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아이 먼저 챙기잖아요, 그럼 엄마는 누가 챙기죠?”

[인터뷰] 엄마를 위한 채널 ‘마더티브’... 오마이뉴스 출신 엄마들 의기투합

김고은 기자 | 2019.09.11 16:53:11

마더티브를 만들고 최근 책 ‘엄마는 누가 돌봐주죠?’를 펴낸 오마이뉴스의 전현직 기자와 디자이너가 지난 5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책을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최인성, 봉주영, 이주영, 홍현진 에디터.

“모두가 아이만 챙길 때 우리는 엄마를 돌보고 싶었습니다.”


육아 책의 주어는 아이다. 아이를 위해 엄마가 해야 할 일을 끝도 없이 나열하고 엄마의 책임을 강조한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인데…. 사회는 ‘좋은 엄마 되기’를 강요하고, 엄마는 아이를 위해 한 가지 감정만을 요구받는다. ‘우리는 아이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도 중요해. 엄마로 살면서도 나를 지키며 살 수는 없을까.’ 비슷한 생각을 가진 기자와 디자이너 출신 엄마 넷이 뭉친 것은 그런 배경에서다. 이들은 아이를 주어로 한 임신·출산·육아서를 엄마의 ‘전지적 시점’으로 다시 썼다. 그 결과물이 지난해 7월 오픈한 온라인 매거진 ‘마더티브(마더+내러티브)’이며, 그중 일부가 〈엄마는 누가 돌봐주죠?〉라는 책으로 집약돼 지난 2일 출간됐다.


홍현진, 최인성, 이주영, 봉주영. 4~5년 전 비슷한 시기에 결혼과 출산을 겪은 오마이뉴스 편집국의 기자와 디자이너 들은 육아 모임과 ‘육페(육아페미니즘)’라는 사내 동아리 활동을 하며 갓 부여받은 ‘엄마’라는 정체성을 고민했다. 그러다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엄마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자”는 뜻이 모아져 지난해 7월 브런치와 페이스북 등에 ‘마더티브(이하 마티)’라는 채널이 만들어졌다. 키즈카페에서 만나 디자인을 구상하고, 시간을 못 내면 화상 회의를 하고, 잠을 줄여가며 짬짬이 콘텐츠를 만들었다. 보통의 육아서처럼 ‘이렇게 안 하면 큰일 난다’는 강요나 겁주기 없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괜찮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다독거림에 “이런 이야기가 필요했다”며 응원하는 독자들의 피드백이 이어졌다.


포털을 비롯해 여기저기서 콘텐츠 제휴 제안도 쏟아졌다. 하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았다. 과부하가 걸리니 몸에도 무리가 왔고, 가족은 뒷전이 되기 일쑤였다. 지난 1년여 동안 마티는 아이나 양육자인 할머니가 아파서, 혹은 리뉴얼 때문에 여러 번 멈춰섰다. 그 과정에서 홍현진 기자는 마티에 전념하기 위해 퇴사했다. “기자는 커다란 권력에 관한 얘기나 비판을 많이 하잖아요. 이젠 사람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걸 해보고 싶었어요. 다양한 삶의 가능성과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요.”(홍현진)


홍현진 기자에 이어 최인성 기자까지 퇴사하고 소셜벤처에 나란히 입사하면서, 마티도 자연스럽게 한 시즌을 종료했다. 앞으로는 홍현진, 최인성 에디터가 마티 2기를 이끌고, 이주영 기자와 봉주영 디자이너는 객원 에디터로 참여한다. 출산, 육아만이 아니라 엄마의 일과 여행,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이야기까지 스펙트럼을 넓혀 갈 계획이다. “천천히 가되, 우리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마티를 채워왔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며 이들은 “육아의 한 챕터도 끝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네 명이 같이 얘기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마티 활동은 엄마만이 아니라 가족과 주변까지 변화하게 했다. 육아 주체는 엄마가 아닌 부부라는 생각, 거기서 나온 ‘반반육아’라는 말에 대해 남편과 소통하고 토론한 결과물인 까닭이다. 당장 이번 추석 때도 이들 중 세 명은 시댁에 가지 않기로 했다. 마티 활동을 통해 이들의 생각이 전해졌고, 그걸 가족이 존중해주기로 한 것이다. 최 에디터는 “시부모님이 책을 보시고 저를 며느리가 아니라 일하는 여자로 인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는 덧붙였다. “요즘 시대의 부부는 누구 한 명이 꿈과 욕심을 실현하도록 밀어줘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마티를 하면서 느꼈어요. 함께 주고받으며 속도를 맞춰가는 거죠. 둘이 같이하면 속도는 좀 늦겠지만, 한 명이 멈추지 않아도 되니까요.”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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