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노조는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과 공동으로 (2007년 4월) 20일 오후 7시 서울역광장에서 독자 및 지지자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파업 100일 문화제’를 열고 자본권력으로부터의 편집권 수호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했다.”
지난 2006년 6월 시사저널 870호에 실릴 예정이던 삼성 관련 기사가 삭제됐다. 편집국장 동의를 거치지 않은, 사장의 일방적인 지시였다. 기사는 당시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의 인사권 남용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기사가 빠진 지면은 삼성 광고로 채워졌다.
그해 이 사건을 보도한 기자협회보는 “시사저널 편집국은 ‘삼성 기사 날치기 삭제 사건이자 삼성 출신 사장이 삼성의 집요한 로비에 굴복해 편집권을 짓밟은 사태’로 규정하고 편집권을 수호하는 싸움에 돌입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시사저널 기자들의 투쟁은 결국 파업으로까지 번졌다. 이들은 이듬해 1월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4월20일엔 파업 100일을 맞아 문화제를 열기도 했다. 2007년 4월25일자 기자협회보는 “(문화제 당일) 시사저널 노조는 ‘파업 고난의 행군 100일’이라는 커버스토리가 실린 시사저널 노보 특별판을 제작해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이 사태를 알렸다”며 “특히 특별판에는 기자들의 현장 복귀를 바라는 독자들이 사비를 털어 마련한 의견광고도 실려 눈길을 끌었다”고 전했다.
같은 날 기자협회보 지면에는 ‘시사저널 기자 23인의 파업 100일 소회’도 함께 실렸다. 여기서 고제규 기자는 “반팔을 입고 시작했는데 겨울옷을 입고, 다시 봄옷까지 갈아입었다. 옷을 갈아입어도 초심은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기자들은 끝내 시사저널로 돌아가지 못했다. 대신 이들은 2007년 9월 <시사인>을 창간하고 지금까지 ‘자본권력으로부터 편집권 수호’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시사인 편집국장인 고제규 기자에게 지난날에 대한 소회를 물었다. 그는 여전히 ‘초심’을 언급했다.
“그땐 기자협회보 보도에서처럼 마치 이긴 듯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다들 너무나 초조했어요.(웃음) 시민들의 지지와 지원이 그치지 않은 덕분에 저희가 고비고비를 넘어온 것 같습니다. 창간부터 지금까지 많은 분이 도움을 주고 계세요. 그때 느낀 첫 마음, 당시의 어려움을 잊지 말자는 말을 지금도 자주 합니다. 무엇보다 다시는 저희 같은 매체가 생겨선 안 되겠죠. 기존 언론에 있는 기자들이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편집권 독립을 보장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