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에 맞선 기자정신 잊지 말자" 기자의 날 기념식 열어

한국기자협회, 13년 만에 기념식 개최
고 김태홍 회장에 '기자의 혼' 상 수여

김달아 기자 | 2020.05.20 20:19:11

한국기자협회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15회 '기자의 날' 기념식을 열었다. 기자의 날은 1980년 기자들이 전두환 군사정권의 언론 검열에 맞서 그해 5월20일을 기해 검열·제작 거부에 들어간 날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06년 제정됐다. (강아영 기자)

한국기자협회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15회 '기자의 날' 기념식을 열었다. 기자의 날은 1980년 5월20일 기자들이 전두환 군사정권의 언론 검열에 맞서 검열·제작 거부에 들어간 날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06년 제정됐다. 기념식은 제정 첫해와 이듬해에만 개최된 이후 중단됐다가 13년 만인 올해 다시 열리게 됐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을 비롯해 기념일 제정을 주도했던 정일용 고문(제40대 한국기자협회장) 등 역대 기자협회장들이 기념식에 참석해 기자의 날 부활을 자축했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 민병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강기석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 신태섭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박홍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 박정훈 관훈클럽 총무, 오정훈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김춘식 한국언론학회장,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안기석 새언론포럼 회장, 김철관 인터넷기자협회 회장 등도 자리를 빛냈다.

김동훈 회장은 "1980년 무자비한 시민 학살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은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전두환 신군부의 비상계엄 확대 조치로 강압적인 검열에 묶여 광주의 참상을 일절 보도하지 못했다"며 "정권의 검열에 맞서 5월20일 제작 거부에 나섰던 선배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것이 기자의 날이다. 오늘 이 자리로 기자의 날이 부활했다"고 말했다.

정일용 고문은 "1987년 기자가 되어 취재현장에 갈 때마다 '언론은 반성하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1980년 선배들의 제작거부 투쟁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듣고 먹구름 속에서 한줄기 빛이 내리쬐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우리에게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 전통을 이어가자는 취지로 매년 5월20일을 기자의 날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축전을 보내 기자의 날을 축하했다. 문 대통령은 "40년 전, 80년 5월 기자들은 독재와 검열에 맞서 제작 거부를 불사했다. 진실과 양심의 자유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돼주었다"며 "기자들은 체포돼 모진 수난을 당하고 언론사는 문을 닫아야 했지만 기자협회와 기자들의 투쟁은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는 밀알이 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분의 노고 덕분에 우리 민주주의를 새로운 장을 열었고, 또 열어가고 있다"며 "기자의 양심에 기반한 진실한 보도를 위해 항상 노력해주신 여러분께서 더 크고 넓은 '언론 자유의 시대'를 만드는 데 앞장서주시리라 믿는다"고 당부했다.

축사자로 연단에 선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국민을 지키라고 만든 군대가 자기 국민을 짓밟는 것을 보도하지 못하고 결국 제작거부를 할 수밖에 없었던 1980년 그날을 기자의 날로 정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며 "기자들 스스로 자기의 날을 정한 것은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는 "80년 언론투쟁도 광주항쟁의 일부로 포함돼야 한다. 기자의 날을 기념하는 것은 광주항쟁의 역사를 바로잡는 일이자 언론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이라며 "오늘 이 기념식이 언론 정상화의 횃불을 높이 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서중 민언련 대표는 "언론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현 상황에서 기자협회가 단순히 기자의 날만 기념하거나 기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로 머물러선 안 된다"며 "기자정신과 올바른 저널리즘을 되살려야 하는 중대한 시기라는 것을 인지하고, 언론이 제 기능을 수행하는 데 기자협회가 중심에 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제15회 기자의 날 기념식에서 1980년 당시 제20대 한국기자협회장으로 재직하면서 당국의 보도지침을 제작거부로 맞선 고 김태홍 고문이 '기자의 혼' 수상자로 선정됐다. 고인의 아내 최정숙 여사(왼쪽)와 딸 김누리씨가 참석해 대신 상패를 받았다. (박지은 기자)
기자협회는 1980년 당시 제20대 한국기자협회장으로 재직하면서 당국의 보도지침을 제작거부로 맞선 고 김태홍 고문을 '기자의 혼' 수상자로 선정했다. 앞서 현 47대 한국기자협회 회장단은 지난 17일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아 김 고문의 묘역을 참배했다.

고인의 아내인 최정숙 여사와 딸인 김누리씨가 기념식에 참석해 대신 상패를 받았다. 김누리씨는 "5·18이 돌아올 때나 오늘처럼 아버지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을 뵐 때마다 그리운 제 아버지이기 전에 우리나라 언론이 힘들었던 시기에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큰 일을 하셨던 기자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며 "우리나라 민주 언론 역사에 남아 계신 아버지를 함께 추억해주시는 이 자리가 있음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누리씨는 "아버지가 정의를 위해 걸어오신 길처럼 저도 올바름을 위해 이 세상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김달아·박지은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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