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각사의 기자·PD·기술인 등 전국 방송인들의 총선 방송 공정 보도 및 방송민주화를 다짐하는 성명 및 결의문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방송인들은 성명 등을 통해 제13대 국회의원 총선 기간 공정 보도를 저해하는 대내외적 간섭을 일체 배격하고 편견 없는 정직한 방송으로 국민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공영방송의 소임을 다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제13대 국회의원 선거를 나흘 앞둔 지난 1988년 4월22일. 기자협회보는 총선 편파보도 배격과 공정 보도를 결의한 전국 방송인들의 목소리를 1면 머리기사로 전했다. 당시 이들이 내놓은 성명이나 결의문을 보면 총선 국면에서 정권과 사내 윗선의 보도 개입은 노골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삼척MBC 보도국 기자 일동은 그해 4월16일 ‘삼척문화방송 보도와 관련한 우리의 입장’을 발표해 “13대 총선을 앞두고 여당 위주의 편파 보도가 계속돼 지역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보도 간섭 사례로 △야당 후보 활동 보도 금지△여당 후보 인터뷰 강요 △각종 지역 공약사항 취재 강요 등을 제시하며 “여당 후보 지지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편파 보도를 강요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KBS부산 보도본부 기자 20여명은 총선 관련 보도 과정에서 취재한 내용이 정확히 보도되지 않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에 따라 그해 4월20일 오후 9시부터 이튿날 오후 7시까지 취재·제작 거부를 벌이기도 했다. 기자들은 취재거부 농성을 마치면서 △회사측의 공식 사과 △대화 창구 마련 △보복 인사 및 정실 인사 배격 등 6개항의 결의문을 작성했다.
같은 달 CBS 기자협회와 PD협회, 아나운서협회도 “총선을 앞두고 CBS 뉴스의 확대를 우려한 당국이 ‘협조 요청’이란 사실상의 압력을 통해 뉴스 방송 횟수를 단축하고 뉴스 내용을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보도의 자유는 물론 방송편성원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방송인들의 총선 공정 보도 결의는 개별 언론사뿐 아니라 집단적으로도 이뤄졌다. KBS, MBC, CBS, KEDI(교육방송·EBS와 분리되기 전)의 각 기자협회, 카메라기자회, PD협회, 아나운서협회, 기술인협회 등 14개 방송인단체는 4월18일 ‘한국방송인단체총연맹’을 결성해 ‘공정한 국회의원 선거 방송’을 다짐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총연맹은 “선거 기간 편견 없는 정직한 방송을 통해 민주발전의 초석을 다지자”며 “외부압력이나 간섭을 배제하자”고 촉구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