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윤석열 별장접대 보도 부정확했다" 사과

자체 조사TF 꾸려 보도경위 조사
"사실확인 불충분, 부적절한 표현, 게이트키핑 미흡"
"끊임없이 성찰하면서 진실 보도에 최선 다하겠다"

김달아 기자 | 2020.05.22 11:23:46

한겨레신문이 지난해 10월 보도한 '윤석열 검찰총장 별장 접대 의혹'이 부정확한 내용을 담은 기사였다며 독자와 윤 총장에게 사과했다. 이 기사의 정확성을 스스로 평가하고, 취재보도 경위와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4월 구성된 '윤석열 관련 보도 조사 TF'(팀장 백기철 한겨레 편집인)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겨레는 22일자 1면에 <부정확한 보도 사과드립니다>, 2면에는 <정정과 사과에 열린 언론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 다짐합니다>라는 안내문을 게재했다. 한겨레 2019년 10월11일자 1면과 온라인에 실린 <"윤석열도 별장에서 접대"…검찰, '윤중천 진술' 덮었다> 기사 내용의 오류, 취재보도 과정의 문제점을 자세하게 짚었다.

당시 해당 기사는 "윤 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였던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별장에 들러 접대를 받았다는 윤씨의 진술이 나왔으나 추가 조사 없이 마무리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내용은 주간지 한겨레21 1283호(2019년 10월21일자)에도 <윤중천 "별장에서 윤석열 접대했다">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그러나 6개월 뒤 취재보도 경위를 조사한 TF는 위 기사가 불충분하고 과장된 표현을 담았다고 판단했다. 한겨레는 22일 "기사의 취지는 윤씨의 발언이 '법무부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 조사보고서에 적혀 있으나, 이를 넘겨받은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 검찰수사단'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수차례' '접대' 등 보고서에 없는 단어를 기사와 제목에서 사용하고 신문 1면 머리기사와 주간지 표지이야기로 비중 있게 보도함으로써, 윤 총장이 별장에서 여러 차례 접대를 받았는지 여부에 독자의 관심이 집중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도 뒤 여러 달이 지났지만 한겨레는 윤석열 총장의 별장 접대 의혹에 대해 증거나 증언에 토대를 둔 후속 보도를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TF 조사 결과에 따라 이날 한겨레가 공개한 보도 경위를 보면 당시 취재 과정에서부터 기사 작성, 게이트키핑 절차, 후속 대책까지 부실하게 이뤄졌다. 한겨레는 "보도의 목적은 검찰 최고 책임자인 윤 총장의 공적 지위에 주목해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하려는 것이었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 별장 성접대 사건'의 핵심 인물 입에서 그런 발언이 나왔고 이를 담은 과거사위 보고서가 존재한다는 점은 기사에 밝혔듯이 사실이었다"며 "하지만 이 보도가 나간 뒤 오보 또는 과장보도 논란이 일었다. 보고서에 그런 발언이 기술돼 있다는 사실을 넘어 윤 총장과 윤씨가 실제 유착 관계인지에 독자들이 주목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먼저 사실 확인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보도 결정이 내려졌다. "윤석열도 별장에서 수차례 접대" 등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 근거로 윤씨의 발언이 과거사위 보고서에 짧게 언급됐다는 것 외에 다른 그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수감 중인 윤씨를 접촉하거나 윤 총장에게 직접 확인하지 못함으로써 보도 뒤 윤씨가 "윤 총장을 안다고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을 때 한겨레는 이를 반박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기사 속 부적절한 표현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취재원에게 간접적으로 전해 들은 내용임에도 윤씨에게 들은 것처럼 "윤석열도 별장에서 수차례 접대", '윤중천 "윤석열 별장에서 접대했다"'와 같이 인용 형식으로 표현 △기사 본문에서 "강원도 원주 소재 윤씨 별장에서 윤 총장이 수차례 접대를 받았다는 진술도 받아냈다"고 썼지만 실제 보고서에 기술된 윤씨의 발언은 "윤석열 검사장은 ○○○ 소개로 알고 지냈는데, 원주 별장에 온 적이 있는 것도 같다"였다 △제목과 기사에서 쓴 '수차례', '접대' 같은 단어가 없었고, "왔다"가 아니라 "온 적이 있는 것도 같다"고 모호하게 기술돼 있다 등이다.

특히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임에도 당시 편집회의 등 게이트키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는 "며칠 더 시간을 두고 반론도 충실히 받고 물증도 확보한 뒤 보도해야 했으나 편집회의 등에서 충분한 토론 없이 당일 오후에 발제된 기사가 다음날 신문 1면 머리기사로 나갔다"며 "사후 대응도 원칙을 벗어났다. 독자의 궁금증에 후속 보도로 답하지 못할 상황이면 보도의 문제점을 신속히 설명하고 바로잡아야 했다"고 했다.

한겨레는 "'윤석열 보도 조사 TF'는 한겨레가 언론활동의 기준으로 삼는 취재보도준칙에 비춰 이 기사가 사실 확인이 불충분하고 과장된 표현을 담은 보도라 판단했다. 정확하지 않은 보도를 한 점에 대해 독자와 윤 총장께 사과드린다"며 "끊임없이 성찰하면서 취재보도의 원칙을 체화해 가겠다. 사실 확인과 게이트키핑의 규율을 재정비함으로써 진실 보도에 최선을 다하는 언론이 되겠다"고 밝혔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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