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에 푹 빠진 50대 CBS 부장 "방탄 좋아하면서 새 삶 시작"

[인터뷰] 방탄소년단 전문 유튜버
'아이돌 부장' 정재훈 CBS 기자

방탄소년단(BTS) 전문 유튜브 채널 ‘IDOL CHIEF’(아이돌 치프)가 지난 9일 첫 라이브 방송을 열었다. 방탄 팬 3000여명이 참여해 1시간 반 동안 수다를 떨었다. 이 채널의 진행자는 ‘아이돌 부장’으로 불리는 50대 남성. 보라색에 민트색 줄무늬가 들어간 저지를 입고 방송을 이어가던 그가 말했다. “방탄을 좋아하고 새로운 삶이 시작됐습니다. 제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직접하게 될 줄 꿈이나 꿨겠습니까.”


이날 라이브 방송은 그에게도, 구독자들에게도 특별했다. 채널 오픈 1년 만에 아이돌 부장의 정체를 처음 공개해서다. 놀랍게도 그는 25년차 현직 언론인인 정재훈<사진> CBS 기자였다.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등 여러 부서를 거쳐 법조팀장과 문화체육부장 등을 역임한 그는 현재 ‘방탄 덕후’ 유튜브 크리에이터 아이돌 부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길에서 저를 알아보고 팬이다, 잘 보고 있다면서 인사해주는 분들도 있어요. 진짜 신기하죠?”


어쩌면 무모했을 50대 부장의 도전은 지난해 초 시작됐다. 그맘때 인사발령으로 부장직에서 내려온 그는 불현듯 유튜브를 떠올렸다. “제가 문화체육부장이던 2018년 11월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한창 인기를 끌었거든요. 제가 또 퀸 덕후라서 그걸로 CBS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방송인 ‘댓꿀쇼’에 출연했었어요. 그때 유튜브 맛을 처음 봤어요. 부장을 그만두고 나니까 불쑥 그때 경험이 생각나더라고요.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유튜브 한 번 해보자, 그렇게 뛰어든 거예요.”


정 기자는 평소 좋아하던 가수 방탄소년단을 콘텐츠 주제로 정했다. 두 달 가까이 아미(방탄 팬덤)들을 만나 영상 수요를 조사했다. 채널의 방향성을 담은 PPT도 직접 제작해 회사 간부들을 설득했다. 때마침 CBS에 디지털콘텐츠국이 생긴 덕분에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단 조건이 붙었다. ‘3개월 후 성과를 보고 계속 할지 말지 결정하자.’


지난해 5월 50대 부장의 방탄 입덕기 영상으로 시작한 채널은 빠르게 성장해 ‘3개월 조건’을 거뜬히 이겨냈다. 여러 차례 포맷 변화를 거쳐 지금은 방탄을 다룬 해외 기사를 깊게 분석해주는 영상을 핵심 콘텐츠로 내세운다. 영상별 조회수는 보통 수천~수만회, 많게는 40만회에 이른다. 어느덧 채널 구독자는 2만5000명에 달하고 전 세계 143개국 사람들이 방문한다.


“아이돌 부장 팬미팅 개최 여부를 물었더니 천 명도 넘는 분들이 참석하고 싶대요. 사실 25년간 기자로 살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졌었거든요. 그런데 방탄을 만나고 유튜브를 하면서 달라졌어요.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즐겁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1년간 유튜브란 바다를 헤엄쳐온 그는 ‘아직까지 유튜브는 블루오션’이라고 결론 내렸다. 유튜브에서 살아남는 3가지 원칙으로 명확한 타깃팅, 차별화한 화법, 꾸준함을 꼽기도 했다.


“전담 편집자가 있지만 저도 직접 영상을 편집해요. 채널 만들면서 처음 배웠습니다. 동료들에게 제 사례가 어떤 동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25년 된 50대 노땅 기자도 하는데 나도 해볼까? 라는 식으로요. 최근에 저희 회사 논설위원들도 스스로 유튜브를 시작하셨어요. 저보다 더 큰 용기를 내신 거예요.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잖아요. 기자도 마찬가지죠.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지금 도전해보세요.”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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