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항상 존경했어요. 언론 자유와 사회 정의를 위해 물불을 안 가리고,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죠.” 지난 20일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기자의 날’ 기념식에서 고 김태홍 고문을 대신해서 ‘기자의 혼’ 상을 받은 고인의 아내 최정숙 여사는 김 고문을 이렇게 기억했다.
고 김태홍 고문은 1980년 5월 한국기자협회를 중심으로 기자들이 신군부의 언론통제에 맞서 검열을 거부하고 제작거부를 결의할 당시 기자협회장이었다. 최 여사는 “기자협회장이 돼서 신군부에 맞서고 끝내 붙잡혀 고문을 당하며 죽음 직전까지 갈 정도로 힘든 시절이었지만, 남편은 저에게 ‘그때가 내 인생에서 꽃이었다’고 말했다”며 “남편이 신군부에게나 당시 재판정에서 항상 당당하셨던 건 언론과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김 고문의 딸 누리씨도 참석했다. 누리씨는 김 고문이 ‘딸바보’, ‘장난기 많은 아빠’였다고 전했다. 누리씨는 “아주 늦은 나이에 저를 보기도 하셨고, 항상 어른들 모임에 저를 데리고 갈 정도로 아빠의 딸 사랑은 특별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빠가 돌아가신 게 중학교 1학년 때라 철이 없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제가 성인이 되고 나서야 아빠의 업적, 민주언론의 역사를 자세히 공부할 수 있었다”며 “‘아빠 정말 멋진 사람이다. 존경한다’고 아빠에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
최 여사는 김 고문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후배 기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최 여사는 “남편은 워낙 겸손했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이 상을 받았다면 ‘내가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냐’고 하셨을 것 같다. 남편은 당시 어려웠던 언론사나 시민단체들을 보며 항상 잘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사셨다”며 “기자가 있어서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다. 알지 못하는 곳에서 참 기자 정신으로 일하는 기자들이 계시리라 믿는다. 기자 한 분 한 분이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이 사회는 희망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