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처서 돋보인 한민족 지혜, 사태 후에도 빛나야

[이슈 인사이드 | 외교·통일] 맹찬형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 부소장

맹찬형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 부소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과 유럽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지구촌 전체가 공포에 떨고 있는 중에도 우리 한민족은 지혜롭게 대처하고 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확실히 그렇다.


한반도 남쪽의 대한민국은 국경 통제나 입국 금지 같은 극단적 조처 없이 개방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신속한 진단키트 보급과 드라이브스루(Drive through)·워크스루(Walk through) 같은 독창적인 검사법 도입으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비상식적인 일부 종교단체를 제외한 대다수 시민은 서로를 배려하는 성숙한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일본 등 소위 선진국에서 화장지 사재기가 극성이라는데 서울의 편의점에서는 화장지 1+1 할인행사를 하는 곳이 있다.


한반도 북쪽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중국에서 집단발병이 알려진 초기부터 국경을 봉쇄하고 외국 출장자와 의심증상자를 격리했으며, 수입 물품까지 일일이 소독하며 물샐틈없는 방역 능력을 보여줬다. 대북제재로 인해 물자 수급이 원활하지 않자 자체적으로 방역물품을 개발·생산하고 있다는 뉴스도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자주 들려온다.


남한의 확진자 증가 그래프는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고, 완치자 증가수가 확진자를 앞지르고 있다. 해외 유입 확진자 증가가 새 변수로 떠올랐지만, 과학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북한 역시 한 달 이상 격리했던 입국자와 외국인 등에 대한 해제를 대부분 마쳤다고 한다. ‘확진자 0명’이라는 북한의 발표에 의심을 보내는 시선이 있긴 하지만, ‘동작그만’ 상태였던 북한군이 훈련을 재개하고 최근 열린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지도급 인사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대규모 인원과 함께 참석한 것을 보면 전염병 통제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치명적인 전염병 확산이라는 국가적 비상사태를 맞아 고도로 개방된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대처하는가를 보려면 남한을, 중앙집권적 통제가 강력한 국가에서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싶으면 북한을 보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범적 대처가 평가받고 있지만, 남북 중 어느 쪽이 우월한지 굳이 비교할 생각은 없다. 각자 잘하는 방식으로 국민의 목숨을 지키면 그만이다. 관우는 청룡언월도를 휘두르고, 장비는 장팔사모를 쓰는 게 자연스럽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 사태는 한반도에 가해진 국제정치의 압력을 희석하는 효과가 있었다. 미국 등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처에 온 힘을 쏟는 사이 대북제재나 비핵화 압박과 관련한 언급은 현저히 줄었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따뜻한 말이 담긴 친서를 보냈다. 남북 간에 거친 언사가 오가는 일도 줄었다. 남북 대화 단절에 따른 압박과 조바심 역시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잠시 멈춤’이 남북 간에도 적용된 셈이다.


코로나19가 진정되는 시점은 머잖아 올 것이다. 이제는 사회활동이 정상화된 이후의 남북 대화와 교류에 대비해 어젠다를 정돈하고 심리적 준비를 해야 할 때다. 특사정국으로의 급전환 가능성 역시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녘 동포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기를 빌겠다”며 친서를 보내고, 다음날 문 대통령이 감사의 답장을 보낸 것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남북대화의 출발점이자 발판이 되리라 믿는다. 코로나19 대처에서 돋보인 한민족의 지혜가 사태 이후 대화를 모색하는 국면에서도 활짝 꽃피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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