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입사 반년 만에 몸무게가 10kg 늘고 몸 이곳저곳이 고장 나기 시작했다. 신입기자 신한슬은 건강을 위해 헬스장을 찾았다. 월급의 20%에 달하는 거금을 들여 ‘나를 강제할 수 있는’ PT(Personal Training) 회원권을 끊고 생존 운동에 돌입했다. 근육이 커가는 기쁨을 느끼기도 전에 헬스장에서 마주한 일들은 자꾸 그를 불편하게 했다. 성차별적인 헬스장 문화와 날씬한 몸만을 강조하는 마케팅에 반감이 들었다. 여성들이 헬스장에 오는 이유가 오로지 다이어트라고 믿는 트레이너와 사사건건 부딪치기도 했다. 그는 헬스장에서 경험하고 느끼고 취재한 걸 담은 글 <트레이너와 나>를 지난 2016년 10월부터 4달간 디지털 미디어 ‘핀치’에 연재했다.
신 기자의 ‘PT 푸어’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운동할 짬을 내기조차 어려웠다. 어쩌다 헬스장에 가면 ‘이 시간에 취재 아이템 생각하고 책 한 줄이라도 읽어야지’ 같은 죄책감이 스스로를 옭아맸다. 그러다 몸도 마음도 지쳐버렸다. 어느 날 헬스장이 아니라 병원 두세 곳을 정기적으로 다니는 자신을 발견하고선 큰 결심을 내렸다. 2015년 입사한 시사인을 지난해 3월 그만뒀다.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쉬어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정통 시사 주간지 기자로서 다뤄야 할 주제와 제가 관심 있는 분야의 간극이 크기도 했고요. 선배들처럼 열심히 일할 자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시사인 퇴사 이후 그는 핀치에 영입됐다. 핀치는 밀레니얼 세대 여성들을 위한 유료구독형 미디어로, 글을 쓰는 사람이나 읽는 이들 모두 2030 여성이다. 기자 겸 에디터로 합류한 그는 <트레이너와 나> 시즌2도 선보였다. 이 시리즈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최근 에세이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거 아닌데요>로도 출간됐다.
신 기자는 여전히 ‘기자’이지만 미디어 스타트업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업무량 자체는 오히려 늘었는데도 재택근무하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쓴다. 매주 월수금 오전 10시 수영강습을 갈 수 있고, 회식이나 취재원 술자리 약속은 없다. 덕분에 그의 건강은 한결 나아졌다.
“운동하는 것도 열심히 사는 건데, 그땐 운동은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책하곤 했어요. 건강해져야 일도 열심히 할 수 있는데 말이죠. 저뿐 아니라 회사 다니는 주변 친구들이 다 그래요. 바쁘고 돈도 없지만 운동하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이제 그는 운동뿐 아니라 임신 중단권, 산부인과에서의 경험 등 또래 여성들의 이야기를 계속 써갈 생각이다. 독자층이 다양한 기성언론들은 깊게 다루기 어려운 이슈다. “이런 주제는 팩트 발굴보다 경험이 중요하거든요. 신입 시절 교육받았던 기사 형식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밀레니얼 여성 소비자 관점에선 저희 같은 글이 더 와닿을 겁니다. 올드 미디어가 할 수 없는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