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기사 實名制(실명제)」를 실시하는 신문사가 늘어나고 있다. 기사에 대한 책임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朝鮮日報(조선일보)가 첫 실시한 기사실명제는 京鄕新聞(경향신문), 釜山日報(부산일보), 中部每日(중부매일), 光州每日(광주매일), 서울신문, 中都日報(중도일보) 등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신문 기사에 취재기자 이름이 없다? 요즘이라면 기사형광고 취급을 받겠지만, 지면에 기자의 실명이 등장하는 것만으로 뉴스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기자협회보 1994년 2월17일자를 보면 변화의 물결이 일던 그때 신문업계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기자협회보 보도에 따르면 ‘기사 실명제’를 가장 먼저 도입한 신문사는 조선일보다. 그 이전엔 신문에서 ‘바이라인’을 찾기 어려웠다. 조선일보는 1993년 3월28일부터 연합통신(현 연합뉴스) 기사를 제외한 모든 기사에 취재기자의 이름을 명기하기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당시 사고(社告)를 통해 “신문기사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기하고 진실 추구에 더욱 무거운 책임을 지기 위해” 실명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듬해에는 기사 실명제를 시행하는 신문사가 대폭 늘어났다. 1994년 1월 경향신문에 이어 2월 중앙일보도 동참했다. 서울신문은 중요 취재기사에 대해 부분적으로 실명제를 적용했다. 경향신문은 1994년 1월1일자 1면에서 “지면의 개편과 함께 새해부터 기사 실명제를 실시한다”며 “토막뉴스, 인사, 부음 등을 제외한 모든 기사에 취재 보도한 기자의 이름을 명기함으로써 독자에게 책임을 지는 신문, 진실을 보도하는 신문으로서의 사명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기사 실명제는 그해 부산일보, 중부매일, 광주매일, 중도일보 등 지역지로도 확산됐다.
이 소식을 다룬 당시 기자협회보는 “대다수 기자들은 기사 실명제가 자기 기사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구체적 기준 등 제도화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자 이름은 당연하고 이메일 주소 명시에, 댓글로 기자와 독자들이 직접 소통하는 현시점에서 ‘기자 실명제 도입 뉴스’는 너무도 아득한 과거처럼 느껴진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