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펀드, 美 폰지사기에 돈 다 날렸다

[제352회 이달의 기자상] 조진형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 경제보도부문

사실 라임자산운용의 편법 운용 의혹을 처음 접한 건 재작년 4월이었다. 라임이 편법으로 한 코스닥 퇴출기업에 대한 전환사채(CB) 투자금을 전액 회수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취재에 나서자 라임 경영진의 답변은 짧고 단호했다. 그런 시장의 뜬소문에 소송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라임은 한국형 헤지펀드를 주도하던 신생 운용사였다. 추락하는 공모 펀드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겉으로 보이는 수익률도 양호했고, 펀드 수탁고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헤지펀드 1위로 떠오른 라임의 성장 스토리를 앞다퉈 보도하던 시기였다.


라임의 편법 운용 의혹을 다시 들여다본 건 지난해 7월이었다. 라임이 코스닥 퇴출기업 측과 소송을 벌이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재작년 4월 스스로 묻어놓았던 의혹이 다시 솟구쳤다. 이번에도 상장폐지 기업 CB에 투자하고 손실을 보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깜깜이 펀드’인 사모펀드의 은밀한 내막을 캐는 건 쉽지 않았다. 코스닥 공시 곳곳에 숨겨놓은 단서를 찾고, 퍼즐을 하나씩 맞춰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라임펀드, 美 폰지사기에 돈 다 날렸다>는 지난해 7월 <6조 굴리는 헤지펀드 라임,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 기사의 후속기사다. 첫 보도 때 신생 운용사의 유동성 관리 실패나 실수가 아니라는 점은 직감했다. 구조적이고 조직적인 ‘폰지사기’에 가깝다는 의혹이 짙었지만, 보도하기엔 증거가 부족했다. 10월 1조5000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 사태가 불거지고 나서 시중은행, 증권사, 코스닥시장, 부동산시장 등으로 엮여 있는 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라임 무역금융펀드 심각성을 다룬 <금융후진국 민낯 드러낸 라임스캔들> 시리즈를 11월에서야 쓸 수 있었다. <라임펀드, 美 폰지사기에 돈 다 날렸다> 기사는 미국 SEC의 제재조치와 무역금융펀드의 연관성을 끌어내 라임 사태의 심각성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라임 사태 보도는 시장에 미쳤던 파장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다. 금융당국의 검사가 반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타 매체들은 수개월 동안 사태 추이를 지켜보기만 했다. 그럼에도 편집국장과 증권부장, 선후배들은 신뢰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경제신문은 시장경제를 망가뜨리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재확인했다. 스스로 아쉬운 점은 라임 투자자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다는 점이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는 취재의 기본 상식을 되새겨보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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