켜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가사로 적곤 한다. 요즘은 아내 몰래 8개월 된 아이에게 힙합 ‘조기교육’을 하는 중이다. “아이와 랩배틀을 하는 게 꿈”이라는 그는 이 취미가 오래 지속되기를 소원한다. “나이 40이 되고 50이 되고 환갑이 돼도 힙합 음악을 하는 게 놀림감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평생, 쭉 하고 싶습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