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실검 부작용, 네이버도 결단하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카카오가 지난 25일 자사 포털사이트 ‘다음’의 연예뉴스 댓글과 인물에 대한 연관 검색어를 폐지하기로 했다. 카카오톡에서 제공되는 뉴스서비스의 실시간 검색어는 25일부터 삭제됐고 포털사이트 내 ‘실검’ 기능을 개편하는 방안도 고민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정치·선거 관련 뉴스에 대한 댓글 중단까지 검토하겠다고 한다. 카카오 측은 “최근 안타까운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예 뉴스 댓글에서 발생하는 인격 모독 수준이 공론장의 건강성을 해치는데 이르렀다는 의견이 많다”며 “관련 검색어 또한 이용자들에게 검색 편의를 높인다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사생활 침해와 명예훼손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며 폐지 이유를 설명했다.


카카오의 결정을 두고 의견은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측면을 들어 카카오의 결정이 지나쳤다는 말이 나온다. 피해가 크다고 댓글 자체를 없애는 것은 뉴스 이용자들 간의 소통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잃는 행위인데다 연예 뉴스에 한정해 댓글을 폐지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실검 역시 대중들의 건전한 의제 설정을 제한한다는 반론과 함께 규제는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아직은 우세하다.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가 최근 포털 이용자 11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25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연 포럼에서 발표한 자료를 봐도 ‘실검 서비스가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보다 ‘제대로 된 여론을 반영하지 않더라도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더 큰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악플과 실검을 이용해 ‘클릭’ 장사에 나선 언론과 뉴스 이용자들의 자정을 바라며 손 놓고 있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포털의 익명성에 기대 쏟아내는 무차별적이고 인격 모독적인 악플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유명인은 이미 너무 많다. 만인의 연인이었던 배우 최진실도, 지난 14일 숨진 채 발견된 가수 겸 배우 설리도 오랫동안 악플에 고통 받았다.


실검 역시 여론을 대변한다는 순기능보다 여론의 왜곡·조작이라는 역기능이 더욱 강조되는 모습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여론전이 치열하던 당시 지지층은 ‘조국 힘내세요’ 등으로 실검 총공세를 펼쳤고 반대 진영에서는 ‘조국 구속’으로 맞대응했다. 당시 실시간 검색어 1~2위를 오르내리는 두 키워드를 보며 ‘여론 조작이 이토록 쉽다’는 사실에 놀란 사람이 적지 않았다. 최근에는 실검 마케팅을 펼치는 기업들로 인해 1위부터 10위까지의 검색어가 난생 처음 듣는 초성 퀴즈나 상품명으로 뒤덮이는 나날이 이어지는 중이다.


악플과 선정적 보도의 생산·유통에 취약한 지금의 포털 환경은 트래픽을 높여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언론과 포털의 비틀린 공생이 낳은 합작품이다. 언론의 윤리 강화와 자정 노력이 물론 강조돼야겠지만 포털 사업자의 관리 책임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최근 일본과 독일 등 해외 각국은 플랫폼 사업자의 영향력과 권력을 인정하고 특정 플랫폼을 통해 가짜 뉴스가 유통되거나 악플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그 사업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입법이 한창이다. 국내 포털은 막대한 영향력에 비해 책임을 외면한 시간이 오히려 너무 길었다.


카카오가 트래픽으로 얻는 수익을 포기하겠다는 각오로 내린 이번 결단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반대로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여전히 미진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은 아쉽다. 왜곡된 댓글 문화와 실검의 순기능을 회복하는 일은 포털 사업자의 숙제이자 의무다. 건전한 공론 기능은 활성화하되 악플 등 부작용은 최대한 걸러내려는 노력을 더 이상 회피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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