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한국언론의 신입 기자 교육 방식은 사실상 ‘하리꼬미’가 전부였다. 일본어로 ‘잠복’을 뜻하는 이 단어는 기자들이 수습 3~6개월 동안 경찰서에서 숙식하며 취재하는 것을 일컫는 언론계 은어다. 막 입사한 신입 기자들은 경찰서를 돌며 취재·보도 방식을 익혔다. 그러다 지난 2018년 언론계에도 주 52시간 상한 근로제가 도입되면서 신입 기자들이 퇴근 없이 경찰서에서 먹고 자며 일하는 모습이 사라졌다. 새로운 기자 교육 방식의 필요성이 커진 것도 이때부터다.
20여년을 거슬러 1993년 언론계에선 중앙일보의 신입 기자 교육 방식 변화가 화제를 모았다. 지금 도입돼도 화제가 될 만한 내용이다. 당시 중앙일보는 기존 6개월이던 수습 기간을 1년 6개월로 늘렸다. 이와 함께 지도사원제, 지방주재, 편집 실습 등을 신설했다. 지도사원제는 각 출입처 캡이 신입 기자 1명씩을 책임지고 지도하는 제도다. 기자협회보가 보도한 중앙 기획실의 신입 기자 교육계획안에 따르면 1년 6개월간의 교육 과정은 기본교육 1달, 지도사원 교육 4개월, 판매·광고 실습 1달, 지방주재 근무 6개월, 편집 실습 3개월 등으로 이뤄져 있다.
기자협회보는 “80년 언론통폐합 이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언론사가 정치·경제·사회 등 고른 분야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에서 신입 기자 교육연수로 애용했던 지방주재 실습이 부활한 것”이라며 “편집 실습 교육은 사건의 핵심을 포착하는 기자 자질 향상에 목적을 두고 있다. 사건파악력을 기르고 기사의 최종 유통단계를 지켜보게 해 기자의 역할을 스스로 가늠케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협회보는 “이 계획은 기존의 언론사 수습 교육 방식에 대대적인 수술을 가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동안의 주먹구구식 기자교육에서 탈피하려는 흔적이 눈에 뚜렷하다”며 “중앙은 이러한 과정을 거친 기자들 가운데 극히 낮은 평가를 받은 기자들에 한해선 보충 교육도 한다는 복안”이라고 전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